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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6일 수요일

51대 49

언젠가 사설학원에서 경찰공무원시험과목인 경찰학개론을 강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 경찰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느낌은 프라이버시가 강하고 품위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일이 쉽지 않을것을 예감하고 있는지 수강태도조차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 비해서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펜싱선수를 하다가 어떤 상관관계를 느꼈는지 대학입시대신 경찰공무원시험에 매진하던 여학생, 특출난 정의감때문에 학창시절 못된 급우를 혼내준 전력으로 면접시험에 계속 떨어지던 젊은이,발렌타인데이때 씩씩하게 커다란 초콜릿상자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던 여학생이 생각난다. 얼마후 젊은 경찰들이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못타게 한다고 반대하는 시위로 오토바이를 타다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요즘 젊은이들의 자유의식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과거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경찰의 공공성이 크게 손상을 입은 사실은 경찰조직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현실의 문제였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질이 나쁜 3d직종이라고 투덜대는 지인의 말이 공감이 갔다. 이상과는 다르게 현업에서는 자아실현이라는 사치스러운 직업철학보다 현실이 냉혹한 면이 있을듯 하다. 한 번은 경찰간부인 대학선배가 조폭을 체포하다가 크게 자상(刺傷)을 입은 사건이 있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과거의 경찰은 정치현실의 특성상 정치지도자와 동일적인 성격이 강한데다가 사회에 사회의식자체가 없고, 다만 이념적인 논란이나 민주화에 대한 관점만이 사회의식을 지배했기때문에 합리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면 과거 경찰직에 있다가 퇴직한 분들이나 가족분들은 국민과 자신들을 전혀 다른 영역의 사람들로 구분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기도 하는데,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던지 권력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그 시절의 상황은 이해가 될 법하다. 정보기관과 경찰조직은 정치지도자가 부실하면 괜히 힘들어지는게 현실인것 같다. 충성하고 기여해야 할 대상이 국가와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리게 만드니 또 한 분야의 나쁜 정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실탄권총실력이 특출난 적이 있었다. 가끔 블러그에다 올리기도 했는데, 종종 경찰특공대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총쏘는 법에 대해서 문의가 오기도 했다. 한국에서 특수부대사병과 장교를 골고루 체험하고 프랑스외인부대까지 복무한 젊은이가 실탄사격에서 불합격하여 번번히 시험에 실패한다는 말을 듣고 뭔가 한 가지가 더 필요할듯 한데 그것을 말해주지 못해서 답답한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총쏠때 방아쇠를 빨리 당겨야 하는 마음보다 억제해야 하는 마음이 51퍼센트 더 많아야 한다는 감각같은 것인데,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좌파와 우파 사이가 51대 49인지 49대 51인지 헷갈리는 상황에 그 미묘한 부분을 비집고 들어가는 특출난 재주가 사격실력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스케이트를 탈때도 특출난 균형감각을 보여주곤 하는데, 51대 49사이만 미묘하게 오고가면 가능한것 같다.  

한 번은 습관처럼 사격장에 가서 22구경탄을 쏠려고 했더니 실탄이 떨어졌다고 하였다. 그동안 왼팔로 쏘기 오른 팔로 쏘기, 45구경으로 원모양의 탄착군만들기등을 재미있게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순간 우울했다. 51대 49의 미묘한 상황이 여기서도 연출되는가 싶었다. 떳떳하지 못한 정치가  사격장까지 위세를 부렸는가 싶어서 실탄사격을 그만두었다. 가끔 누군가 나와 에너지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테러범 보듯이 하는 모습을 보면서 51대 49를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내가 선량한 시민인가 그렇지 못한 시민인가 하는 대답의 줄타기를 하는 경우가 생긴것 같았다. 

아주 작은 차이에 의해서 극명하게 편이 갈리는 과잉반응현상은 미성숙한 사회의 현상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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