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ed By Blogger

2013년 4월 28일 일요일

개성공단과 이념


민중은 웅변을 좋아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본질은 현실주의자다

- 아그네스스메들리 -

중국인민해방군에 종군하였던 미국의 평론가 아그네스스메들리가 어느 고을의 대중집회에서 연설을 하다가 느낀 생각이다. 아그네스스메들리는 공산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혁명을 헌신적으로 지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익을 구하는 민중의 본질을 간파하는 모순을 느끼고 있었던것 같다.

자본주의는 자본과 경제력이 선전활동의 수단이고 공산주의는 이념적인 선동이 선전활동의 수단이라는 발상은 진리인듯하다. 개성공단이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이익과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외에 폐쇄적인 북한인민에게 자본주의사상과 자유경제에 관한 현실적인 감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적지않은 경제적이익때문에 단호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단기적인 승부보다 장기적인 승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듯하다.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이익을 얻는 문제라는게 자본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한계령 / 화강암



1985년 발표된 노래 '한계령'을 듣고 있노라면 고독과 집착심을 내려놓는 달관의 마음이 들때가 있다. 작곡가 하덕규씨는 1983년 여름 20대젊은 날의 고독과 삶에대한 회의로 가득찬 시절 이곳을 찾아왔는데 산봉우리들이 내려가라고 어깨를 떠미는것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으로 갈때는 미시령터널이나 진부령을 이용하면 편하지만 일부러 한계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곳을 구경하며 운전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고갯길의 난이도 때문에 정상휴계소에서 내려다보는 동해의 수평선만큼 여유있게 구경하기는 힘들다.

나의 부친처럼 금강산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실향민들은 설악산의 절경쯤은 관심도 없으니 보고 느끼는 주인공의 세계에 따라서 절경의 가치가 다르다는 말이 나올듯 하다.가끔 심술궂은 스포일러가 되고 싶을때가 있다.

"금강산의 절경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니 고향산을 생각하며 눈물흘릴 이유가 없습니다."

한계령을 비롯한 기암괴석이 많은 산들이 생긴 이유를 지질학적인 설명을 하면 좋은 감성의 노래에 스포질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원래 금강산이나 설악산과 같은 기암괴석의 산들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다. 화강암은 공룡이 살던 중생대에 화산이 터져 만들어진 현무암이 오랫동안 묻혀지고 응축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한반도에 분포한 많은 암석들이 고생대 이전에 압축형성되어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중생대에 형성된 화강암의 경도가 훨씬 약하다.

암석의 주변이 침식이 잘되는 토사물(土沙物)로 이루어져 있으면 주변 토사물이 침식이 되고 화강암만 남아서 바위산을 만드는데, 다른 암석의 산들에 비해서 침식이 심해서 기묘한 모습이 만들어진다. 세상을 떠나기전에 바라보는 산이 가장 아름다울것 같은 생각이든다.

화강암 주변에 편마암과 같은 경도가 강한 암석이 분포하고 있으면 가운데 화강암부분만 침식이되어 군에 입대하는 장정들의 꿈(?)의 장소인 강원도 양구 을지전망대밑의 펀치볼지형이 만들어진다. 펀치볼지형은 혜성이 떨어져서 만들어졌다고 할정도로 둥근데, 직접 가보니 가운데 부분에 작은 구릉이 있는것으로 보아 차별침식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풀잎처럼 눕다 / 국가의 역동성


20여년전에 3저호황을 맞아 한국경제의 미래가 번뜩일 시기였다. 당시에 어쩌다 쾰른에 사는 은행원인 독일인과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내 자신은 아는 것도 없고, 영어실력도 전무한 상태로서 내성적이고 생각이 깊은 성격을 가진 독일인의 직감에 의존하여 몇 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식사중에 서로 하지 말아야할 말을 하고 말았는데, 분단된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독일인의 우월감을 제압한다는게 그만 히틀러시대를 이야기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독일인이 "너희는 일본에게 식민지를 당하지 않았느냐. 그 시절을 너에게 이야기하면 너의 기분이 좋겠느냐'"하면서 반박했다.

"우리가 당한거 맞다. 창피한 역사다. 그러나 그런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점점 커가고 있다. 독일은 노쇄하고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 한국인의 패기어린 답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에 대해서 심사숙고한 독일인과 철없는 대중심리로 우왕좌왕하는 한국인의 표상을 보여주는 낮뜨거운 장면이었던것 같다.  

그 시절의 그 패기가 무색하게도 한국과 그의 아주 극소한 일부분인 내자신은 부끄러운 길을 가고 있었던것 같다. 더구나 지난정부 5년동안 말하기도 거국적으로 구차하고 복잡한 상황에 쫓기면서 스케이트장에 눌러앉아버린 서글픈 내 자신을 보며 그날의 패기를 한 번 떠올려보기도 한다.

지금 독일은 탄탄한 교육과 과학기술에 힘입어 노쇄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통일까지 되어있다. 활짝 피어보지 못하는 꽃처럼 저출산과 생산력없는 경제구조로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한국, 게다가  통일하고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개성공단 사태를 보며  한 국가의 미천한 구성원으로서 내자신의 삶도 꺾이는 기분이 든다.

대화의 현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정부의 태도와 한국의 유명한 이념 논객이 트위터에 올린"북한 그딴거 없어도 우린 잘살았다."하는 이야기를 보며 20여년전의 철없는 내모습이 떠오르기도한다.  기분만으로 모든것이 잘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들의 장래에 아마도 나타날지도 모르는 모든 드높은 약동(躍動)을 이처럼 파괴하고 우리국민 전체를 이렇게 타락시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수단이 강구(講究)되었는데, 그것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간 오늘날 단지 하나 남아있는 수단을 여러분들에게  말하는 것이 이 강연의 목적이다. 이 강연은 우리 국민을 영원한 국민 - 우리들 자신의 영원성의 보증자라고 보고, 진실하고 전지전능의 조국애를 교육의 힘에 의해서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깊숙이 불멸(不滅)하게 북돋아 주는 방법을 여러분들에게 말하려고한다.

-  피히테 -

제대로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살다가 늙어죽는 일도 어른의 책임이며 교육의 힘일것 같다.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북한의 지하자원 / 단천개발


북한의 지질은 대부분 고생대 이전에 형성이 되었다. 아오지탄광의 갈탄으로 유명한 두만강지역의 신생대지층이나 백두산의 용암으로 만들어진 개마고원의 현무암풍화토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시생대, 원생대, 특히 고생대지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생대지층에서 형성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되지 않는 대신 오래된 지층에서 오랫동안 압착되어 형성되는 경질(硬質)의 지하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금, 마그네슘, 텅스텐, 철광석, 석회석등이 대표적인데, 무연탄 역시 고생대지층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북한에는 매우 풍부하다.

북한이 최소한의 무역량으로 자급자족경제를 꾸려오면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하자원의 자급자족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6.25의 폐허상태를 일찌기 복구시킬 수 있었던 원인도 남한보다 풍부한 고생대 평남지향사지층의 풍부한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시멘트의 양산에 힘입은 바 있으며, 경제력에 비해서 강한 재래식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도 풍부한 철광석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데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무역활동이 봉쇄된 까닭에 중국에 귀중한 지하자원을 염가로 매각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북한체제를 동정해서가 아니라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통해서 세계적인 금매장량이 한반도 외부로 유출되었던 비극을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역사를 쉽게 잊고 살다보면 미리 유출되어버린 경제적 이익을 후손들의 복지감소와 연결시키는 감각이 없어질 수 있는게 문제다.

60년대 경제개발 초기에 한국은 강원도 상동의 텅스텐이 주요 수출품이었다. 빈약한 경제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정부차원에서 단천의 마그네사이트개발과 가공품의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는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핵이나 군사적인 목적 운운하지만 않는다면 북한인민들의 경제생활을 선도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북한경제란 지하자원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것 같다.

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삼성경제연구소와 이념정치



삼성경제연구소가 국가정책의 의식구조를 적극적으로 지배한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재벌의 국가정책형성기능을 경계하는 목소리기도 하다. 의외로  우파정부에서는 정부와 삼성의 이익이 합치되기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좌파정부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정부의 정책에 도움이 될만한 많은 자문연구소를 만들어서 도움을 크게 받기도 할 정도로 '연구소'의 중요성은 큰 것 같다. 한국에서 좌파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이념으로 탄생한 정부의 특성상 전문가집단이 부족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전문가집단이란 개인적인 기득권을 확보한 두뇌이기 때문에 우파정부랑 결합되는 현상이 생기는것 같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아니더라도 우파정부에서는 나름 전문적인 브레인을 확보하는 길이 쉽다는게 중립적인 경제정책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인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정부가 우파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해서 그다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은 것은 현실적인 측면이 전문적인 측면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한 우파적인 스팩트럼을 가지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좌파정부에서 참조했다는 내용은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역할이 그만큼 컸을테니 국가적인 관점으로서는 우려될만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든다.

우파던지 좌파던지 이념적색체가 있는 정부가 한 번 바뀌면은 모든 전문가집단의 정책프레임이 뒤집혀야하는 한국정치의 현실로서는 수십년동안 거대재벌이 변함없이 가꾸어 온 정책정보들을 참조하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재벌의 국가정책 간섭으로부터 독립되고, 이념적 프레임이 간섭하지 않는 상설연구소의 중요성을 제시하면 또 하나의 이념적인 의견이 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드는 면이 있는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인것 같다.

영원한 시간


자신의 삶을 영원한 시간속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절망과 불안에 발목을 잡혀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원래 시간이란 것은 영원했었는데 자신의 생명이란 관점으로 해석을 하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이루어낼 일이 생기는것 같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젊음이 얼마나 남았는가.
이다지도 속절없이 세월이 갈 줄은
향락을 구하는 자 어서 찾아가거라.
내일을 믿을 수는 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플로렌스 영주 로렌조 일 마니피코의 노래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최대한 향락을 누릴것을 결심한다.

한 편으로는 현세의 불안과 고통을 인정하며 내세를 생각하는 많은 종교사상들은 인간의 짧은 생명의 시간을 우주 시간의 영속성속으로 몰입시켜 주기때문에 끝없는 희망과 자기성찰의 여유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오스트레일리아의 92세 할머니가 노력해서 박사학위를 땄다는 내용이다. 마니피코와 같은 삶의 자세라면 이처럼 덧없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쓰디쓴  인내의 노력에서 달디단 열매를 얻겠다고 했을때 무엇을 얻었을까를 잠시 생각해볼만한 삶이다.

가끔 팔자좋은 친구들이나 팔자가 억센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행복과 희망을 찾아서 방황한다. 그런데 언젠가 스케이트를 타다가 잘 탈려고 하는 것 보다 속절없이 타는 것이 스케이트 실력을 늘려준다는 것을 알고 좀 감동했다. 혼자있는 시간에 알게된 사실을 함께 있는 시간에 망각해 버리는 문제가 있긴하다.

2013년 4월 20일 토요일

검은 눈동자


사람을 만나면 눈부터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때로 여성에게는 집착어린 애정의 눈길로 오해받기도 하고, 남성에게는 오케이 목장에서 만나자는 제의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눈이 맑고 마음이 맑은 사람들은 거침없다. 어떤 생각을 하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데, 고정관념이 없어 보이는 것 하나만으로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전혀 나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똑똑한척 하면서 머리를 쓰는 사람들의 내면은 맑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쉽게 파악되기 마련이다.

누군가 아이들이 악마같을때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이해한다. 아이들은 고정관념이 없어서 상대의 생각에 쉽게 동조한다. 불안하고 복잡한 심경을가지고 있을때 아이들을 보면 별로 도움이 안되는 일도 많다.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에게 위로를 받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이는 늘 한 술 더뜬다.

아이들이나 아이같은 사람들을 대할때는 내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책임이 더 크게 주어진다. 그래서 더 고독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릅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참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루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곱게 순화시켜준다.

- 방정환 -

하느님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본 방정환 선생만이 느낀 아이의 모습이다.

가끔은 거울속의 눈을 본다. 많지않은 시간속에 수없이 스쳐갔던 불안과 투쟁의 생각이 한처럼 서려있다. 오랫동안 육식을 자제하고 혼자있는 시간을 늘려 눈속에 담겨진 찌든 생각을 덜어내고자 하지만 맑은 눈을 보면 항상 위축된다. 어른은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아이에게 책임질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