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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9일 금요일

진정한 적과 동지


불의(不義)의 반복은 인간을 낙담하게 만든다. 패러독스가 인간을 미치게 만든다는 '이중구속이론'의 창시자인 미국의 인류학자 베이트슨(Gregory Bateson 1904 ~1980)의 말처럼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어깨를 짓누르게 되면 사람들의 정신은 도피처를 찾아 떠나거나 구세주를 찾는다.

정의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하는데, 반복된 학습으로 확신이 없어지면 이제는 무엇인가에 기댈려고 한다. 그 돌파구는 이념, 종교, 돈, 명예, 권력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선용(善用)하면 좋은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악용(惡用)의 여지가 많은것들이기도 하다.

어렸을때 기차안에서 누군가가 책을 팔았다. '적과 동지'라는 정치실록 비숫한 종류의 책이었는데, 사실 수십년전인 그때도 한국인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엄격히 말하자면 '권력'에 관심이 많았던것 같다. 책의 제목은 권력자와 그 주변의 견제세력에 대해서 누가 옳은지 판단해 달라는 내용같았는데, 세월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적과 동지'는 둘 다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지배하는 정신과 철학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깨닫는 바가 있다.

이것은 공손함이 약하다는 징조는 아닙니다. 성실성은 언제나 입증되고야 만드는 것을 양 진영이 함께 기억하면서 새로이 시작하여 봅시다. 우리는 결코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는 맙시다. 그렇다고 하여,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도 맙시다. 우리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문제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단결시킬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연구하여 봅시다. - 중략 - 우리 양 진영은 과학의 공포가 아니라 과학의 신비성을 찾아냅시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여 별을 탐험하고, 사막을 정복하고, 질병을 박멸하고, 깊은 바다를 개발하고, 예술과 산업을 장려합시다.

-  케네디 미국대통령의 취임사 중에서 -

권력과 철학의 이중적인 모습을 많이 보아 온 한국인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협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신이 커가고, 뜻있는 권력자가 노력한다 할지라도 이리저리 엮여서 인습으로 자리잡은 부정(不正)을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현실은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정부와 국민사이의 문제도 아닌것 같다. 정부내부에 속속들이 베어있는, 또는 국민내부에 속속들이 베어있는 생각의 문제이기도 한것 같다.

'적과 동지'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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