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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5일 목요일

파동(cycle)에 관하여 / 콘트라티에프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미래를 알아맞춰보겠다고 장난을 치던 생각이 난다. 경제적으로 열등한 친구에게 반드시 부자가 될것을 예측했는데, 실제로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커다란 사업체를 운영하며 열등감과 극복의 사이클 순환을 고스란히 운명으로 받아들인것을 보면서 친구들끼리 나의 빛나는 선견지명을 칭찬하며 웃기도 하였다. 실제로 몸이 가장 약했던 내 자신은 친구들중 가장 건강한 모습이 되었다. 물론 건강 말고 다른 문제는 말하기도 싫다고 말하며 또 웃었다.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경기파동을 겪게 마련이다.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살펴보면 파동의 규칙성을 경험하는듯 하다. 권위주의적인 정체(政體)가 무너지면서 갑자기 확산되는 자유에 대한 인식은 갈망의 정도에 비례하여 강력한듯 하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종교적인 권위가 지배하는 사회는 과학적 발견이라든지 르네상스와 같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발전함에 따라서 급격히 붕괴되는 현상을 보이는데, 생명력을 가진 인간사회 시스템의 오류나 오류를 자정(自訂)하기 위한 노력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는 문제인듯 하다.


경제학에서는 이 사이클을 이해하는게 무척 중요한듯 하다. 물론 현실 경제에 도움이 될 만큼 장기적이거나 거시적이지 않은 안목으로 이해하는것 도 중요하다고 케인즈는 말한다.


 그후 1936에 케인즈가 [고용과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이라는 책을 통해 일반적인 단기 경기변동과 대공황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였다. 그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총 수요가 감소하면 경기침체나 불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케인즈는 오래전부터 고전학파의 거시경제이론이 경제정책의 장기적 효과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해왔다. [일반이론]을 발표하기 몇 년 전에 케인즈가 고전학파 경제이론에 대해 쓴 글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장기 분석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기에는 우리 모두가 죽는다. 경제학자들의 역할이 고작 태풍이 닥치는 계절에 "태풍이 지나가고 한참 있으면 바다가 잠잠해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그 역할은 너무 쉽고 쓸모없는 것이다.

- N. Gregory Mankiw [ESSENTIALS OF ECONOMICS] -

러시아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콘트라티에프(Nikolay Dmitriyevich Kondratieff 1892~1938? )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불황기,회복기,호황기,후퇴기의 4단계를 거치는 중기파동이 5,6차례정도 되풀이되면서 장기파동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 원인은 혁신적인 기술과 발명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콘트라티에프는 1기 순환은 산업혁명, 2기 순환은 철강과 철도산업의 발달, 3기에는 전력, 자동차, 화학공업의 발달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콘트라티에프는 1차 소련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입안을 도와 소련의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했는데, 스탈린의 농업 집단화정책과 공업과 농업의 불균형적인 발전계획을 비판하다가 숙청되었다. 


생각해보면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경기순환을 잘 이해하고 있는 콘트라티에프로서는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경직된 공산주의 경제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함을 생각했을듯 하다. 정치적인 가치판단을 배제해야 하는 경제학자의 주장은 스탈린에게 장애가 되었던것 같기도 하다. 경기순환을 정부가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장실패의 문제점을 해결할려는 시도가 스태그플레이션같은 정부실패의 결과로 나타나는 문제를 보면 콘트라티에프의 비판은 선견지명이 있었던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의 회귀'가 진리라고 할 수는 없는듯 하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서로 깊은 관계에 있으며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이 그대로 물려받고 있기 때문인듯 하다. 달리 표현하자면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은 제거되고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순리적인 사이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탈린의 정책에 반대한 콘트라티에프는 공산주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정치적인 가치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경직된 시스템이 보여주는 반동(反動)적인 의지를 우려했기 때문인것으로 추정된다.


1.사이클은 모든 분야, 모든 영역에서 존재한다.
2.사이클은 오류의 조정과정이다.
3.어떤 경제이념이든지 경직성은 개선되어야 한다.


불운하다는 생각이 들때 "오늘 우는 자여 내일 웃으리라"라는 성서의 구절을 떠 올리기도 하는데, 사이클에 관한 깊은 의미가 성서속에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기도 하였다.


댓글 1개:

  1. 과제 때문에 흘러 들어왔다가 가네요. 너무나 좋은 글 읽게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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