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군부쿠데타가 일어나자 현터키정부의 성격을 생각할때 미국이나 유엔은 적어도 쿠데타측의 편을 들지는 않을 지언정 침묵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즉각 민주적인 선거로 구성된 현 정부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아 좀 의외였다. 혹자는 미국이 국익에 의해 반응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유엔은 그렇게 해석이 안되는 점이 있었다. 아마도 쿠데타군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만한 여건이 안되어 있다는 정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쿠데타군이 일시적으로 승리를 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종교적인 원리주의자들과 개혁파들의 투쟁이 내란으로 번질 위험이 있고, 한참 세력이 꺾이는 중인 IS(이슬람국가)세력이 내란의 틈새시장을 개척할 위험이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현 터키정부가 IS에 친화적인 이슬람원리주의 성격을 가졌기때문에 내란중 IS는 터키의 절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쿠데타의 시기가 별로 안좋았고(어쩌면 이런 문제로 쿠데타가 일어났겠지만), 육군보다는 공군쪽이 쿠데타의 주도세력이 되었다는 문제점이 있는듯 하다.
터키는 개혁파들의 오랜 쿠데타의 전통이 있다. 1908년 젊은 장교들이 주축이 된 청년투르크당이 진보와 통일을 외치며 무장혁명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2차 입헌운동), 개혁과 더불어 청년투르크당의 성격은 패권주의를 주장하는 전근대적인 면도 있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 터키는 케말파샤라는 군사지도자가 쿠데타를 일으켜 의식있는 통치로 터키를 발전시킨 일이 있는데, 집권적인 통치에 대해서 그다지 거부하지 않는 민중이 많다는 점은 케말파샤의 존재때문에 생긴 역사적이고 의식적인 습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무슨 문제가 있으면 군사쿠데타가 잘 일어나는 이유도 매우 성공적인 군사쿠데타가 여러번 있었다는 역사적인 인식과 습관때문인지도 모른다. 청년투르크당의 쿠데타와 케말파샤의 등장은 개혁을 위한 쿠데타가 매우 좋을 수 있다는 인식도 심어주었기 때문인듯 하다. 물론 반대로 쿠데타로 만든 정부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식도 함께 가져다 준 절묘함이 있는듯 하다.
그러니까 투르크를 구한 전쟁영웅 케말파샤를 꿈꾸는 많은 쿠데타후보자들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많은 국민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양쪽이 다 좋은 명분을 가지고 대립하다가 힘에 의해서 정의가 판단되는 문제가 있는듯 하다. 그러나 터키 사법부의 인재들이 어떤 방식으로 쿠데타에 가입했고, 왜 대대적인 사법부숙청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종교국가가 되어 팔레비왕시대보다 문화적, 경제적으로 많이 어두워진 이란의 전철을 밟지 않는게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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