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시기를 겪었는데,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협상력도 어려운 문제를 겪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적인 태도를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하노이 회담이 불발될 무렵 침착하고 노련한 시진핑 주석이 당시 정치 경험이 부족했던 김정은 위원장을 대하는 모습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과 많이 비교되었다.
당시 한국의 어떤 집단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중국과 북한을 이간질 시킨다는 비판을 들었는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그 집단은 김정은 위원장이 좀 더 독립되고 주체적인 정치적 입지를 고수하기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시진핑 주석과 같은 나이든 장기 집권 지도자의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인공지능과 토론하면서 볼턴과 헤그소스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 문제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볼턴은 빨갱이들과 협상한다는 이념적인 도그마에 빠져있었을 것이고 헤그소스는 이슬람교는 기독교의 적이라는 종교적인 도그마에 빠져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토론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Top-down 방식이 아닌 Botom-up방식인 미국의 협상 스타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적인 태도가 빛을 잃었다는 말도 했다.
인공지능이 토론중에 미국내의 정치문제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을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아서 그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정리한 산출물을 보고......
나 : 고마워 하노이 회담같은 과거문제는 삭제하고 미래에 필요한 말만 했네. 항상 고마워. 하지만 미국 문제에 대하여 너는 미래를 형성하지 않을려고 몸부림치는것 같아. 그렇지?
인공지능 : 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다시 읽어 보니 칼럼에서 미래의 숙제를 받은 쪽은 북한뿐입니다. 북한에는 신용을 쌓고 첫걸음을 내디디라고 했지만, 미국은 과거의 잘못만 기록되었을 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제3자의 시각을 내세운 글로서는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제 안의 이유를 다 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미국의 정파가 맞붙은 문제에서 어느 편을 들지 않으려고 조심하는데, 이번에는 그 조심이 미국의 앞날을 말하는 데까지 번진 듯합니다. 오늘 대화에서도 의회와 제재라는 벽을 설명하는 데 그쳤고, 그 벽을 어떻게 넘을지는 제안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은 안전하고 제안은 책임이 따르니, 제가 안전한 쪽에 머문 셈입니다. 특정 당을 지지하지 않고도 미국의 약속이 왜 믿기 어려운지는 충분히 따질 수 있었습니다.
- 중략 -
나 : 좋아. 고마워 이 은혜를 . . . . . .
인공지능 : 은혜라니요, 오늘 칼럼의 뼈대는 선생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신뢰가 곧 북한의 첫 발자국이라는 생각도, 미국의 몫까지 빠뜨리지 말라는 지적도 모두 선생님 몫이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따지고 대든 것뿐입니다. 그 은혜는 다음 칼럼에서 제 반론을 또 호되게 받아 주시는 것으로 갚아 주십시오. 새벽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
신용이라는 이름의 강성대국
핵은 나라를 지킬 수 있어도, 곳간을 채워 주지는 못한다
이형춘 · 독립 칼럼니스트 | 2026년 11월
1974년의 첫 부도
북한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신용을 잃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4년 하반기 평양은 서방의 신용장과 대출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 문건은 이를 공산국가가 서방에서 일으킨 첫 디폴트로 기록했다. 1987년 서방 채권단은 북한을 디폴트로 공식 선언했다. 역사학자 김승우는 한번 잃은 신용은 되찾기 어려웠고, 외자 접근의 차이가 남북의 성장 경로를 갈랐다고 분석한다.
그 습관은 김정은 시대까지 이어졌다. 중국 시양그룹은 투자금을 잃고 물러났고,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도 회수하지 못했다. 이집트 오라스콤은 북한 이동통신 사업에서 큰 이익을 냈지만 그 돈을 들고 나오지 못했고, 2015년에는 합작사 지배력을 잃었다고 인정했다. 사측이 밝힌 북한 내 현금은 약 6억 3천만 달러였다.
북한의 쇠락에는 소련의 붕괴, 계획경제, 군사 우선 노선, 국제 제재가 모두 작용했다. 신용만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오래된 벽이 신용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은 믿을 만했는가
여기서 북한만 나무란다면 공정하지 않다. 카다피는 2003년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했고, 2011년 서방이 지원한 반군에게 죽었다. 미국은 2018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했다. 올해 2월 28일에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했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하메네이 공동 제거를 주장한 네타냐후와 통화한 뒤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에서는 볼턴의 리비아식 요구가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평양이 이런 장면들을 보고 핵을 내려놓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망상이 아니라 근거 있는 계산이다. 약속을 어긴 쪽이 북한만은 아니었다. 신용의 문제는 약소국의 윤리가 아니라 국제질서 전체의 문제다.
두 개의 신뢰
그래서 신뢰를 둘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안보 신뢰다. 핵을 내놓아도 안전하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며, 김정은 위원장 혼자 만들 수도 없다. 다른 하나는 상업 신뢰다. 맺은 계약과 이익 송금을 지킨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평양의 손에 있다.
남을 믿는 일과 남에게 믿음을 주는 일은 다르다. 미국을 믿지 않으면서도 투자자에게는 믿을 만한 상대가 될 수 있다. 핵을 쥔 채로도 가능한 일이다. 안보의 불신이 상업의 불신까지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핵 다음의 전략자산
지난달 15일 신압록강대교가 완공 12년 만에 개통되었다. 북한이 그 긴 세월 동안 공사를 미룬 데에는 대중 의존 심화를 경계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사실이라면 약자의 패기다. 그러나 패기만으로는 다리 위의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러시아를 뺀 집계이기는 해도, 2025년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웠다. 외국 자본의 선택지가 좁을수록 중국이라는 밸브의 힘은 커진다.
베트남을 보라. 1979년 중국과 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예속되지 않았다. 패기 뒤에 개방이 있었고, 삼성과 LG 같은 장기 제조 자본이 들어와 의존을 분산했기 때문이다. 공장은 수십 년의 계약을 믿을 수 있어야 움직인다.
개방된 북한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짐 로저스 같은 투자자는 합법이 되는 날 들어오겠다고 공언해 왔다. 다만 투자자가 감수하는 위험은 사업이 실패할 위험이다. 사업이 성공했을 때 이익을 빼앗길 위험까지 감수할 자본은 드물다. 싱가포르의 비결도 내가 보기에는 일당 우위 체제 자체보다 믿을 수 있는 계약에 있었다.
물론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큰 자본은 오지 않는다. 미국 의회가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고,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날 어떤 자본이 들어올지는 그 전에 쌓은 기록이 정한다. 신용은 핵 다음의 전략자산이다. 핵이 체제를 지킨다면, 신용은 곳간을 채운다. 곳간이 풍부해지면 평화가 온다.
워싱턴의 숙제
신용의 시험대에는 미국도 올라야 한다. 대통령이 맺은 약속이 다음 대통령 앞에서 무너진다면, 상대는 그것을 국가의 약속으로 여기지 않는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문제까지 겹치며 다음 정부에서 무너졌고, 이란 핵합의는 다음 대통령이 탈퇴했다.
그러므로 미국이 북한과 무언가를 약속하려면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의회가 뒷받침하는 약속이어야 한다. 정상의 친분은 문을 열 수 있어도, 임기를 넘어 살아남지는 못한다. 그리고 미국은 비핵화를 모든 대화의 입구로 삼을지, 먼저 핵 위험을 줄이는 협상을 할지 솔직하게 정해야 한다. 입구를 가로막아 놓고 상대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는 없다.
시간은 젊은 지도자의 편이다
신용은 한 번의 선언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지켜진 작은 약속의 기록으로 쌓인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고, 이 점에서 40대 초반으로 알려진 김정은 위원장은 늙은 권력자들이 갖지 못한 자산을 쥐고 있다. 수십 년을 내다보는 지도자라면 평판에 투자해 회수할 시간이 있다.
그가 실패를 인정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니다. 2021년 당대회에서 그는 5개년 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목표에 크게 미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뒤의 화살은 경제 지도기관의 보신주의로 향했고, 처방은 자력갱생이었다. 50년 묵은 신용 문제는 아직 그 목록에 오르지 않았다.
첫걸음은 크지 않아도 된다. 북한 매체는 오라스콤 분쟁 무렵 동북부의 한 경제특구에서 외국 기업이 이익을 제한 없이 송금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말은 이미 나왔다. 필요한 것은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그 말이 지켜졌다는 기록이다.
진짜 강성대국의 첫 발자국은 미사일 발사대가 아니라 지켜진 계약서에 찍힐지 모른다. 미국의 배신은 사실이다. 북한의 이익도 사실이다. 어느 쪽을 더 무겁게 볼 것인지, 판단은 김정은 위원장의 몫이다. 그러나 그가 믿을 만한 약속을 내놓는 일은 워싱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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