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좋은 책이 있어서 가까운 몇몇 지인과 가족들에게 카톡과 문자로 책을 소개했다. 생일선물로 가장 나쁜게 책이라고 하는데,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재난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줄것같아서 소개할 대상을 엄선했다. 대체로 수험서외의 책을 잘 안 읽는 한반도 사람들에게는 책을 소개해주는 행위가 무관심으로 머쓱한 반응이 되어 돌아 올 확률이 많은 것은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해서 멘토가 그리운 날 책을 소개해준 사람과는 상관없이 어렴풋이 떠 오르는 책이름을 생각하고 서점에서 찾아보고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내 자신의 인격의 품질은 보증할 수 없지만 책소개는 가끔 하는 편이다.
세상에 나처럼 책읽는 행위의 도움을 많이 받은 사람도 없는듯 하다. 어렸을때 어느 날 부친이 열차여행을 다녀 오면서 호두과자 미루꾸캬라멜 그리고 커다란 종이 두루마리 두개, 책 한권 그리고 술냄새를 가지고 오셨다. 당연히 어린 형제들에게는 종이 두루마리와 책 한권이 천덕꾸러기로 여겨졌지만 종이 두루마리는 곧 벽에 붙여졌다. 하나는 세계전도였고, 하나는 고조선때부터의 수백명의 한국의 위인들을 명함판 사진과 더불어 약력을 적어놓은 종이였다. 이순신장군은 사진이 잘 나왔는데, 이성계장군의 사진은 엄청 안나왔다는 생각, 고구려의 위기때 고국원왕을 구한 유유장군은 옆집 명자의 꽁지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쨌던 몇년동안 종이 두루마리 두개는 벽에 붙여져 있었고, 나도 모르게 그걸 다 외우고 있었다. 책 한권은 오시림이라는 사람이 쓴 [적과 동지]라는 정치서적이었는데, 조숙하게도 국민학생이 그만 그것도 다 외우고 말았다.
훗날 지리와 역사관련된 지식은 생계유지에 도움이 되었고, 정치관련 서적은 일지감치 정치적인 마인드를 진화시키는 좋은 역할을 했던것 같다.그것말고도 몸이 아프면 건강관련 서적을 수백권 들춰보면서 치료하고, 운동이 필요하면 스포츠관련 서적을 수백권 들춰보면서 운동실력을 늘렸는데, 내 지적탐구의 중세시대같은 암흑기는 사법시험 공부한다고 법서를 보거나 버케블러리 33000같은 단어집을 깡으로 외우고 있을때였던것 같다. 농담아닌 진담으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해서 사법시험공부는 그만두었는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만둔 적은 없는듯 하다.
한 번은 친구가 책을 읽는 순간은 그 세계를 다녀 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듯 하다. 의사 소통도 안되고 신체의 움직임만 있는 일터에서 일과 시간이 끝나면 책이 있는 그리운 집으로 오는 길이 가슴뛰기도 했는데, 어떨때는 심리학 서적을 읽고 일터에서 있었던 인간사를 해석하고 정리하면서 현실의 갈등과 불편함을 해소하기도 하였다.
독서는 처한 현실과 다른 세계에 대한 탐구다. 하지만 많은 경험이 삶을 풍족하게 하듯이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깰 수 있는 또 다른 인생경험으로서 삶을 풍족하게 하는듯 하다. 사람은 읽는대로 만들어진다고도 한다. 물론 읽는 사람에 한해서이다. 적어도 독서를 하게 되면 현실에 동조하지 않는 고집이 생긴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듯 하다. 북한사회는 그래서 국민이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통제하였던 것이다. 결국 국민이 독서를 많이 하는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제사회에서 독서를 하지 않는 국가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듯 하다. 앉아서 다방면의 경험을 하고 있는 인재가 많은 나라를 이념서적 한 가지만 읽고 있는 등신이 많은 나라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정신적, 문화적으로 제압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뿐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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