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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7일 토요일

황혼에서 새벽까지 / 기다림

언젠가 좀비가 나오는 영화제목인 황혼에서 새벽까지라는 말이 굉장히 공포스럽게 머리속에 남기 시작했다. 아주 어려운 삶을 살던 시절에 '기다림'이라는 단어 하나에 매달려 시간을 죽였다. 그랬더니 즐거울때가 오기는 왔다. 역시 내 감수성이 조금 더 무뎌지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더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행복함도 찾아왔다. 행복하게 만드는 많은 원인들이 있었는데, 첫번째 운동이었고,두 번째 사교육 시장에서 젊은 이들의 밝은 모습을 볼때였다. 젊은 이들의 세계에서는 우울함 조차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예비로 생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운동장과 사교육 시장이 둘다 경쟁과 승부에 친하지만 나는 반골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곧잘 흥이 나는 곳으로 만들어주곤 했다.

노인분들을 폄하하는건 아니지만 남은 세월을 젊은 이들의 그것과는 다른 또 다른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내는 공허한 눈빛을 보면 공포심이 느껴지곤 한다. 자존심과 이상을 잃어버린 분들과 어떻게 상호교류를 하며 밝은 세상을 만드는 시도를 해야 할지 혼돈스럽기도 하고. 그런 노인분들을 볼때 나는 어떤 '기다림'을 가져야할지 혼돈스럽기도 하다.

언젠가 북한의 열병식에서 온갖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웃고 서있는 늙은 장성들을 보면서 공포심을 느낀적이 있다. 저 인격체들은 어떤 꿈을 꾸면서 살고 있을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한반도의 산야(山野)를 짐승처럼 기어다니던 이현상이나 하준수같은 빨치산 지도자의 이상과 저 인격체들의 현실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을까.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란 업적을 남기거나 결과를 얻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밝게 살아주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0여년을 반이념을 위해 많은 논리와 직관을 소모했는데, '교과서'같은 미래를 위한 교육수단에 다시 이념논리가 개입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보고 있는 기분은 참으로 우울하다. 마치 영혼이 없는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에게 쫓기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벽을 기다려야 하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좀비는 영혼이 없지만 한반도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념이 다른 영혼들을 추출해낸듯 하다. 내 눈에는 영혼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가슴에 황금색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했다고 웃고 서있는 속칭 인격체의 모습을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것도 기다려야 하는가.

영혼이 빠져나간듯한 노인분이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래도 살아 움직이며 세상을 휘질러 놓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기는 힘들겠지만 어떤 노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탐욕대신 꿈과 이상을 놓치지 않으며,당신도 후손도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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