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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8일 금요일

대칭세계(A symmetrical world) 5 / 극단성

언젠가 IT회사같은 가장 혁신인 일터에서 기술이 필요없는 현업에 종사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들을 대할 기회가 있었는데, 혁신을 기대하는 사람들과 보수적인 사람들의 분위기는 매우 달랐다. 그냥 달랐다고 표현할 정도가 아니고, 무한한 극단성을 띄고 반대로 달려가는 폭주기관차들같은 기분이었다. 우스운 것은 혁신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려져 있는데로 혁신을 위해 끝없이 달려가는 입장에 있는것은 이해가 가지만,보수적인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보수적으로 애써 달려가는 모습은 인상깊었다. 그러니까 변화하는 세상에 발을 맞추어 분위기에 편승만해도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는데, 노력하여 변화를 막을려고 하는 작위적인 모습이 좀 충격적이고 인상깊었다.

물론 나이나 학력의 차이가 혁신과 보수의 모습을 크게 판가름하기도 하지만 삶의 철학에 있어서 다져온 습관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를들면 이런 식이다. 일터에 대한 인식을 협동의 장소라기보다 갈등의 장소로 인식하거나 조직관계를 협력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권력관계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는듯 하다. 결국 자신을 보수로 몰고온 과거의 행적들을 살펴보면 게으름과 퇴행적인 사고들이 퇴보하고 있는 미래를 예고해 왔을텐데 아무런 대책없이 보수적으로 흘러들어와서는 변화할려는 사람들의 발목까지 붙들고 늘어지곤 한다.

우리들은 대게 어느 편에 서지 않음을 회색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담백함과 중용의 태도는 적어도 최소한의 안정성을 가져다 주는 진정한 보수의 모습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에 관해서 말하자면 국제환경이나 기술환경등에 맞추어서 사회도 변해가면 그것이 보수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을 짜놓고 변화할려는 노력을 진보라고 칭하고, 변하지 않을려고 하는게 아니라 옛날로 돌아갈려고 노력하는 반동적(反動的)입장을 보수라고 칭하는듯한 생각이다.

인간 개인이나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매우 사납지 않으면 매우 교활한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한 개인의 내면에서 그 두가지 성향이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조직이나 집단내에서 사나운 자가 있으면 교활한 자가 있어서 조직이나 집단 내부의 균형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가지 성향이 운명처럼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한 가지에 나오고서 가는 곳 모르는 부정적인 성향으로서 없는게 정상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듯 하다. 사회과학에서는 1970년대 중반쯤에는 갈등이 조직의 추진력에 도움이 된다는 갈등조장론까지 나오곤했는데, 사교육현장에서 공무원이 될려고 했던 젊은이들에게 이 사실을 수업하면서도 계속 의아했던 점은 갈등이라는게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나 혼자만의 독특하고 단순한 결론이 아니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학자들이 문자로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왜 사나움과 교활함은 함께 가는 것일까. 그 둘은 투쟁과 승부같은 비숫한 부정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사나운 자가 공격할때 교활하게 대응하거나 교활한 자가 공격할때 사납게 대응하는 싸움에 있어 상대방이 없는 무기를 내놓아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일 것이다. 이렇한 싸움의 장에서도 담백함과 중용의 회색주의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사나움과 교활함은 탐욕과 투쟁이라는 한 가지에서 발현한 태도일것인데 그 두가지를 희석시키고 미타찰(극락)으로 인도할 담백한 태도가 비난받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어떤 미국인사가 미국인은 불독같고, 일본인은 치와와같고, 한국인은 들개와 같다고 한 말이 떠 오른다. 반도와 같은 지리적 환경, 4계절과 같은 자연적 환경, 매운 음식, 외세의 빈번한 침략등이 한국인들의 기질을 그렇게 만들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특히 외압적 권력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대응하거나 상승욕구를 발현해 온 전통으로는 담백하고 평온하기 어려운 사회분위기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정치하고자 하거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들뛰거나 이상한 말실수를 수시로 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의지로 사회를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하는데, 대중사회의 개인들이 대부분 그렇다면 저런 이상한 모습들도 평범한 모습으로 용인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용인하면 별로 좋은 일이 없는 것은 확실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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