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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일 토요일

인간적 가치와 시장 / 마이클 센델

몇년전 뭔가 그래도 사회에서 대접받는 일들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던것 같다. 반골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젊음이 감당해낼 수 있는 여력이 있을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가보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곳을 돌아보겠다는 이유로 열심히 일을 하고, 열심히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나 한국사회에서는 침묵을 지키는 비주류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생각하건데, 한국은 죽을 힘을 다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과 죽일 힘을 다해서 우월적 지위를 찾는 사람들로 양분되어 있는것 같았다. 구세대들, 종교적인 사람들, 이념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도덕성을 초월한 신념으로 순종과 권위의 세계를 언제든지 오고갈 수 있는 수직적 삶에 익숙해 있었다.

저번글에서 아웃사이더가 된 부친을 따라서 아웃사이더가 되어가는 내 자신을 서술한 적이 있는데, 부친이 세상을 떠날 무렵 근처에 비숫한 처지의 노인분이 있었다. 자식을 세명이나 두고서 혼자서 투병생활을 하다가 얼마 안되어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그 노인분이 하신 말씀이 생생이 기억 나는데, 자식들이 생업에 바빠서 아무도 오지 않으니 내가 직장을 안다니고 있는 것이 내 부친에게 복이라고 말하였다. 그렇다. 삶에 있어서 옳은 것을 한꺼번에 선택하기란 힘겨운 것이다. 트럭운전을 하고 있다는 그 노인분의 귀여운 막내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신의 바쁜 처지를 평생 비관하며 살 것 같았다.

시장경제가 냉정하게 지켜진다면 도덕성이 지켜질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내가 겪은 근로의 현장에서 시장논리에 의해서 인간의 가치는 기계적 장치 이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이 힘든 삶들을 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우월성을 타인을 지배하는데 성의껏 사용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지금의 고통을 벗어나리라는 생각을 한다면 분명히 벗어나고 나서부터는 타인의 삶을 지배할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 사람의 가치는 그런 세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나는 권력지향성, 부패등은 자율적인 인간들이 가진 속성이 아니고 노예들이 가진 습성이었던 것이다. 아마 얼마전 고위 교육 관료가 국민을 개, 돼지로 비유한 것은 그런 속성들을 비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한 개 돼지로서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악의에 찬 정치판이 도덕적 신념이 범람한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 신념을 지나치게 굳건하고 요란하게 믿으며 타인에게 그 신념을 강요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맞이한 곤경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현대 정치는 도덕적 논쟁이 지나치게 많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적어서 문제다. 오늘날 정치판은 도덕적 정신적 내용이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과열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현대 정치에서 도덕적 부재를 나타내는 증거는 많다. 한 가지는 공적 담론에서 좋은 삶에 대한 개념을 추방할려는 시도다. 우리는 종종 당파분쟁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민이 공공의 장에 들어오면 자신의 도덕적, 정신적 신념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도가 좋더라도 좋은 삶에 관한 논의를 정치 영역에서 받아들이기를 주저한다면, 시장지상주의로 향하는 동시에 시장논리를 계속 유지하는 길을 닦는 셈이다.

- Michael, j, Sandel 의 [What money can,t buy]중에서 -

특히 한국에서는 인간적 가치에 관한 문제나 도덕적인 문제들이 이념논리의 방해를 받아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지 않는 동안에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비정규직 차별이 심해졌으며, 하마터면 보수정부가 집권할 당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까지도 무너질뻔한 위기를 겪은듯 하다.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인간이다. 내 글에서는 북한이 항상 등장을 하지만 인간적 가치를 잃어버린 국가가 북한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듯 하다.

오래전 버스 운전을 하다가 겪은 재미없는 일이 있어 다시 생각해보았다. 한 술취한 노인분이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출발하니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넘어졌다. 어떻게 저렇게 쉽게 넘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축하여 일으키니 2초도 안되어 "합의를 보자"고 하였다. 결국 조금 있다가 나타난 가족들로부터 별일 아니니 걱정말고 기사님 갈 길을 가시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노인분의 반응 속도가 신기했다. 그냥 습성이 오래가서 본능으로 자리잡은듯 싶었다.

습성이 오래되어 본능으로 자리잡기전에 인간적 가치에 관한 논의는 이념이나 종교,특히 '돈'에 앞서서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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