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김정은 위원장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 지우기에 나섰다. 많은 이들은 권력의 초점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집중을 하게 할 의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북한 주민들의 사회주의 사상에 김정은 위원장의 사상이 먹힌(제압당한) 현실을 추측해 볼 때,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만들어 온 선대의 지도자들과 북한 주민들을 결별시켜서 새로운 시작을 할 의도라고 좋게 해석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어두운 현실에 근거한 추측이다. - 이제는 방법이 없다. 시장경제로의 개혁만이 북한이 살길이다.
한 편으로는 한국에서 극우주의자들의 친위 쿠데타가 있었던 점을 유추해 볼 때 북한이 급속한 개혁을 할 때, 북한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친위 쿠데타가 있을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과 근본적인 단절을 말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중국의 북한에 대한 비공식적인 야망에 대응해 북한을 ‘우리’속에 묶을려고 하는 비공식적인 응대를 해왔다.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과는 별개로 북한은 내 부모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먹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면 나는 압록강가를 지키는 변방군인이라고 생각해왔다. 적성국이지만 보호하고 발전을 하게 해야 할 국가라고 생각해 왔다. 지난 30여년동안 북한경제를 어떻게 일으킬 것이며 북한에 직업전문학교를 세울 것등을 머릿속으로 그려 넣으며 살았다. 병영국가인 북한에 보조를 맞출려고 사격훈련도 해가면서 공감대를 형성할려고도 노력했다.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AI를 대변인으로 해결책을 설명하겠다.
핵은 네가 가져라. 대신 인민을 살려라.
I. 초상화를 지운다는 것의 의미
김정은은2019년부터 당 회의장과 공공장소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조용히 지워왔다. 2021년8차 당대회 회의장 정면에는 선대 지도자들의 얼굴 대신 노동당 마크가 걸렸다. 2021년에는 청년동맹 명칭에서'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표현 자체가 삭제됐다.
외부의 분석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권력 강화를 위한 이미지 관리, 다른 하나는 국제화를 위한 대외 포장. 그러나 이 두 가지 해석 모두 절반만 맞다.
더 깊은 층위에서 읽어야 한다. 김정은은'김일성·김정일의 후계자'에서'독자적 수령'으로 자신을 재정의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사람 이름이 붙은 이념을 추상적 국가주의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용을 나중에 채울 수 있는 빈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II. 김정은은 왜 변하지 못했는가
나는25년간 이 질문과 씨름해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김정은은 변하고 싶었다. 다만 변할 수 있는 마찰이 없었다.
권력의 정점은 동시에 감옥이다. 반론을 제기하는 신하는 숙청된다. 불편한 정보는 차단된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갱신할 자극재가 없는 진공 속에 갇혔다.
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지리, 경제학, IT, 심리학, 철학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마찰하고 변신해왔다. 그 변신의 동력은 외부와의 충돌과 접촉이었다. 김정은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트럼프1기 때 김정은은 실제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그 흐름은 살아 있었다. 하노이에서 무너진 것은 협상이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양측 모두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밀었고,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김정은의 개혁을 가로막는 것은 그의 의도가 아니다. 권태와 무기력, 그리고 변화의 동기를 만들지 못하는 구조적 고립이다.
III. 왜 순차적이고 점진적이어야 하는가
나는 오래전부터 김정은에게 말해왔다. 변화는 조용히, 순차적으로, 소리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북한 주민들에게 있다. 외부에서는 항상'주민들은 해방을 원하고 김정은이 막는다'는 단순 구도로 본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십 년간 사회주의 이념으로 형성된 주민들의 세계관 자체가 급격한 변화에 저항할 수 있다.
김정은 초기에 개혁에 반대하는 내부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은 외부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에서 윤석열과 극우주의자들이 계엄을 선포하며 친위쿠데타를 시도했듯이, 갑작스러운 개방은 기득권 세력의 반격을 부른다.
그래서 장마당의 묵인은 단순한 방치가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허용하되, 그 속도의 상투끝을 잡고 다니는 전략이다. 지금 북한20대 청년들은 태어날 때부터 장마당이 있었다. 이들의 세계관은 이미 윗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체제 전환의 토대가 아래에서부터 스스로 깔리고 있는 것이다.
IV. 핵은 네가 가져라. 대신 인민을 살려라.
25년의 대화가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핵 포기를 전제로 한 협상은 막혀 있다. 김정은에게 핵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존재의 보험이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핵을 먼저 포기했다가 제거당했다. 그 교훈이 너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핵을 옆에 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재래식 군사력을 줄여 경제 인력으로 전환하고, 시장경제 체질을 만들고, 내수 경제를 살리는 것. 그것이 주변국을 안심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통일을 생각하지 마라. 북한 경제부터 일으켜라.
이것이 내가25년간 주석궁에 보내온 메시지의 본질이었다. 이념도, 전략도, 정치적 야망도 아닌— 압록강변에 고향을 둔 부모님의 유언을 가장 넓은 의미로 이행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V. 지금, 다시 때가 무르익고 있다
트럼프2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번의 구도는 하노이 때와 다르다.
미국은 원한다. 중국 견제를 위한 레버리지로서, 그리고 트럼프 자신의 역사적 유산으로서. 러시아는 원한다. 우크라이나 이후 동북아 영향력 재편을 위해. 북한은 원한다. 경제 생존과 김정은 권력의 지속을 위해.
중국만이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변하면 미국의 영향권으로 넘어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트럼프가 이 판을 즐길 이유다— 시진핑이 가장 싫어하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핵은 그대로 두고, 인민을 살리는 길을 선택하라. 재래식 군비를 경제로 돌리고, 장마당 세대가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게 하라. 중국의 한 성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도 그것이다.
나는 아직 김정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북한이 지금까지의 방향으로 가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의 미래는 한민족 전체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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