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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13일 토요일

비극의 연극무대가 된 한반도

어떤 상황에 빠져들다가 잠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내가 처해있는 상황을 바라보면 웃음이 나올때가 한 두 번이 아닌듯 하다. 사람이 바보같은 짓을 하면서 몰입을 하면 쓸데없이 그 짓에 진지해지는데, 그 진지함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일때는 그 정신들이 이념이나 종교라는 명분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는듯 하다. 통일이나 협력이랑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남북한 상황을 보면서 쓸데없이 진지하게 부정적인 상황으로 몰고가거나 물려들어가는 점에 있어서 조금 만 더 심해지면 IS같은 기묘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되는 극단으로 치우칠 우려까지 든다. 인간의 합리성과 의지를 믿지 못하는 심정에 과거사를 생각하건데, 빨리 생각과 행위를 전환시키지 않으면 파국이 파국인지도 모르고 서서히 무너지는 결론을 볼까봐 우려된다.

오래전 북한 사격국가대표감독인 소길산대좌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휩쓸던 젊은 시절, "적도의 심장을 겨누는 기분으로 총을 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소길산선수를 꺾기위한 인재프로젝트가 있어서 박종길선수가 나서서 이겼다. 먼 훗날 북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온 소길산대좌에게 기자들이 그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나느냐고 질문을 하자 겸연쩍게 웃으면서 "그땐 젊었으니까"하더란다. 그러니까 유치한 기억이 쑥스러웠단 말씀이다.

다음은 UN대사였던 박수길대사가 북한외교관들이랑 다투었던 내용이다.

박길연과는 참 지겹게도 많이 다투었다. 성격이 무뚝뚝하고 다혈질인 그는 유엔로비에서 마주쳐도 말 한 번 건네는 적이 없이 눈을 부라리곤 했다. 어느 자리에선가는 나에게 한국말로 거친 욕을 퍼부어서 내가 "이보시오, 같은 박 씨고 나이도 나보다 어리면서 무슨 욕을 그렇게 심하게 해요?"하면서 성 씨와 나이를 들먹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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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최광수 장관은 내가 써준 쪽지를 보면서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한구절인 "악마와 싸우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악마로 전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를 인용하면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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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숱하게 다투었던 박길연 대사도 북한식 외교의 그런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박길연이 무례하게 나올 때마다 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거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늘 강하게 면박을 주며 정면으로 다투었다. 그러면서도 그처럼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그에게 연민을 느끼곤 했다. 10년이 넘도록 그런 관계로 지내다 보니 나중에는 그가 어떤 말을 해도 화가 나지 않았다. 그가 일종의 연극배우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족은 동족인지 어떤 때는 그를 비난하는 타국 외교관들 앞에서 그를 변호해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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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서울에서 열린 남북총리회담에도 왔던 한시해라는 북한 대사가 있다. 그는 주유엔 대사도 역임했다. 그는 늘 미국산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녔고 입고 다니는 옷이나 구두도 고가였다. 어느 날 나는 그에게 "한 대사님, 북한 대사의 구두가 그렇게 반질빈반하면 되겠소?"하고 면박을 주었다. 인상을 쓰는 그에게 여유 있게 씩 미소를 지은 것이 당시에는 당당한 태도라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외교문제로 다투는 자리도 아닌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현역에서 은퇴한 터라 예전의 북한 외교관들을 만날 기회가 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일부러라도 한번 만나고 싶다. 지난날의 다툼을 추억처럼 주고받으며 통일된 한국의 장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박수길저 [DIPLOMATIC HISTORY OF KOREA]중에서 -

오래전 대학시절 연극영화를 전공했던 노인분을 가까이 한 적이 있는데, 지력(知力)이 바쳐주는 시간에는 여러가지 모습으로 자신을 바꾸면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다가 지력이 떨어지는 시간에는 욕망과 아둔함에 압도되어 기묘한 정신상태를 갖는 것을 보면서 우려 반 흥미 반으로 유심히 살펴봤던 기억이 있다. 생각하건데 한반도가 세계속에서 그런 흥미로운 대상이 되질 않기를 소망해보기도 한다. 그 속에 소속되어 있는 존재로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철학없는 교육, 이념에 치우친 교육등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음을 다시한 번 생각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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