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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3일 토요일

몰입의 즐거움 / 일과 여가시간

자존감이나 자부심등을 얻어낼 수 없는 일을 자주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원래 가시수저를 물고 태어난 기질적 바탕에 직업의 수직적 계층구조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몸소 이해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때로는 그 장소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느끼면 환경에 동조되지 않도록 내 자신을 추스릴수 있는 의지력을 키우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한 편으로는 자주 하는 일이지만 신체를 움직이는 일을 함으로써 부실한 체력을 단련시키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었다. 가끔 선거때가 되면 후보자들이 체험 삶의 현장을 촬영하듯이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재래시장이나 청소현장, 가축의 분뇨냄새나는 축산현장등을 바람처럼 떠돌아 다니는 장면을 보는데, 표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현장에서 애쓰는 서민보다 더 나아보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았던것 같다.

사회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일을 할때는 자존감이나 자부심과 결부된 몰입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듯 하다. 그런 일을 할때마다 자존감을 내팽개치고 자신을 비하시키며 동료들과 에너지싸움을 하는 이들을 많이 보는데, 일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보상말고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정신적인 보상을 전혀 얻어내지 못하는 상태는 사회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일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상적인 계몽이 있어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알고보면 책임감과 권력이 함께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목적이나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주어진 지위가 원하는 의도를 내팽개치는 이들도 많은데, 어떤 일을 하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역할분담을 맡은 바가 경시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듯 하다. 내 생각이 다분히 이상적이라면 내 생각이 틀린것이 아니라 내 생각과 다른 생각들이 틀린 것인듯 하다. '이상'은 '추구하는 바'이기때문인듯 하다.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교육학교수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교수는 [FINDING FLOW]라는 저서에서 몰입의 즐거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번에도 몇번 서술한 적이 있지만 흔히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노력은 고통을 준다'라는 인식을 뒤집어놓는 알찬 이야기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실제로 내가 현장에서 느낀 바는 일 자체가 어려운게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자존감을 무시하고 결국에는 갈등관계나 방치된 정신상태로 빠져버리는 상태였는데, 칙센트미하이교수의 이야기들은 몰입을 함으로써 어떤 환경에서도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듯 하다.

바람직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구체적인 데서 출발하는게 좋을듯 하다. 여러 해 전에 나는 학생들을 데리고 기관차 공장을 견학했다.격납고처럼 거대한 중앙공장은 어찌나 먼지가 많고 시끄럽던지 고래고래 악을 써야 겨우 말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곳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의 대다수는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이 없었고 시계를 보며서 빨리 퇴근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일단 공장 문을 나서면 근처 술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좀 더 적극적인 행동파들은 아예 자동차를 몰고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런데 안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조라는 이름의 60대 초반 남자였는데, 크레인이면 크레인,컴퓨터 모니터면 모니터, 그 공장 안에 있는 기계 설비의 구조를 모조리 독학으로 꿰뚫은 사람이었다. 그는 못 고치는 기계가 없었다. 고장난 기계를 붙들고 말썽의 원인을 밝혀내어 기어이 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집에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집 부근에 있는 자투리땅에다 부인과 함께 멋진 분수를 만들었다. 분수에서 뿜어 나오는 뽀얀 물보라는 밤마다 장관을 연출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용접공들은 희한한 양반이라고 혀를 차면서도 모두들 조를 존경했다. 문제가 생기면 누구나 조에게 먼저 달려갔다. 직원들은 그가 없으면 공장문을닫아야 할 판이라고 이구동성을 말했다.

역사가 E.P.톰슨이 지적한 대로, 어떤 노동자들은 동료들처럼 선술집으로 몰려가지 않고 금싸라기 같은 휴식 시간을 문학 작품을 읽거나 정치 활동을 하는데 썼다.

생산과 유지 활동에 들어가고 남은 시간이 자유 시간, 곧 여가 시간인데, 사람들은 여기에 전체 시간의 사 분의 일을 쏟는다. 사람은 아무 할 일이 없을때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다고 고대의 사상가들은 주장하였다. 그리스 철학자들에 따르면 학문, 예술, 정치 같은 자기 개발 활동에 시간을 투여할 수 있을 때만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 된다. 실제로 학교를 뜻하는 영어단어 'school'은 여가를 뜻하는 그리스어 'scholea'에서 나온 것이다. 여가를 잘 활용하는 것이 곧 학문하는 길임을 알 수 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보내는데 많은 문제가 있는듯 했다. 학력과는 상관없는 교육들, 가정교육이나 사회교육, 독서등으로 시간의 가치를 이해하는 이들은 시간시간이 풍족한 모습을 띄고 있는듯 했다. 몸과 마음도 여유로워 보였고 침착했다. 하지만 여가시간을 빈곤하게 보내는 이들은 항상 빈한한 언행(言行)을 드러내곤 했는데, 결국 그런 언행으로 현실과 미래를 조작해나가는듯 했다. 한 편 그런 이들과 함께 하면서 정 반대의 길을 가기 위해서 리카싱이나 손정의 같은 기업가나 본받을만한 각 분야의 인물들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균형을 맞춰 나가기도 했는데, 성공적인 인생의 공통점중에 하나는 이상과 주어진 시간을 잘 연계시키도록 몰입하는 인생인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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