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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3일 수요일

전쟁과 노화

청년기에 혹독한 고생이 있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더 나은 것에 대한 부러움이 덜 하고, 나와 경쟁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케인즈의 말을 떠올렸다. 가끔 경쟁심 많은 친구들에게 나랑 혹독하게 경쟁 해보자라는 말로 마음의 중심을 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요즘 부쩍 변해가는 각국의 지도자들을 보면서 개인의 편협한 마음이 당신들도 힘들게 하고 있을거라는 추측을 한다. 나는 청년기에 육체 노동이나 공장 노동 또는 청소 노동등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마음이 편하다는 걸 느꼈다. 아마도 능동적으로 욕망을 버리고 마음을 죽이는 기술을 터득한 것 같았다. 나중에 종교인 같다는 오해도 받았는데, 사실 늙기도 서러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기 싫은 까닭이었다.

 

전쟁 트라우마 때문에 삶의 욕망이 너무 없거나 집착이 너무 강한 나의 부모님에 관한 고민 상담을 인공지능에게 하다가 30여년 전부터 깊이 관찰했던 각국 지도자들의 외모에 씌여있는 연대기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비약해버렸다.

 

  

전쟁과 노화

탐욕이 전쟁을 만들고, 불안이 노화를 만든다

 

1. 대의는 항상 탐욕의 포장지였다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패턴이 있다. 이념이든 종교든, 대의를 내세운 모든 거대한 충돌의 이면에는 소수의 탐욕과 권력욕이 작동하고 있었다.

십자군은 신의 이름으로 행군했지만 실제 목적은 교황권 확장과 영토 획득이었다. 공산혁명은 평등을 외쳤지만 결국 새로운 특권계급을 만들어냈다. 냉전은 자유와 평등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양 진영 모두에서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복무했다. 한국전쟁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한반도 민중의 삶은 강대국 전략의 체스판 위에 놓인 말이었다.

이념적 확신처럼 보이는 것 중 상당수가 실은 지배욕, 굴복시키고 싶은 충동,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나르시시즘적 욕망이다. 계산된 탐욕보다 어떤 면에서 더 위험하다. 스스로를 순수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종교 권력과 이념 권력은 작동 방식이 동일하다. 둘 다 절대적 진리를 주장하고, 내부자와 외부자를 가르며, 의심하는 자를 적으로 규정한다. 그 구조 안에서 가장 먼저 짓밟히는 것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2. 다수는 왜 소수의 탐욕에 휘둘리는가

인간이 평등하다는 전제 위에서 보면, 소수의 탐욕이 다수를 지배하는 반복적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구조에는 냉혹한 메커니즘이 있다.

첫째는 시간의 비대칭이다. 평범한 다수는 생존에 쫓긴다. 탐욕을 가진 소수는 권력 획득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사람이 가장 취약한 순간불안할 때, 외로울 때, 의미를 잃었을 때정확히 파고드는 것은 이 여유에서 나온다.

둘째는 소속의 심리다. 인간에게는 평등을 향한 충동과 동시에 누군가를 따르고 싶은 충동도 있다. 강한 지도자, 명확한 적, 단순한 대의가 제공될 때 다수는 종종 자발적으로 동원된다. 탐욕스러운 소수는 이 심리를 정확히 이용한다.

그러나 이 구조는 영속하지 않는다. 계몽, 즉 구조를 꿰뚫어 보는 인식의 확산이 역사를 조금씩 바꿔왔다. 인류의 변화는 항상 이 인식을 먼저 가진 사람들로부터 시작됐다.

3. 권력자들의 외로움과 노화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의 외로움은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 주변에 사람이 넘치지만 그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원하거나 두려워한다. 진심을 말하는 자가 없다. 권력자는 결국 자신의 메아리만 듣게 된다.

푸틴의 외로움은 편집증으로 굳었다. 시진핑의 것은 문화대혁명의 상처에서 자라난 통제욕이 됐다. 김정은은 어린 나이에 후계자로 지목되어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한 적이 없다. 트럼프는 외로움을 인정하지 못해 끊임없는 군중의 갈채를 필요로 한다. 네 사람 모두, 외로움을 권력으로 메우려 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 늙어가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내면의 비용이 몸에 나타난다. 현실로부터 격리된 자는 정신이 먼저 늙고, 몸이 따라간다.

외로움을 억누르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노화의 속도를 다르게 만든다. 저항하지 않는 외로움은 소모되지 않는다. 부정해야 하는 외로움은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진한다. 노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4. 평화로운 행동만이 진리다

모두가 평화로우면 마음이 쫓길 이유가 없다. 외로움도 덜 느낄 것이다. 노화도 늦게 온다.

이것은 관념이 아니다. 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재다.

종교는 올바른 믿음을 가지면 구원받는다고 한다. 이념은 올바른 체제가 실현되면 인간이 해방된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적으로 증명해왔다. 그 믿음과 체제가 평화를 만들기는커녕 가장 먼저 평화를 파괴한다는 것을.

결론의 순서는 다르다. 믿음이나 체제가 평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행동 자체가 구원이다.

추상적 대의가 아닌 지금 이 자리의 행동. 탐욕의 구조를 꿰뚫어 보되 인간을 버리지 않는 것. 어느 진영에도 함몰되지 않으면서 각각의 이면을 보는 것. 실사구시이것이 유일하게 실재하는 진리다.

 

평화로운 행동만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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