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ed By Blogger

2016년 1월 2일 토요일

아름다운 도전 / 오리아나 팔라치의 "아니오"

"산을 오르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어떤 지인의 심금을 울려주던 명대사다. 요즘 히말라야라는 영화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려주는데, 나는 오래전에 건강때문에 운동을 지나치게 하다가 자주 만나는 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비난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돈자랑과 안정된 생활을 자랑하는 지인에게 태어날때부터 모자랐던 건강을, 안정을 찾을 나이가 되서도 챙겨야 하는 이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인식하고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나는 건강을 갖게되는 대신 재산이 없고, 지인은 재산이 있는대신 건강을 잃게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는 면에서 보면 누구나 평등한듯 하다.

아주 오래전 권력자들의 천적이라는 유명한 여성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의 인터뷰집인 [거인과 바보들]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다시 찾아보니 그 책의 서문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들어보라. 나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존엄성의 가장 아름다운 기념비는 펠레폰네소스의언덕 위에서 보았던 것이 아직도 유일한 것이다. 그것은 동상도 아니었고 깃발도 아니었으며 "아니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oXc"라는 세글자였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나치 - 파시스트들의 점령하에 숲속에서 그 세글자를 새겨놓았다. 그리고 아무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던 30년동안 그 세글자는 햇빛이나 폭우에 퇴색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치 - 파시스트 지휘관들이 흰도료를 범벅하여 그 글자를 지워버렸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거의 마력적으로 햇빛과 비는 그 흰 도료를 벗겨버렸다. 그러나 점점 그 세 글자는 완강하고, 필사적으로 지울 수 없게, 표면위에 다시 나타났다.

오리아나 팔라치는 그 "아니오"라는 말을 명심하라고 책의 서문을 끝내고 있었다. 그 당시 수많은 세계의 권력자들이 오리아나 팔라치와 인터뷰를 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우스개소리가 들릴정도로 오리아나 팔라치는 권력에 대해서 인터뷰하고, 실상을 알리며 완강하게 비평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리아나 팔라치의 아버지는 무솔리니에 대항하여 "행동당"이라는 레지스탕스조직을 이끌다 체포되어 나치의 가스실로 끌려가는 도중에 탈출했다고 한다.

[거인과 바보들]이 출판되었을 1970년대에는 전세계적으로 냉전시대였고, 이념분쟁과 더불어 이란에서 호메이니의 종교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등 정치적인 억압이 훨씬 강한 시대였다. 권력에 대한 저항같은 내용이 오리아나 팔라치의 인터뷰를 바라보는 주요한 관점이었을 것인데, 지금 다시 새로운 관점, 처음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된 관점으로 보니 오리아나 팔라치의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 경험은 정치적인 억압에 대항하는 강력한 '아니오'라는 입장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결국 오리아나 팔라치의 대담한 행동을 이끌고 업적을 이루어내게 만들었다는 연결고리가 생각났다. 경험은 관심을 낳고, 관심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다 주는 인간 삶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게 한다는 생각같은 것이다.

무엇인가 나와 다른 것에 도전하는 누군가는 그 도전으로 삶의 방향을 이끈 어떤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전혀 타인이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그 도전을 위한 열정 자체가 사회적 인습이나 유행, 억압등에 대해서 '아니오'라는 저항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런 사실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보게 해 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 왜 나는 생각없이 남들과 똑같은 형태로 살지 못함을 자책하고 있는지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사람은 원래 똑같지 않은듯 하다. 특히 건강에 관해 밝힌 내 입장처럼 원래 건강에 관해 가시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에게 운동만 하고 있음을 비난할 이유는 없는듯 하다.

권력은 물리적인 형태, 정신적인 형태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대중사회에서 '일반적인 삶'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있는듯 하다. 그것에 대해서 '아니오'라고 말하며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삶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듯 하다. 몇 가지 이미 밝혔지만 공부에 몰입하던 젊은이, 남극횡단을 하던 여성이나 노인탐험가, 그리고 과거의 경험때문에 끊임없이 세계의 권력자들을 괴롭히던 오리아나 팔라치, 이 모든 도전들이 아름다운것 같다.

자주 지인들로부터 잘 살아왔느니 못 살아 왔는니 하는 논쟁을 듣는다. 그럴때면 한 마디로 일축하곤한다. "인생은 짧고 나는 확실히 죽을 것이니 앉아서 뭉개지나 말자"라는 생각만 한다고 말한다. 언제가 안일한 태도로 돌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아니오(oXc)라고 하며 다시 내 자신을 추스릴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는듯 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