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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1일 수요일

사격훈련과 감정신호 / 폴 에크만

50미터권총사격종목이 도쿄 올림픽때부터 없어진다고 한다. 금메달을 독식했던 진종오선수를 비롯한 아시아선수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정이다. 현역선수는 아니지만 22구경 실탄권총사격종목이고 10미터 공기권총종목에 비해서 조금 더 재능이나 내면의 수양이 필요한 종목인것 같다는 내 나름대로의 판단을 하고 마음을 둘 수 있는 종목으로 여겼던 터라 함께 실망했다. 민간인이 총기와 친밀한 서양선수들에 비해서 동양선수들이 사격이나 양궁에 우세한 이유는 엘리트체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좀 다른 이유도 있는듯 하다. 다른 종목들에 비해서 조금 더 절제와 수양이 필요한 종목이라서 동양의 전통적인 훈련방식이나 유전적인 재능등이 작용한듯 하다.


가끔 사회적 관계에서 정신이 혼돈스러운 일을 겪곤 하는데(정말 많이 겪었다. 그것도 고강도로), 그때마다 종교인이 신앙으로 돌아오듯이 정확한 사격이 가능한 멘탈로 돌아오는 습관을 키웠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건지는 알바가 아니고 내면세계의 평정심과 관찰력만 가져다주면 그것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모두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를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순간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때문에 올림픽에서 사격종목중 하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진심으로 불쾌한 기분이든다. 사격은 할아버지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거나 할머니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한다. 아마 평정심에서 잇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격을 염두에 두면서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습성이 생긴듯 하다. 얼굴표정으로 마음을 읽는 연구의 권위자인 폴 에크만(Paul Ekman 1934 - ) 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는 1960년대 후반 파푸아뉴기니의 원주민인 포레족과 미국대학생들과의 감정표현과 이해에 대한 교차실험을 했다. 서로 어떤 문명적인 교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레족과 미국대학생들은 서로의 얼굴 표정이 담긴 사진을 보고 서로의 감정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에크만 교수는 미국연방수사국(FBI)와 중앙정보국(CIA)등에서 범죄 용의자나 테러리스트의 표정 및 심리분석에 관한 조언을 맡았다.

사격과 명상같은 초합리적인 정신능력과의 연관성에 관심을 갖는 이도 있겠지만 장기간의 연습이나 마음에 두는 시간 자체가 명상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누구나 자주 쏠 수 없는 실탄권총과는 달리 스포츠권총은 진종오선수같은 엘리트선수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근접해가는 연습실력과는 달리 진짜 경기에 임하면 달인과 평범한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었던것 같다. 아마 세상이치가 그럴 것이다. 어떤 일본 사업가가 돌 위에서라도 3년만 앉아 있어보면 깨닫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지극히 일본인다운, 아니면 예의 동양인다운 발상이지만 사실 그렇다. 어떤 분야든지 1인자가 되는 길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길 외에는 편법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 사실을 아는 바에는 속칭 '잔 머리'를 쓰거나 쓰는 사람을 보는 것이 불편해지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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