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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7일 일요일

허영의 시장(Vanity Fair)과 한국대통령

17세기 후반, 존 번연이란 시골의 대장장이가 아내가 시집올때 가지고 온 종교서 두 권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열렬한 신앙심이 샘솟아 신앙을 전도하였다. 얼마 후 왕정복고때 왕당파의 미움을 사서 감옥에 투옥되었다. 감옥안에서 [천로역정/天路歷程/Pilgrim progress]이란 책을 쓰는데, 그 책속에 '허영의 시장'이 나온다. 그 시장은 모든 종류의 허영을 판다. 예를들면 집,토지,지위,명예,벼슬,왕국,색욕,환락,쾌락,창부,매파,아내,남편,아이,식모,생명,피,육체,영혼,금,은,보석등을 판다.

종교적인 진리이자 영적인 진리를 생각하는 종교의 입장에서는 모든 현실적인 것들이 허영으로 비추어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그 허영을 쫒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관점을 그 안에 묶어두면 그 안에서 또 별 일이 다 일어나는 법이다.   

가끔 돈이 안되는 일에 정신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일이 많은데, 요즘들어 부쩍 가까운 지인들이 한마디씩 나를 탓한다. 공통적으로 '소유'의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도 많이 '소유'하고 있지 못한 특징도 함께 가지고 있다. 사연많은 과거에 얽힌 일들의 매듭을 풀기위해 나름 애쓰는 중에 '하고자 하는 일'은 할 수 있어도 '갖고자 하는 일'은 뜻대로 안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갖고자 하는 마음에 휩쓸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는데, 18세기 한국의 대표적 실학자였던 정약용 선생이 인정한 인간이란 혈기론적인 존재(血氣論的 存在/ A vigorous existence)라는 한계는 부정할 수 없는듯 하다.   

돈이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돈을 따르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욕망이 강하면 하는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부글거리는 권력욕구나 재물욕구때문에 사회를 퇴보시키는 인재들이 많은데, 이념이나 종교가 그런 부작용에 조력하게 되어 하고자 하는 일의 목적을 잊어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한때 종교, 특히 개신교를 무척 혐오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고 개신교를 신앙으로 삼은 이들에 대한 생각은 별개의 문제다. 개신교신앙인들중에 마음이 열려있고 그래서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한 편으로는 모든 사고가 종교적으로 경화(硬化/ solidify)되어버린 지인들이 공감능력도 없고, 여러가지 지식도 없는 그래서 생각도 없는 말들을 왈왈 거리고 가면 그렇게 혐오스러울 수가 없었다. 한때 독실한 크리스천인척 하면서 정보기관등을 동원하여 온갖 적폐질을 하고, 아둔하게 정부를 운영했던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아니면 추대한 무리들이 설상가상으로 이념적으로도 경화된 모습을 보면서 좀 끔찍했다. 북한과 같은 적폐적 현실이 기어이 한국에서도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이쯤에 대통령 임기가 그나마 5년이란 사실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비숫한 일이 5년 더 있었다.

고대 로마의 갤리선에서 노예들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데, 감독이 노예들에게 말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알려주겠다. 먼저 좋은 소식은 오늘 여러분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선장님이 오후에 수상스키를 타시겠단다."

일단은 공약에 속은 국민들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한 까닭이다. 내 자신도 매번 겪는 일이지만 쉽게 갈려다가, 말하자면 맛있는 점심뒤에 선장님의 수상스키타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깜빡 깜빡 잊는다. 보수의 공약뿐만 아니라 진보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장미빛이거나 지나치게 극단적이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일이 아닌가 한다.

이념이나 종교, 그리고 정치적 자세가 지나치게 극단적인 국민들의 속성은 정신적인 탄력성이나 인내심을 잊어버린 상태다. 한 편으로는 욕망의 과격한 발호(prevalence)로 생각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초유의 퇴보정부인 북한, 푸틴을 장기집권하게 만든 러시아, 에르도안을 독재권력으로 만든 터키,프랑스의 극우대선주자인 르펜을 함께 생각하는 이유는 처한 현실과 국민의 속성중 공통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우정치(衆遇政治 / mobocracy)는 고대 그리스부터 민주주의 국가의 고민이지만 좋은 정치인은 최대한 중우정치의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 백성이 우매하면 계몽을 해야지 욕망을 이루기 위해 대중의 속성을 이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뽑고 나니 후회스러운 상황이 된다면 대통령도 국민도 냉철한 마음으로 자신들을 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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