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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6일 토요일

야자나무 아래서 / 자원의 저주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면, 남양 원주민들은 야자나무 아래서 일을 안하고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비숫한 만화를 보았으리라고 예상하는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edible economics에서 야자나무 아래서 게으름 피고 있으면 떨어지는 야자열매의 충격에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을 말한다. 그리고 따뜻하고 자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국민들이 게으른 것은 아니고 다른 문제, 예를 들면 정치적인 혼란이나 권위주의 정치 체제 또는 후진적 경제구조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하다고 말한다.

 

물론 벼의 3모작이 가능한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같은 이슬람권이지만 중동 지역의 이슬람 국가에 비해 매우 낙천적이고 즐겁다. 그래서 항상 방글 방글거린다고 한다(죄송). 방글라데시는 자원의 축복을 저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은 그 반대인 것 같다. 러시아와 북한은 항상 전쟁을 하거나 또는 전쟁을 하려고 하며, 자원이 풍부해서 조금만 노력해도 팽창할려고 몸부림치는 국력을 발로 꾹꾹 싹을 밟아버린다. 아마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많은 자원이 미래를 반등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그 시절은 절대 오지 않는다.

 

한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일본이나 스위스등 국가는 자원이 없는게 오히려 축복이었다. 오직 존재하는 인적자원을 최대한 개발하여 과학 기술로 발전한 국가들이다. 국가의 분위기는 습관이 된다. 미친 듯이 전쟁만 준비하는 나라는 영원히 전쟁과 함께 할 것이며 죽을 각오로 기술을 발전시킬려는 나라는 영원히 기술 발전과 함께 할 것이다. 언젠가 말했지만 러시아가 빨리 전쟁을 멈춰야 하는 이유다.

 

나는 직장을 옮기는 막간에 어렸을 때 살던 강원도의 광산지역을 돌아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아마 북한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곱씹는 나의 습관도 영원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날이 가면 갈수록 아쉬움 한없이 쌓인다.

 

북한과 한국은 고생대 지층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오래 눌려있던 지하자원들은 딱딱하다. 고생대 지층에서는 무연탄이나 석회석 그리고 텅스텐같은 것들이 많다. 북한의 백두산과 가까운 곳은 신생대 지층이 많다. 백두산과 개마고원은 신생대에 화산이 폭발하여 만들어진 지형이다. 그곳에는 벌써 채굴 활동이 활발한 아오지 탄광의 갈탄같은 무른 지하자원이 존재한다. 한국은 아직 모르지만 신생대 지층에서는 석유도 있다. 북한에 매우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토류는 지질시대하고는 크게 관련이 없고 암반 형태랑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간접적으로는 지질시대하고도 관련이 있다.

 

인공 지능에게 토론을 정리해 달라고 했더니 애초에 토론부터 품위가 낮은 광물 같다. 오래 생각한 나보다 못하다. 오늘은 인공지능으로부터 채굴한 지적 자원이 많지 않다.   


  자원의 저주풍요가 낳은 굶주림

이형춘 | 지정학 칼럼니스트

야자나무 아래 누우면 열매가 떨어진다. 머리가 깨질 수도 있지만,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적도 주변 남양의 섬나라들에 대한 이 오래된 인식은 단순한 편견이 아니다. 자연이 너무 관대한 곳에서는 생존의 압박이 낮아지고, 축적의 동기가 약해지며, 혹독한 겨울 없이 저장과 계획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합리적 적응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지상의 열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땅속 깊은 곳, 석유와 가스, 석탄과 철광석, 희토류가 묻혀 있는 나라들에서도 똑같은 역설이 작동한다. 자원이 있으면 버틴다. 망해도 복구된다. 땅이 있는 한 국가는 죽지 않는다. 이것이 자원 부국 권위주의 정권들의 공통된 심리적 확신이다.

푸틴의 전쟁 방정식

블라디미르 푸틴이 경제가 파탄나는 와중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광기가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자원 보유국 중 하나다.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 서방의 제재에도 인도·중국·터키로 우회 수출한다. 단기적 고통은 장기적 자원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냉혹한 계산이 그 안에 있다.

이것이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의 핵심 작동 원리다. 자원이 풍부할수록 정권은 세금 없이도 운영 가능해진다. 국민에게 책임질 필요가 없어지고,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토양이 사라진다.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가 무너진 것도, 다이아몬드가 쏟아지는 콩고가 여전히 가난한 것도 같은 이유다.

북한땅속을 보는 정권, 땅 위에서 굶는 인민

북한은 이 역설의 가장 순수한 형태다. 한반도 북부는 오랜 지질 역사가 빚어낸 광물의 보고다. 마그마 활동이 빚은 금·텅스텐·몰리브덴, 고생대 퇴적층에 쌓인 세계적 수준의 무연탄, 그리고 세계 최대급으로 추정되는 희토류 매장량. 김씨 정권이 국제 제재와 굶주림 속에서도 체제를 유지하는 밑천은 바로 이 땅속의 자산이다.

석탄과 철광석은 중국에 헐값으로 팔리고, 그 수익은 핵·미사일 개발과 엘리트 유지에 쓰인다. 자원의 수혜자는 국민이 아니다. 정권이다. 인민은 땅 위에서 굶고, 정권은 땅속을 담보로 버틴다. 이 괴리가 북한 체제의 본질적 모순이자, 외부 압박이 쉽게 먹히지 않는 구조적 이유다.

결핍이 만든 기적다른 선택지

반대의 사례도 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이들은 자원이 없어서 오히려 발전했다. 땅속에 기댈 것이 없으니 사람에게 투자했고, 생존의 압박이 혁신과 교육열을 만들어냈다. 역설적으로 결핍이 동력이 됐다. 야자나무가 없으니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자원의 저주는 운명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석유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두었다. 차이는 제도와 책임의 문화다. 자원이 있을 때 그것을 국민에게 돌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다.

야자나무 아래 누운 자가 항상 가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열매를 소수가 독점하는 순간, 나머지 모두는 굶는다. 러시아의 전쟁터에서, 북한의 배급 줄에서, 콩고의 광산 아동 노동자에게서 우리는 같은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

이형춘은 독립 칼럼니스트로 지정학·철학 분석을 한국어와 영어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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