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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6일 금요일

에로스(Eros)와 정신머리

근래 몇 년동안은 중년이상 유명인들의 성추문사건이 자주 발생하는듯 하다. 성추문사건은 입에 담기도 민망하다는 이유로 공론적인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면에서 한국사회에서는 가장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번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대변인의 일탈, 고위급 인사의 집단난교, 고위법조인의 병적인 일탈, 국회의원의 성추행, 급기야는 국정교과서를 집필하기로 한 학자의 성추행문제까지 발생하여 사회지도층이나 나이많은 사람들의 성윤리를 대변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어느 날 나이 어린 여자친구가 많다고 고백하는 유명한 원로가수가 20대초반의 젊은 여성에게 입술을 내미는 장면이 인터넷에 뜨자 댓글을 다는 젊은이들의 증오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어렸을때는 버릇없는 젊은이들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윤리적인 비난을 받는 일이 빈번해진듯 하다. 언젠가 이념문제와 관련하여 나이 든 사람들의 '보수성'에 관해 관찰하기 위하여 노인분들이 많은 일터를 다녀봤는데, 노인들이 체면이나 자존심같은 것은 잃어버리고, 육체만 그럭저럭 움직이면 혼미한 정신에도 불구하고 야구동영상을 돌려보거나 여성들의 뒤를 쫓아다니는 추태를 부리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간혹 젊은 사람들에게 보기 부끄럽다고 말리는 분들도 있었으나 요즘 노인은 많되 어르신이 없다는 가시돋힌 말들을 어렴풋이 느끼는 충분한 경험이 된듯 하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지인이 있었다. 대화할때마다 성적인 내용에만 눈이 반짝이는 상태를 느끼고는 스포츠에 몰두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어울리는데, 정기(精氣)와 관심사는 제대로된 곳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는척을 해봤다. 그러는 나는 고상하냐하면 그것은 아닌듯 하다. '일본의 성문화'라는 기사의 제목을 서둘러 클릭하고는 어쩔수 없이 일본 오사카성등의 여러 성벽들의 축조방식과 병력배치방식, 전투상황등을 공부해야 했던 익살스러운 경험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불완전한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주변에 퇴폐적인 사람들이 있으면 질색을 하거나 스포츠에 일가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조그만 업체를 운영하다가 고학력을 가진 중년직원들과 미인에 준(準)하는 여직원과의 얽힌 관계로 크게 곤란을 겪은적이 있었다. 마치 몇년전 주중 상하이 한국영사관을 쑥밭으로 만든 '상하이 덩씨'사건의 축소판으로 보면 되겠다. 예의 그 여직원이 말이 통하는듯 하다고 내게 자신의 가정사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내 연륜이 부족하여 그 이야기의 본질을 알아내지 못했던것 같다. 그 여직원은 아버지가 커가는 딸들과 조강지처를 두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성장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은 여직원은 성실한 남자를 만나 제대로 된 가정을 꾸미고 싶어했던것 같다. 그런데, 남자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는것이 그만 동상이몽(同床異夢)상태가 되었다. 탐욕에 가득찬 중년아저씨들이 집적거리기 시작했고, 배신감을 느낀 여직원은 삼각관계, 사각관계, 오각관계를 형성해가며 분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결국 업체의 투자자까지 물려들어가서 헤매고 있었다. 얼마후 업체는 문을 닫았다, 직장을 잃은 그 중년 아저씨들은 두고 두고 나를 원망하고 있었다. 얼마후 전철안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이 내가 지나가자 아이의 이름을 일부러 크게 부르는 것을 돌아보았는데,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내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운동장에서 준수한(자꾸 준수한 스포츠실력을 가졌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그렇다)스포츠 실력을 뽐내다가 한동안 화려하고 날라다니는 점잖치 않은 복장으로 운동을 해봤는데, 주변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함께 운동하던 여성분의 극진한 관심까지 받게 되었는데, 염치불구하고 도망갔다. 운동이 더 좋아서 운동장에서는 운동만 해야겠다는 생각에 친절했던 분을 난처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그리고 복장도 건강하게 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보니 공유한 지식과 그에 근거한 대화가 함께 하지 않으면 이성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는게 내 경험인데, 입과 마음이 다르게 각자 각개전투를 하는 '정신머리'때문에 유명인들의 성추문 사건은 자주 일어나는듯 하다. 그저 건강한 혈기에도 건전하게 사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사랑의 비의.....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이 일을 어려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또 아름다운 육체에 접근해야 하는 것입니다. 맨 먼저는 그의 지도자가 바르게 지도한다면 한 육체를 사랑하며 거기에 아름다운 언설을 낳아야 합니다. 그 다음엔 한 육체의 아름다움이 다른 육체의 아름다움과 비숫하다는 것과, 또 아름다움을 본질에서 추구하고 보면 모든 육체의 아름다움이 결국 동일한 한 가지 것임을 믿지 않는 것이 크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모든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하는 자가 되어, 한 육체에 대하여 가볍게 생각하여 그것이 지극히 작은 것이라고 믿음으로서 그 한 육체에 대한 강렬한 정욕에서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다음에 정신의 아름다움이 육체의 아름다움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믿지 않으면 안 됩니다.그리하여 누구든 정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으면 설사 그 용모가 그다지 환하지 못할지라도 만족하여 사랑하고 보살펴주며,그리하여 자식을 낳고 또 그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해 줄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아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이와 같이 하면 그는 더욱 우리의 여러 가지 제도와 법률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보게 되며, 도 모든 아름다움이 결국 하나의 동일한 연줄로 서로 결부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되고, 따라서 육체의 아름다움이란 것이 보잘것없는 것임을 잘 알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다음에 그는 제도나 법률 같은 것으로부터 지식으로 나아가,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지식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름다움을 하나의 전체로서 바라보도록 하여 다시는 노예처럼 한 가지 것에 얽매여 한 소년이나 한 인간이나 혹은 어떤 한 가지 일에만 만족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 플라톤[플라톤의 대화]중에서 -

사회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일을 할 때였다. 사람들은 항상 작은 이익에 얽혀 싸우고 서로를 경멸하고 있었는데, 유난히 한 중년여성이 단아한 모습으로 묵묵히 맡은 일만하고 있었다. 얼마후 갑자기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낭비한 사람들을 무색하게 하고 있었다. 만약 퇴폐적이며 출세한 사람이 있거나 출세하여도 퇴폐적이거나 정신머리를 놓아도 지위를 보전할 수 있는 사회라면 끝이 보이는 사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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