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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0일 토요일

선수용스케이트와 연습용스케이트


선수용클랩스케이트는 부츠를 카본 몰드로 떠서 바이킹사나 메이플사의 특수합금으로 만든 클랩날을 붙여서 한 세트에 200만원정도 한다. 달러로 환산해도 2000달러 가까이 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저번에 '북한의 스케이트'란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북한으로서는 한국인들에게 4000만원이라는 값어치에 버금가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기때문에 북한의 스케이트선수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이 된다.

어제 선수들이 내놓은 내발에 딱 맞는 중고클랩을 빙상장 구내 스케이트샵에서 발견했다. 엣지가 90퍼센트 이상이 남아있는 바이킹블레이드를 부착한 카본부츠세트를 50만원에 내놓았다.신어보고 곰곰히 생각했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포츠고, 그 중에서 스케이트인데 이 정도 호사는 부려도 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집에 오래된 바이킹클랩이 한 켤레 있는데, 워낙 오래 된거라서 스프링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전시만 해놓은 상태다. 샵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오래된 바이킹클랩이라도 네덜란드에서 스프링을 수입해 올 수 있다고 한다.


스프링이 끊어지면 고치기도 힘들고, 손질하기도 귀찮고, 장비에 지나치게 관심갖는게 싫어서 계속 연습용만 신었는데, 스프링을 구할 수 있다니 집에 묵혀놓은 클랩을 신고 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샵 사장님에게 좋은 정보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샵 사장님은 80만원짜리 바이킹블레이드를 판매할 가능성과 선수가 맡겨놓은 50만원짜리 중고 클랩 스케이트를 판매할 가능성을 놓쳐버리고 만것 같다.

사실 연습용스케이트를 신고서도 펄펄 날아다니는 청춘이지만 모든 스포츠매니아들이 그렇듯이 장비에 대한 지름신이 강림해서 접신할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혹 좋은 장비에 대한 주위분들의 권유가 있으면 스케이트장에서는 사격이 주 종목이라고 말하고, 사격장에서는 주로 스케이트를 탄다고 말하는 얕은 지혜도 부려본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선수가 아닌바에야 '빠르기'보다는 자세나 균형감각으로 '특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연습용스케이트의 불편함이 모두 사라졌다. 혹시나 샵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200만원짜리 선수용클랩과 15만원짜리 연습용스케이트의 판매수익성을 생각하신다면 장기적으로 연습용스케이트를 신고 부담없이 얼음판을 딛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선수용스케이트의 판매수익성도 창출되리라는 생각이다.

샵에서 신어 본 선수용클랩의 발에 밀착하는 감각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존재'가 선수용스케이트의 '유효수요'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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