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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9일 금요일

공안기관의 내집단화와 통제

조사를 받는 절차중인데도 팔짱을 끼고서 웃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수석의 여유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정보기관 퇴직자들로 만들어진 정보동우회, 경찰 퇴직자들로 만들어진 경우회등의 내집단의 결속력을 얻어내기 위한 모임들이었다. 검찰은 그런 통합된 조직이 없지만 정치적 이념이나 정치적 라인을 통한 연대감으로 작은 조직들을 만들어내는 전통이 있었던 것 같다.

과거 잠시 경찰공무원이 될려는 젊은이들을 학습지도한 적이 있는데, 다이나믹한 경찰직에 매력을 느끼는 밝고 활달한 젊은이들이었던 것 같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이나 마마를 두려워했지만 우리 어린시절에만 해도 순사를 무서워했다. 일본제국주의 시절 경찰은 국민을 억압하는 존재였고, 꽤 오랫동안 정부에 대해 할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폭압적인 존재로 군림했다. 사실 경찰 조직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정치권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어서 꽤나 채신머리없는 소수의 경찰가족(경찰이 아님)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데, 자신과 의견이 어긋나거나 가족인 경찰 당사자의 정보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주변의 누구든지 적대적인 관계로 만들곤 했다. 그래서 친하던 인연도 끊어지고 본인들은 왜 그런지 모르는 황당한 일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 배후에는 내집단화 의식, 그러니까 국민과 다른 '우리들 세계'를 만들어 온 전통이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난히 한국의 공안기관들은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이념이 아닌 군림한다는 이념으로 지탱하는 조직같다. 현업에서 고생하는 실무자들과는 달리 직급이 높아질수록 정치적 이념과 결합되는 성향이 있고, 그 정치적 이념은 당연히 정권의 성향이랑 결합이 되는듯 하다. 불행스러운건지 다행스러운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급적 평등을 주장하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정부가 들어서면 집단의 우월감에 손상을 입을 것을 두려워하여 정치권력에 대항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아마 공안검사출신으로 오랫동안 한국정치의 좋지 않은 모습을 그려낸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가 남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도와서 우리의 영역을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의도인지도 모른다.

이번 정부가 들어서서 국정원의 국내정보활동과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집중시킬려고 하니 경찰권이 강해질 우려가 있다는 생각들을 많이 한다. 생각해보건데 국내정보활동은 경찰이 국정원 못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잘 아는 사실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독일경찰은 한국의 국정원이 할 수 있는 국내정보활동의 대부분을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독일경찰이 정보활동으로 인한 권력의 집중이 되지 않은 까닭은 중앙연방경찰이랑 지방정부경찰로 분권화 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공안기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본질적인 목적(국민에 대한 봉사)이외의 목적으로 집중화 되어 내집단화 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업무의 부처간 분산이나 재배치도 중요하지만 공안기관의 수장급의 고위직을 민간에게 개방시키거나 선거에 의한 임명등을 통하여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추진해봐야 한다.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월급이나 명예에 덧붙여 권력까지 탐하면서 국민이나 조직의 성실한 일원들 위에 군림할려는 이들이 어떻게 저렇게 통제받지 않고 죄인으로 조사받으면서도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지 신기한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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