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에 재미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종교단체에서 보이기만 총명해 보이던 나를 '영입'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여러 신자들을 동원하여 엮기 시작했다. 다행히 타고난 성품 자체가 反黨의 鼻穴(벤댕이 콧구멍 - 열하일기 참조)이 아니어서 그런지 호기심으로 몇개월을 동참해봤다. 그리고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그동안 구경을 잘 했다는 인사와 함께 발을 뺐다.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윤리와 도덕이라는 가치를 본질로 하는 종교에서 술수를 동원하여 신자를 모집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인상적이었는데, 나 자신은 분노와 심술을 함께 느끼면서 정신적인 체질강화에 노력했지만 많은 선량한 신자들은 그런 방법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지 궁금했다. 그때 강화시킨 정신적인 체질은 훗날 국가권력을 동반한 '헷갈림'을 이겨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정신분열증을 연구한 인류학자 베이트슨(Gregory Bateson 1904 - 1980)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패러독스가 인간을 정신분열증에 빠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부모가 어린 아이에게 "너는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스스로 해라"라는 명령을 하고는 곧 "너는 어린아이라서 혼자서 하는 것은 무리다"라는 명령을 하게 되면 두 명령사이의 파라독스를 감당하지 못한 어린아이는 정신분열증에 걸린다는 '이중구속'이론을 내놓았다. 정신분열증 환자에는 현실로 부터 이탈하는 망상형, 모든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파과(破瓜)형,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긴장(緊張)형이 있는데, 베이트슨은 이들 모든 유형이 이중구속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내가 본 신자들의 모습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의미는 위의 3가지 정신분열증의 모습을 띄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목소리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성직자가 한편으로는 '재난'이라는 생각도 했던것 같다. 훗날 북파공작원문제나 정부의 정책분위기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일과 관련해서 유난히 종교적이고, 내국인을 상대로 한 정보활동과 같은 음성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정부에서 비숫한 '헷갈림'을 경험했는데, 몇 종목의 스포츠를 차근 차근 몰두하며 수월하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란 윤리의 최종집합체'라고 이야기 한 것이 기억이 나는데, 국가에 충성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 국민에게 정부가 비윤리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엘리트가 비윤리적인 모습을 띄게 되면 국민은 가치관이 붕괴되고 헷갈리며 정신분열증 비숫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듯 싶다. 목적하는 바가 원래 윤리적이었던 이념도 국민을 이중구속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반도가 이념때문에 지독히 헷갈리고 있었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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