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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7일 일요일

일터의 비극 / 겔브레이스

20여년전 조그만 집단의 교주로 행세하는 카리스마넘치는 사람과 다툰적이 있었다. 가장 후련하고 간략한 한마디로 최종승리를 했다. "이런 짓 하지말고 어디가서 일을 해라."하지만 여기저기서 일을 해 본 입장으로서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기성(swindle)이 가미(加味)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주변머리를 이해하고도 남았다. 자존심은 강한데 사람들에게 시달리기는 싫었던거다. 결국 "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참견을 하느냐"고 반박을 하면서 기운이 떨어졌다.

똑똑하던 초등학교 단짝이 수십년만에 자폐증환자가 되어 나타났다. 친구의 어머니에게 단순근로현장에서 일을 하도록 해보라고 권유했는데, 사흘만에 울면서 집에왔다. 일은 힘들지 않는데 사람들이 무서웠다는거다. 일이라는 것이 아니면 사회속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더불어서 맺어가는 인연으로 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내 책임을 생각했다. 훗날 또 다시 장기간 뛰어든 단순한 일터에서 오는 사람마다 무능하다고 괴롭히던 노인이 힘이 떨어지자 젊은 사람에게 구박받는 것을 보면서 관계의 악순환을 이해하고 복지의 중요성과 즐거운 근로현장의 필요성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케인즈 경제학자였던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1908년 10월 15일 ~ 2006년 4월 29일)는 미국과 같은 풍요로운 사회가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까닭은 시스템의 결함으로 보고 있다. 겔브레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의 욕망은 기묘하고 경박하고 혹은 부도덕한 원천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이 사회에서는 선(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에서 또 다른 욕망이 만들어진다면, 욕망을 위한 노력이 '선'이라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소비자의 욕망을 채워 주기 위해 생산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다람쥐(소비자)가 혼자서 열심히 쳇바퀴 돌리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는 구경꾼(대기업)과 같은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일터가 원하는 본질적인 결과만 달성하면 되는데, 사람들의 경쟁심, 권력적인 욕구같은 과도한 욕망이 개입하여 쓸데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무능하지 않으나 무능한 구성원을 만들어 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일터의 문제만이 아니고 어쩌면 경쟁으로 움직여 나가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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