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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3일 목요일

늙어감(老化)


작지 않은 나이인데 운동장에 머물다가,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다가 하는 내가 청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연스럽지 못하고 '패기'를 의도적으로 끌어내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지 않나 하는 두려움이 들때가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 시야가 깊어지고, 삶에 순응하며, 타협도 곧잘 하게되는 수순을 밟는다는 것도 이해간다.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부실한 군인이었던 적이 있었다. 추운 겨울 막사를 신축하느라 천막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이 페치카에 기름도 제대로 못때고 떨고 있었다. 알고 보니 피엑스차에 기름이 가득 담긴 기름통이 잔뜩 실려서 부지런히 반출되고 있었다. 어느날 간부 한 사람이 그 일에 협조를 구했다. 작대기 하나를 달고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는데, 이유인즉슨 상사의 불법적인 명령을 따르는 것은 지배와 복종관계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형법이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용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간부는 두말없이 명령을 철회하였는데 뜻밖에 대범한 사람이어서 더욱 잘 대해주었던 것 같다.

사실은 많이 걱정했지만 많은 가능성이 있는 젊음이 야비한 늙음에 복종해야할 이유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은 비리로 마련한 돈으로 사단장승진을 위한 비용으로 쓴다는 대대장에 대한 소문을 조롱하는 패기도 갖게 했던 것 같다.   

젊음이라는 것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복종을 했을때 값어치가 있으며, 세월이 흘러서 진정 평온한 휴식의 수확을 거두어주는 단비가 될거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는 적이 많다. 지금 타협을 하게 되면 죽는날까지 타협을 하느라고 머리를 써야 하는 고민에 시달릴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끔 정보기관이나 검찰같은 권력기관의 소장파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부심과 명예를 생각하며 발을 들여놓은 곳에서 수뇌부의 부정한 명령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처신을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의 경우에는 그 개체적 행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활동은 생활을 파멸로 이끌어간다. 그러나 인간은 그와 아주 정 반대다. 개인적인 행복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그의 생활을 마침내 파멸케 하고야 말 것이다. 

- 레오 톨스토이 -

세월이 흘러 몸은 가져가도 제발 마음을 가져가진 마소서 !
가끔 기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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