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때 전교생이 현직 교장선생님의 송덕비를 세우는 노역에 동원되었다. 정으로 '교장 한성*'이라고 깊게 파여진 바위를 옮기며 어린마음에도 교장선생님이 바뀌면 이 바위는 다시 뽑힐텐데 왜 이런 헛수고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동원을 진두지휘하는 교장선생님이 옆으로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야 교장 선생님이 돌아가셨냐?" 킥킥 웃는 아이들과 무슨 말인지 모르고 진두지휘하시는 교장선생님을 보면서 기뻤는데 연세 지긋하시고 영민한 학생주임선생님의 손에 볼을 잡히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웃긴데도 웃을 수가 없는 일들이 많을 것임을 느꼈다.
급하게 바리바리 짐을 묶어서 트럭에 싣고 개성공단으로 부터 내려오는 마지막 자동차의 사진을 보면서 굉장히 웃긴데 웃을 수가 없다. 초코파이 하나로 그 날의 보람을 느끼는 북한인민들의 실망과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을 우리측 입주업자들을 생각하면 블랙코미디와 같은 일들이 있었던가 싶다.
60년전에도 목숨걸린 코미디에 수백만의 진지한 백성이 희생을 당했는데, 저정도 희생쯤이야 하는 강심장이 된 한반도의 백성들은 우토피아(愚土彼我)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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