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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9일 토요일

공부법과 사법개혁

오래전 같은 직장 동료가 객관식시험답을 잘 찍는 방법에 관한 책을 냈다. 바른 생활을 한다기보다 어렸을때부터 메뉴얼대로 사는 방식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 책을 읽을 시간이면 정정당당하게 공부해서 시험점수를 올리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사회에 통용되는 방식이라는 생각에 이해는 안되지만 이해는 할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상당히 오랫동안 메뉴얼대로 살지 않았는데, 여러가지로 매우 고달펐다.

특허관련 일이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실용적인 공부를 열심히 해볼까 하는 생각에 공부법에 관한 책을 수십권을 구입했다. 예상했던대로 자기극복에 관한 책이나 공부에 관한 책은 일본인들이 쓴 것이 많았다. 오래전 일본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을 했을때 한국출신 무도인인 최배달(최영의)선생이라는 대답이 많았음을 생각해보면 일본인들은 '극의(克意)'의 마음인 사무라이정신에 대한 애정이 많은듯 하다. 공부방법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은 일본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이었는데, 일본은 독일로부터 판덱텐식 법체계를 받아들였고,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법체계뿐만 아니라 사회조직의 운영메뉴얼까지 받아들인 처지라서 일본인이 쓴 공부법에 관한 책이 한국의 수험문화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짐작할 수 있겠다.


항상 일본인들의 심중에 깔려있는 기계적인간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그런 일본의 문제를 아직 해소하지 못하는 점에 있어서는 유감이다. 혹자는 노벨상수상자가 많은 일본이 교육이나 창조적인 과학발전에 문제가 없는듯 하다고 말하지만 일본은 창조적과학연구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겸허한 위치와의 부조화가 노벨상과 실용성의 부조화를 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든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위치'라는 표현은 일본인들을 적나라하게 분석한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R.베네딕트 저]에 나온다. 일본인들의 기계적 계층의식과 다양성으로 가는 길을 막는 사회분위기는 일본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알려준다.

한국의 인권의식에 치명적이었던 유신헌법의 초안을 박일경이라는 법실증주의 헌법학자가 만들었다. 법실증주의라는 것은 법이 깊은 곳에 내포하고 있는 사회나 인간의 기본가치보다 법조문 자체를 중시한다는 법이념인데, 이를 따르면 '악법도 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독일에서는 나치정부이후에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은 반성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사회의식이 계몽이 안 되어있는 한계탓에 법조계가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분야로 남는데 많은 기여를 한듯하다.


몇일전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저지를 시도한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70을 바라보는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에 동조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했다. 보수적인 일본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 원인이 있다. 공부법서부터 사법조직의 운영이나 심지어는 재판활동중의 판례(case)까지 일본의 것을 참조해야 하는 한국의 사법현실 자체가 '적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생각의 방식이 많이 다른 젊은 판사들의 개혁적인 생각은 계층제분위기가 강한 사법조직안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다. 아마 늦은 나이에 암기식, 기계적공부를 해야하는 내 자신 만큼이나 사법부는 답답한 현실에 놓여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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