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은 인류의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아직 미개한 부족을 찾아가서 그 부족의 일원으로서 생활하며 발전한 인류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많은 모티브(motive)를 얻어 내기도 한다. 그런 연구 방법을 '참여관찰법'이라고 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고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하기도 하지만 추장의 눈에 들어 고향에 두고온 처자식의 사정과는 아랑곳 없이 추장의 아름다운 딸과 결혼해야 하는 행운도 생긴다. 그 부족에게 미인의 기준이 무지무지하게 긴 목인지 아니면 코에 코뚜레를 이쁘게 잘 뚫었는지는 알바가 아니고 추장 손에 목숨을 잃지 않을려면 장가를 두 번 가야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다.
동쪽 바다 건너 꼬린이라는 부족이 있었다. 다른 부족과는 달리 유난히 계급사회가 심하고 창이나 화살의 재료로 철을 사용하는 시기가 늦어 침략적인 짜판이란 부족의 침략을 당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계급사회와 짜판부족통제의 후유증인지 유난히 어떤 신을 믿어야 부족의 안녕을 기원할 수 있는지 관심이 많았다. 그 문제를 놓고 부족 내에서 전쟁이 벌어져 뿌깐과 따민꼬라는 부족으로 나뉘게 되었다. 뿌깐은 호전성을 띄고 기계적 평등을 추구하였으며, 따민꼬는 자유로운 사회와 자유로운 물물교환을 추구하는 성격을 지녔다. 뿌깐은 자신들의 사회특성에 맞는 꼬뮨이라는 신을 믿게 되고, 따민꼬는 께삐떨이라는 신을 믿게 되었는데, 따민꼬의 자유로운 분위기의 특성상 여러 잡신들을 믿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두 부족, 뿌깐과 따민꼬는 원래 추구하던 신들의 성격과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둘다 강한 추장이 등장하여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꼬뮨과 깨삐떨이라는 신 대신에 추장 자신을 믿으라고 윽박지르고 그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였다. 뿌깐부족이 훨씬 심했다. 따민꼬 부족은 추장보다 똑똑한 사람들도 많고 해서 추장과 부족의 구성원들이 싸우기도 했지만 추장과 부족원들이 노력하여 뿌깐보다는 훨씬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었다. 뿌깐은 키밀션이라는 추장이 자신을 신으로 만든 새로운 경전인 추 치오샤샨을 만들어 부족원들에게 그것만 강요하는 바람에 부족원들이 아무런 발전도 못하고 야만의 상태에서 해메다가 홀랑 망했다. 잘 나가던 따민꼬도 부족의 역사를 기술하는 문제를 두고 뿌깐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촛점을 두다가 부족 내부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어떤 인류학자가 참여관찰법에 의해 꼬린이라는 부족을 몇 대에 걸쳐서 관찰해 본 이야기를 간략하게 서술했는데, 그 인류학자 말을 빌리자면 어느 날 뿌깐뿐만 아니라 따민꼬까지 망하는 꿍꼬따고 한다. 추장 딸과 결혼은 커녕 그 사이에서 장가도 못가보고 살아나가는게 위태롭다는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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