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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일 토요일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 군사문화와 자아의 발달

좀 험한 군대생활을 한 사람들때문에 이상한 상황에 물려들어간 일이 몇 번 있었다. 나를 '이상한 일'에 물려 들어가게 한 주인공들은 모두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다.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가 심한 우울증을 앓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모두 심약한 정신기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험한 군대생활을 견뎠다. 견뎠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몇 십년을 두고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자신은 강하다는 자존감과 심약한 현실적 내면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복잡한 내면은 변덕스럽게 표현되고, 배우자에 대한 과다한 집착으로 표현되었다. 때로는 마초의 심리로 폭군처럼 군림하기도 했고, 그런 행동에 대한 책임으로 애정을 구걸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랑의 이름으로 배우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었다. 집에서 세는 바가지는 여지없이 주변인들까지 헷갈리게 하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징병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젊은 시간들을 군대에서 사회성을 학습하면서 보낸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기관총열로 엉덩이가 헤지도록 빠따를 맞아야 했던 과거의 군대생활을 한 세대들에게 군대는 악몽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본식 군대의 잔재가 남아서 개인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던 과거의 군대는 남성들에게 '강한 인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타율성까지 선사한듯 하였다. 도대체 자기 생각이란게 참 비천했다. "나 자신속에 한사람의 타인이 있다."고 한 랭보의 말처럼 강하다는 착각과 언제든지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반란을 일으킬 스파르타쿠스의 모습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독일태생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은 청년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자기 동일성(identity)의 의식을 발달시키는 것에 대해서 강조했다. 그 중요한 시간들을 어쩔수없는 정세적인 여건속에서 길들여진 사람들은 방황하고 있고, 강력한 의지로 주변까지 방황하게 하고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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