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태능에 사격장을 다녀올때였다. 당시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할려고 사격에 열중을 하고 있어서 사격원로분의 정신적인 후원을 많이 입고 있었다. 지금은 총이라는 무기가 가져다 주는 이미지와 내가 깊숙히 참견하는 북한문제와 연결고리가 생겨서 다른 분들이 불편해하실까봐 사격장에 얼굴을 못내밀고 집에서 새벽마다 공격발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게 어느 노인이 엽총으로 살인을 한 사건으로 총기를 영치보관하게 되어서 꿈 하나가 위태롭게 되었다. 중학교시절에는 북한의 사격영웅 소길산선수와 겨루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했는데, 나이가 꽤 들어서는 겨룬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나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서 올림픽에 사격선수로 나갈 '꿈'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스케이트마라톤 대회에 나갈 '꿈'등을 간직하며 그저 그렇게 모나지 않게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 함박눈이 내렸다. 주말에 202번 버스는 육사생도들이 종종 타기때문에 눈이 즐겁다. 세련된 정복과 꽃같은 젊음이 버스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데,북조선의 지도자가 태어났을때 비췄다는 그 존엄스러운 하늘의 광채보다 더 영광스럽다는 익살스러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잠시후 불암산을 다녀오는 60대로 보이는 등산객들때문에 버스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마 등산도중에 쌍쌍의 짝이 만들어졌고 그 와중에 파트너를 뺏고 빼앗기는 질투와 원한의 대 파노라마가 벌어졌던것 같다. 그리고 한 아주머니(옛날에는 할머니)에 의해서 등산스틱을 사용한 활극이 시작되었다. 어쨌던 이상한 상무정신(裳武情神)을 발휘한 활극으로 버스는 정차되어 경찰을 기다리게 되었고, 프랑스 샹송가수 아다모의 유명한 '눈이 내리네'의 가사속에 보이는 길이 막혀서 약속시간에 늦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고 '눈이 내리네'의 음율속에 들리는 눈 오는 날의 서정은 산산조각이 났다.
전철을 탈때마다 큰 소리로 떠드는 이들은 노인 분들이고, 술냄새를 풍기는 이도 노인 분들이다. 어제는 말도 안되는 정치이야기를 비합리적이고 감정섞인 이야기로 크게 떠들고 있었는데, '요즘 젊은 것들'을 크게 질책하면서 승객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었다. 함께 탄 젊은이들은 생각보다 훌륭한 가르침을 받은듯 하다. 절대 저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 같은 것이다. 항상 우려하는 일이지만 그 노인분들도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정치인이 그 한 표를 얻기 위해서 공약과 정책결정을 함께 수준을 낮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벌어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각주- 위의 상무정신의 상(裳)자는 아랫도리 옷 '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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