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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8일 토요일

정보요원들의 어려움과 정치적 파행

언젠가 정보요원들의 이념세계에 관해서 고민한 적이 있는데, 부정적 관점으로 보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북한과 한국의 정보기관들에게는 적대적인 방첩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북한의 정보기관원들의 정신세계에 이념적인 바탕이 크게 역할을 할수록 이념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점은 중대한 문제가 될수도 있겠다 싶다. 게다가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에 블러그글을 통해서 대중적인 이해심까지 얻어낼 수 있다면 모든 힘을 다해서 방어를 해야 하는 적으로 간주될 수도 있겠다 싶다. 몇 일전에 있었던 내 블러그 조회수의 급격한 변동은 인위적인 조작을 의심하게 한 사건이었는데, 이념을 이야기하는 이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내 블러그질의 특성상 대중적인 인기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세상은 비숫한 관점을 가지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으로 엮여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정원직원이 해킹관련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틈틈이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데, 국가를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 정보기관원들이 정치적인 분란에 휘말려 희생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상을 모두 적으로 또는 동지로 삼을 수 있는 다양한 세계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민간인인 나와는 달리 조직에 있음으로써 부당한 지시나 요구에 자긍심이 무너지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정보요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닌듯 하다.

공작관은 항상 격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익명의 삶을 산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을 때조차 그는 대중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의 업적을 알 수 없다. 비밀기관에 10년 내지 20년 몸 담은 후에 공작관은 머리가 희끗한 중년에 그가 속한 공동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버리며, 그의 자녀들에게도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직업이 요구하는 대로 인간의 에고(ego)를 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작관은 오로지 그의 동료 비밀요원에 의해서만 업적을 인정받는다. 이러한 환경은 요원들 간에 동료애를 생성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동료 요원에 대한 충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다.원칙상 이러한 동료애는 공작의 효율성과 유용한 정보수집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하지만,실제로는 비밀요원의 비공식적인 집단이해 때문에 정보공동체에 대한 비밀공작 임무와 국가안보 이익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비밀 공작조직에만 유일한 것은 아니다. 신호정보 및 영상정보기관, 그리고 분석조직도 외부 세계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해야 한다. 이들의 업적을 인정해 주는 것은 동료들뿐이다. 이러한 사회성 문제는 기술정보 수집활동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한 개인에 대한 여러 동료들의 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그를 '극비 유명인'(Top Secret Famous)이라 부른다. 즉, 그가 속한 부서 내 비밀취급인가를 받은 일부만이 그의 업적을 알고 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고, 비밀공유로 인한 결집력을 보유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비공식적인 내부 응집력이 생긴다.그러나 자칫하면 이는 실수를 용인하고, 고위 관리자에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간정보기관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인간정보기관의 인력들은 그의 가치를 아는 동료로부터 떨어져 혼자 일하는 일이 빈번하다. 또한 그들을 성공적인 공작요원으로 만드는 기술은 그들의 상급자들을 대상으로 쓰이기 쉽다. 또한 자신들도 공작분야의 경험이 있기에 관리자들은 공작요원의 실수를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 Fixing intelligence for a more secure America중에서 -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동료애로 정보요원들의 정신적인 입지가 좁아져서는 안되고 국가관이나 사회적인 기여에 대한 자부심이 정보요원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야 하는데, 몰지각한 상부의 정치적인 파행은 정보요원들을 정신적으로 압살(壓殺)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급기야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듯 하다. 공리(共利)와는 거리가 먼 이념정치를 하고 있는 남북한의 정치세계는 사회 하부구조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비극을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심지어는 어원 그대로 인텔리젼트한 정보요원들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못난 정치인과 헌신적인 첩보요원들의 불합리한 만남을 생각한적이 있었다. 10여년전 고 황장엽씨를 귀순시킨 민간공작원인 고 이연길선생을 직접 대면한적이 있는데,  검증도 하지 못하는 '주체사상'이란 것을 만들어서 북한을 엉망으로 만드는데 조력한 황장엽씨와 큰 위험을 감수하고 황장엽씨를 귀순시킨 이연길 선생의 에필로그는 매우 대조적이었던것 같다. 귀순후에도 거물로써 대접받은 황장엽씨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익명성'만 간직한체 쓸쓸히 세상을 떠난 이연길 선생의 뒷 이야기는 뭔가 정의롭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도대체 이기적이고 무책임해서 이념적이었던 정치지도자의 파행적인 발자취는 언제까지 남겨질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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