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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9일 토요일

부드러운 신념과 정책결정

외교관련서적을 읽다가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 나라의 외교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국익 못지 않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정책결정자가 갖고 있는 가치관(values), 신념(beliefs, convictions)이다. 가치관이나 신념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국익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준다. 상대국가의 의도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추구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그 나라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도 이해해야 한다.

국가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들은 어떤 주어진 국내외 상황에서 우선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해석하며, 이를 토대로 방침과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상황을 인식하고 해석하는데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그들이 깆고 있는 태도(outlook),신념,가치관,세계관(world-views),경험 등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집권자는 자기의 가치체계를 확대하고자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 그 나라 지도자가 갖고 있는 가치관, 종교적 신념등은 유용한 분석자료가 된다.

- 최병구 [외교 외교관] -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월남전당시 미군과 한국군의 전과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는데, 두 나라 군대의 대변인의 태도가 많이 달랐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군의 대변인은 용맹한 한국군이 베트콩과 월맹의 수괴들을 일거에 전멸시켰다는 표현을 한 반면에 미군의 대변인은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서 상대방과 아군의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키면서 xx지역에서 월맹군과 배트콩을 몰아냈다고 인터뷰하였다고 한다.

베트남 전쟁을 바라보는 두 나라 국민들의 시선을 인식하기도 하고, 적대감과 호전성을 부추켜서 아군의 사기를 끌어낼 것이냐 아니면 전쟁의 정당성을 인식시켜서 아군의 사기를 끌어낼 것이냐 하는 선택의 차이이기도 한듯 하다. 참전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국민과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의 차이를 대변하는 인터뷰이기도 한듯 하다.

정치, 경제, 외교등 국가정책의 모든 부문에 있어서 인간의 마음이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표현들은 두 말할 나위없이 옳은 표현인데, 이념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이념시스템에 맡겨둘려고 하는 문제때문에 북한이나 한국이나 개혁의 시기를 놓치고 퇴행성을 띄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모든 관점을 권력관계에 두고 있는 정치지도자들이나 좀 더 부드럽고 공익적인 정치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관점에 근거한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노인 분들과 가깝게 지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욕심이 강한 노인 분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학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그 '리더'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마른 권력을 부리는데, 문제는 점점 경화(硬化)되어가는 지력(知力)을 극복하지 못해서 폭력적이 되거나 자기과시를 위한 행동만 하다가 주변인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 시절 그 추억이 가져다 준 사회분위기가 권력관계인 탓에 누구나 작은 왕국의 제왕이 되고 싶어하는 욕구의 발현인 것은 이해가 가는데, 뭔가 수월하게 잘 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권력지향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강한 권력에 대해서 복종하고 약자에 대해서는 지배할려는 성향이 강한듯 하다. 인간관계를 수직관계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듯 하다. 그런데 그런 관점은 생각할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에 편안하기는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댓가는 '불성실한 문제해결'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그것이 사회나 국가전체로 보면 '퇴행성'이라는 느리지만 잔인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듯 하다.

한 때 한국 최고의 엘리트학벌을 가진 젊은이들과 일해보기도 했는데, 수직적 인간관계에 대한 관점, 출세욕구등으로 굳어진 관점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어떤 교양도 습득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가치, 공익적 신념등을 교육 받지 못한 한반도의 민중들이 분단이 되어서도 혈기 맹랑한 자충수(自衝手)를 두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일제시대라는 암울한 시기가 더 암울했던 점은 한반도의 민중들이 어떤 인문철학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기술교육이나 권력관계에 예민한 본능만 습득한 탓에 북한과 같은 어두운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매우 권력지향적이거나 국민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하는 생각은, 자칫하면 못난 국민들과 못난 정치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장기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퇴보시키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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