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ed By Blogger

2017년 5월 9일 화요일

앙드레지드(Andre Paul Guillaume Gide)와 인연의 흐름

앙드레지드(Andre Paul Guillaume Gide)와 시몬느베이유(Simone Weil)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바람대로 젊은 실용주의자인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대선결과를 한 고비를 넘기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어디서든지 그런 일들이 있지만, 대중이 잘 모르는 일의 현장에서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치고받고 했던 일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인연으로 생성되는 시간들이다. 최순실 사건이후 내가 줄다리기 했던 상대의 크기가 이것밖에 안되었나 하는 생각에 좀 허탈한 기분이 들어서 내내 실없이 웃으면서 지냈다.

중학교 1학년때 어느 군소재지로 전학을 왔는데, 주변의 모든 것이 안좋았으므로 위안을 받기위해 서점을 찾았다. 그 날 프랑스문호 앙드레지드의 [좁은 문]이라는 책을 골랐고, 막 수입상영되던 영화 [갈매기 조나산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의 대본을 구입했다. 그리고 영화 [슈퍼맨]의 대본을 꺼내서 읽다가 하필 서점을 방문했던 국어선생님에게 들켜서 책 두권에 대해서는 칭찬받고 슈퍼맨대본에 대해서는 핀잔을 받았다. 뜻밖에 학교공부를 포기한 댓가로 책을 읽을만한 여유가 있었다. 서점을 나오니 길건너편에서 테테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신문배달하고 남은 신문을 버스터미널에서 팔고 있었는데, 어려운 처지의 여러형태와 부모님의 사랑을 아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제목은 [좁은문]이었는데, 그 책속에 [전원교향악]이 함께 끼어들어 있었다. 사촌지간인 알리사와 제롬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리사가 좁은문이라는 은유를 사용해서 설명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천국으로 가는 길은 '좁은문'을 지나야 한다는 알리사의 설명이 있었다. 사실 [전원교향악]이 인상에 남았다. 장님인 제르튀르드가 젊은 여주인공이고 제르튀르드를 돌봐주던 목사(이름은 기억 안남)가 등장을 하는데, 제르튀르드는 수술로 눈을 뜨게 되고, 목사는 제르튀르드를 사랑하게 되고, 제르튀르드는 자신을 정말 순수하게 사랑했던 사람은 목사가 아니라 목사의 아들이였음을 깨닫고 자살한다는 내용이었다.

[갈매기조나산]은 주인공 갈매기인 조나산이 스승으로부터 비행법을 배워가는 장면을 명상적으로 구성했는데, 역시 책을 좋아하던 누이가 영화를 보았는데, 영상미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나중에 저자인 리처드바크(Richard Bach)의 책을 많이 읽었다. 리처드바크는 현실로도 푼돈을 받고 아이들에게 비행기를 태워주거나 곡예를 보여주는 떠돌이 비행사로서 생활을 했는데, 리처드바크의 낭만적이고 명상적이면서 방랑적인 모습은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안주하게 하지 못하는 생각을 만드는 시초가 되었던것 같다. 

하필이면 예의 국어선생님눈에 들어서 학교도서관일을 하게 되었다. 방과후에 책을 대출해주는 일을 했는데, 시골학교치고는 정말 근사한 도서관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대출해주고 대출해가는 사람은 '나' 한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민법용어로 표현하면 '자기계약'을 한 것이다. 덕분에 이것 저것 많이 읽었는데, 똑똑하게 생긴 내 사수가 1년 선배였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때문에 선배를 따라 잠시 개신교를 다녔는데, 앙드레지드와 도서관과 개신교가 내 의식속에서 얽혀가면서 친근하다기보다 '잘 알 수 있는 세계'가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연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이념문제로 고민하던 국가에서 이념문제가 인연이 되어 힘들게 살아가던 가정에서 현실적인 꿈을 꿀 수 없어서 공부대신 책만 읽다가 종교와 의식적으로 인연을 맺게되고, 먼 훗날 이념과 그 종교를 이용해서 '이상한 짓'을 하던 패거리들과 치고 받게 되고, 그렇게 치고 받던 내 자신의 심정은 눈이 멀었을때 무척 아름다울거라고 상상했던 세상이 막상 눈을 뜨고보니 실망스러운 세상이었다는 제르튀르드의 자괴감 이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념문제해결을 위한 '실용주의 정치'를 이야기하는 내 자신, 그리고 앙드레지드의 나라에서 연상의 사촌인 알리사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제롬과는 달리 이룰 수 없어 보이는 사랑을 이룬  실용주의 대선주자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고, 다음날 한국에서도 실용주의 정치를 위한 한 걸음이 시작되는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이렇게 인연이 맺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인것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