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이 [법의 철학]이란 책에서 좀 엉뚱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바람의 운동이 바다를 부패로부터 막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쟁은 여러 국민의
윤리적 건전함을 유지한다. 지속적인 잔잔함은 바다를 부패시키는 것처럼 영구적 평화는 물론 지속적인 평화조차도 여러 국민을 부패하게 할
것이리라.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동(動)적인 열정에 가득찬 철학을 이야기했던 헤겔다운 이야기인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인 것 같다. 지나치게 동적이라서 무책임하게 전쟁을 옹호한 의미는 과장되고 호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서 마땅하지만
무엇인가 끊임없이 열정을 추구하지 않으면 국가는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오래전 연세 있으신 분들과 일을 하다가 자주 다투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갑자기 헤겔의
말이 생각나 '적당한 싸움은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준다'고 말해서 사람들을 웃겼던 일이 생각났다. 그 이후로 다툼이 없어졌다. 에너지 싸움의
장을 근본적으로 뭉개버린 일침이 된 모양이다. 아니면 열심히 싸워서 망가지라고 종용하는 비꼬임으로 받아들여졌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 에드가
스노우(Edgar Snow 1905 - 1972)가 중국 산시(山西)성의 바이안(保安)을 방문했을때 중국혁명의 지도자들은 누더기
옷을 입은채 동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지도자의 능력이나 기존 사회의 모순외에도 혁명 지도부의 열정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에드가 스노우는 강조하고 있다.
아직도 혁명정신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 정신이 전혀 발현되지 않고 퇴보하고 있는 북한이나
돈 상자가 정치적 뇌물로 부지런히 내부출입을 하고 있는 한국,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과 같은 동북아 국가들에게서 국가적 열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 동적인 이론가인 헤겔은 '기존의 국가의 모습이 부정되고 새로운 유토피아적 국가'를 발생시켜야 한다고 혁명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달리 표현하면 더 나은 세상으로 끊임없이 개혁을 시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유토피아란 '평화로운 삶'를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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