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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9일 토요일

활력이 필요한 시공간 / 프리드리히 라첼

고등학교시절 두권의 책이 행복을 주었다. 당시 학원사(學園社)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리차드 리키박사와 로저 레윈박사가 함께 쓴 인류학 서적인 [ORIGIN], 칼 세이건 박사의 행성연구서적인 [COSMOS], 이 두가지 책을 너덜 너덜해질대까지 반복적으로 읽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자리잡은 이데올로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달리고 있었다. 리차드 리키박사가 750만년전 호미니드의 유골을 발견하면서 라디오에서 '다이아몬드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 온 루시'라는 팝송이 나와서 그 유골을 '루시'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 낭만적인 순간에 어려운 가정환경이나 골육상잔의 국가정세가 눈에 들어 올리가 없었다. 꿈많은 학창 시절을 보내게 해 준 책들에 지금도 무척 감사한다.

훗날 사설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세계지리를 지도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무심코 내 이름을 검색했더니 내 구글 블러그를 유해블러그로 지정해서 접근 금지시켰다고 말해 학생들과 함께 막 웃었던 기억이 있다. 꿈이 있는 아이들과 꿈이 있는 어른이 지지부리한 권력을 비웃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증거 동영상을 채취하고 담당교육청에는  위에서 시켜도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나서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니 고립국 북한정부와 정신적인 고립국 한국정부가 얼마나 같잖아 보였겠는가 말이다. 요즘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국정원의 댓글공작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국가재정과 인력을 참 졸렬하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의 엘리트 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을 폄하하는 이유도 내 머리속에 담겨진 시공간은 고립국 정부의 공작기관을 넘어선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어떤 나라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영토와 정세를 넘어선 구성원들의 넓은 인식들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념이나 적대감으로 생각의 족쇄를 잠글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독일의 정치 지리학자인 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 1844 1904)은 진화하는 유럽의 민족국가를 생물학적 유기체에 비유하였다. 그는 민족이 살아 있는존재의 집합체로서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을 반영하며, 다른 문화를 흡수하고 다른 영토로 확장하면서 그 자양분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식민지 획득이 국가에 이로우며 국경선이 규정되고 한정되어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시하였다. 국가는 영토를 놓고 서로 각축을 벌여야 한다. 그런 여지가 차단되면 국가는 마치 노인처럼 쇠하게 되며, 민족 도한 시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 분석을 근거로 이 유기체 국가 이론을 확립하였고, 이런 견해를 학습잡지에 발표 하였다.

이런 관념은 머지 않아 그의 제자들을 통해 독일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나중에 이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일부가 되었으며, 특히 카를 하우스호퍼(Karl Haushofer)라는 전략가가 이 이론을 적극적으로 선전하였다. '지정학(geopolitik)'이라는 용어는 그의 전매특허로서 악명을 얻게 되어 이후 수십  년간이나 학계에서 쓰이지 않았다.

- 미시간 주립대 교수 Harm de Blij의 [Why Geography Matter]중에서 -

북한이나 어느 정도의 한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정신적 영토를 제한해 버린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프리드리히 라첼의 의견처럼 반드시 지리적 영토가 아니더라도 산업적 영토, 학문적 영토, 정신적 영토등의 새로운 인식과 확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넓게 생각하지 않는 구성원들만 있는 국가는 뭐 하나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제대로 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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