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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4일 일요일

기분파가 아닌 기본파

사회초년생시절 용광로에서 막노동과 외판원등을 하다가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수험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했다. 지적인( intellectual)일을 하는 내내 막노동판이 그리웠다.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벌써 이념적 프레임을 바탕으로 한 좌파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고 선천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난 신체를 튼튼하게 하고 정신력을 강화시키는 재미가 있었다. 사무실 책상에 '이등병처럼 살라'라는 구호를 써놓고서는 실천할려고 노력했던것 같다.

그 당시 빨치산이었던 이태씨의 수기인 [남부군]과 육철식씨의 수기인[빨치산]을 읽었다. 나의 부친은 인민군장교였던 친구의 강권에 의해 남파공작원이나 인민군정치장교를 양성하는 학교(강동정치학원)에 입교를 하던 중 기차역에서 탈출하여 월남을 했는데, 육철식씨는 그 학교 출신이었다.나의 부친은 팔자가 세서 한반도에서는 남파공작원이 아니면 북파공작원으로 살 운명이었던것 같다.  그 책들을 보면서 느낀점은 그 참혹한 고생을 하면서도 이념으로 선동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들이나 남부군 대장 이현상과 같은 인텔리들의 카리스마에 대해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 말을 타고 나타난 강동정치학원 교장인 오진우의 위용이 모두 같잖았다. 작금의 현실도 그렇지만 일제식민지치하를 겪은지 얼마 안되어 이념이란 정신나간 관념에 의해서 휘둘리는 운명들이 그 안에서 '멋'을 찾고 있었다. 즉 '기분'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운동을 하다가 기분내지 않고 기본에 충실할려고 하니 운동실력이 급속히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기분에 휘둘린다는 것은 때로는 위험하다. 뭔가 상황이 내뜻대로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을 수만은 없는듯 하다. 좋아서 입벌리고 웃다보면 입속으로 파리들어가는 것을 모른다.

몇 개월전 건설기계를 운전하며 가고 있었는데, 투싼 승용차 한대가 천천히 따라붙었다. 그런 상황이 예전에도 있어서 별로 신경을 안쓰고 있다가 퇴근때 다시 따라붙는 것을 보고 무엇인가 나에게 시위를 하는구나 생각하고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천천히 근래에 있었던 일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위 글을 쓴지 몇 일 후였는데, 그 몇일전 국회정문에서 민영화반대 시위를하던 KTX철도노조위원장을 만나 민영화와 신자유주의에 관한 짤막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옆에 서있던 누군가에게 살짝 웃었던 적도 있었다. 원래 시위하는 노조위원장옆에 안전을 위해 기관에 계시는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난 우파든 좌파든 이념이 같잖았다.

나이가 먹으면 정신적 신체적능력이 퇴화됨에 따라서 열정과 인내심도 수그러들고 보수적으로 변하기 쉬운듯 하다. 뭔가 이루어놓거나 가진것 안에서 자신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실용주의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열정이나 정신적인 탄력성이 필요한듯 하다. 어떻게보면 극우나 극좌는 기본을 잃어버리고 기분에 휘둘리게 된 형국이다. 보수가 부정부패와 친해지고 진보가 입진보(말만 살아있는 진보)가 되는 이유는 기본을 잃어버린 까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들어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기분을 잘 내는데다가 내 자신도 점점 열정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기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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