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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2일 월요일

편견으로 부터의 자유 / 이광요( Lee Kuan Yew )

몇 일전 서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던 날, 교양이 있어 보이는 한 버스 승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항상 내 좌석 옆에 놓고 다니는 경제학 관련 영어원서가 궁금했던 것 같다. 나는 내 정체가 북한경제를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내가 경제학 원서를 읽는 이유는 순전히 그 때문이다. 그러니 대략 맞는 대답을 한 것이다. 동시에 한국은 이번에 성장속도가 둔화되면 다시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들 것이며 성장 동력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취하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협력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은 노력할 줄도 알고 기다릴 줄도 안다. 나는 개인적인 문제나 거국적인 문제에 있어서 강경한 의견을 피했다. 강경한 태도는 부족한 역량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강경한 태도 때문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역량이 부족해진다는 순환논리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자로서 여러 지역을 다니며 지역과 시민들의 모습을 뼛속 깊이 공감하면서 다니는데, 한국은 미래가 어두웠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구조가 초 고령화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의 시민은 혁신적인 태도를 갖지 못할 것이며 그런 태도는 선거를 통하여 정치에 반영되고 혁신적인 정치가 없어지는 순환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특히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적성국이지만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혁신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은 젊음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각국의 젊은 지도자들이 당차게 국정을 잘 운영하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편견이 없는(특히 이념적인 편견이 없는)정치를 할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노령의 지도자라고 해서 편견 없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건 개인적인 노력이 생체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 지향적인 노령의 시민들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예를 많이 보았다.

 

싱가포르가 분리 독립한 지도 30년이 훨씬 지났다. 가족과 친지로 얽힌 밀접한 유대는 여전히 두 나라 사이를 잇고 있다. 두 나라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크지만, 서로에 대한 비난과 폭언을 서슴치 않는 것은 다민족 사회의 조화를 뒤흔드는 위험부담을 수반하는 것임을 머지않아 두 나라 모두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가 모두 다민족 사회이니만큼 관용을 지녀야 한다. 양국의 정치지도자의 자리에 머지않아 젊은 세대들이 앉게 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질적이고도 안정된 양국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 [ From Third World To First ] by Lee Kuan Yew (이광요 싱가포르 전 총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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