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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일요일

개성공단과 이념


민중은 웅변을 좋아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본질은 현실주의자다

- 아그네스스메들리 -

중국인민해방군에 종군하였던 미국의 평론가 아그네스스메들리가 어느 고을의 대중집회에서 연설을 하다가 느낀 생각이다. 아그네스스메들리는 공산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혁명을 헌신적으로 지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익을 구하는 민중의 본질을 간파하는 모순을 느끼고 있었던것 같다.

자본주의는 자본과 경제력이 선전활동의 수단이고 공산주의는 이념적인 선동이 선전활동의 수단이라는 발상은 진리인듯하다. 개성공단이 가져다주는 경제적인 이익과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외에 폐쇄적인 북한인민에게 자본주의사상과 자유경제에 관한 현실적인 감각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북한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적지않은 경제적이익때문에 단호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단기적인 승부보다 장기적인 승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듯하다.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이익을 얻는 문제라는게 자본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2013년 4월 27일 토요일

한계령 / 화강암



1985년 발표된 노래 '한계령'을 듣고 있노라면 고독과 집착심을 내려놓는 달관의 마음이 들때가 있다. 작곡가 하덕규씨는 1983년 여름 20대젊은 날의 고독과 삶에대한 회의로 가득찬 시절 이곳을 찾아왔는데 산봉우리들이 내려가라고 어깨를 떠미는것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으로 갈때는 미시령터널이나 진부령을 이용하면 편하지만 일부러 한계령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곳을 구경하며 운전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고갯길의 난이도 때문에 정상휴계소에서 내려다보는 동해의 수평선만큼 여유있게 구경하기는 힘들다.

나의 부친처럼 금강산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실향민들은 설악산의 절경쯤은 관심도 없으니 보고 느끼는 주인공의 세계에 따라서 절경의 가치가 다르다는 말이 나올듯 하다.가끔 심술궂은 스포일러가 되고 싶을때가 있다.

"금강산의 절경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니 고향산을 생각하며 눈물흘릴 이유가 없습니다."

한계령을 비롯한 기암괴석이 많은 산들이 생긴 이유를 지질학적인 설명을 하면 좋은 감성의 노래에 스포질이 되는게 아닌가 싶다.

원래 금강산이나 설악산과 같은 기암괴석의 산들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있다. 화강암은 공룡이 살던 중생대에 화산이 터져 만들어진 현무암이 오랫동안 묻혀지고 응축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한반도에 분포한 많은 암석들이 고생대 이전에 압축형성되어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중생대에 형성된 화강암의 경도가 훨씬 약하다.

암석의 주변이 침식이 잘되는 토사물(土沙物)로 이루어져 있으면 주변 토사물이 침식이 되고 화강암만 남아서 바위산을 만드는데, 다른 암석의 산들에 비해서 침식이 심해서 기묘한 모습이 만들어진다. 세상을 떠나기전에 바라보는 산이 가장 아름다울것 같은 생각이든다.

화강암 주변에 편마암과 같은 경도가 강한 암석이 분포하고 있으면 가운데 화강암부분만 침식이되어 군에 입대하는 장정들의 꿈(?)의 장소인 강원도 양구 을지전망대밑의 펀치볼지형이 만들어진다. 펀치볼지형은 혜성이 떨어져서 만들어졌다고 할정도로 둥근데, 직접 가보니 가운데 부분에 작은 구릉이 있는것으로 보아 차별침식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풀잎처럼 눕다 / 국가의 역동성


20여년전에 3저호황을 맞아 한국경제의 미래가 번뜩일 시기였다. 당시에 어쩌다 쾰른에 사는 은행원인 독일인과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내 자신은 아는 것도 없고, 영어실력도 전무한 상태로서 내성적이고 생각이 깊은 성격을 가진 독일인의 직감에 의존하여 몇 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식사중에 서로 하지 말아야할 말을 하고 말았는데, 분단된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독일인의 우월감을 제압한다는게 그만 히틀러시대를 이야기 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독일인이 "너희는 일본에게 식민지를 당하지 않았느냐. 그 시절을 너에게 이야기하면 너의 기분이 좋겠느냐'"하면서 반박했다.

"우리가 당한거 맞다. 창피한 역사다. 그러나 그런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점점 커가고 있다. 독일은 노쇄하고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던 한국인의 패기어린 답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에 대해서 심사숙고한 독일인과 철없는 대중심리로 우왕좌왕하는 한국인의 표상을 보여주는 낮뜨거운 장면이었던것 같다.  

그 시절의 그 패기가 무색하게도 한국과 그의 아주 극소한 일부분인 내자신은 부끄러운 길을 가고 있었던것 같다. 더구나 지난정부 5년동안 말하기도 거국적으로 구차하고 복잡한 상황에 쫓기면서 스케이트장에 눌러앉아버린 서글픈 내 자신을 보며 그날의 패기를 한 번 떠올려보기도 한다.

지금 독일은 탄탄한 교육과 과학기술에 힘입어 노쇄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통일까지 되어있다. 활짝 피어보지 못하는 꽃처럼 저출산과 생산력없는 경제구조로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한국, 게다가  통일하고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개성공단 사태를 보며  한 국가의 미천한 구성원으로서 내자신의 삶도 꺾이는 기분이 든다.

대화의 현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정부의 태도와 한국의 유명한 이념 논객이 트위터에 올린"북한 그딴거 없어도 우린 잘살았다."하는 이야기를 보며 20여년전의 철없는 내모습이 떠오르기도한다.  기분만으로 모든것이 잘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들의 장래에 아마도 나타날지도 모르는 모든 드높은 약동(躍動)을 이처럼 파괴하고 우리국민 전체를 이렇게 타락시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수단이 강구(講究)되었는데, 그것이 모조리 실패로 돌아간 오늘날 단지 하나 남아있는 수단을 여러분들에게  말하는 것이 이 강연의 목적이다. 이 강연은 우리 국민을 영원한 국민 - 우리들 자신의 영원성의 보증자라고 보고, 진실하고 전지전능의 조국애를 교육의 힘에 의해서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깊숙이 불멸(不滅)하게 북돋아 주는 방법을 여러분들에게 말하려고한다.

-  피히테 -

제대로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살다가 늙어죽는 일도 어른의 책임이며 교육의 힘일것 같다.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북한의 지하자원 / 단천개발


북한의 지질은 대부분 고생대 이전에 형성이 되었다. 아오지탄광의 갈탄으로 유명한 두만강지역의 신생대지층이나 백두산의 용암으로 만들어진 개마고원의 현무암풍화토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이 시생대, 원생대, 특히 고생대지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생대지층에서 형성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생산되지 않는 대신 오래된 지층에서 오랫동안 압착되어 형성되는 경질(硬質)의 지하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금, 마그네슘, 텅스텐, 철광석, 석회석등이 대표적인데, 무연탄 역시 고생대지층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북한에는 매우 풍부하다.

북한이 최소한의 무역량으로 자급자족경제를 꾸려오면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하자원의 자급자족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6.25의 폐허상태를 일찌기 복구시킬 수 있었던 원인도 남한보다 풍부한 고생대 평남지향사지층의 풍부한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시멘트의 양산에 힘입은 바 있으며, 경제력에 비해서 강한 재래식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도 풍부한 철광석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데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무역활동이 봉쇄된 까닭에 중국에 귀중한 지하자원을 염가로 매각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북한체제를 동정해서가 아니라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통해서 세계적인 금매장량이 한반도 외부로 유출되었던 비극을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역사를 쉽게 잊고 살다보면 미리 유출되어버린 경제적 이익을 후손들의 복지감소와 연결시키는 감각이 없어질 수 있는게 문제다.

60년대 경제개발 초기에 한국은 강원도 상동의 텅스텐이 주요 수출품이었다. 빈약한 경제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정부차원에서 단천의 마그네사이트개발과 가공품의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는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핵이나 군사적인 목적 운운하지만 않는다면 북한인민들의 경제생활을 선도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북한경제란 지하자원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것 같다.

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삼성경제연구소와 이념정치



삼성경제연구소가 국가정책의 의식구조를 적극적으로 지배한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재벌의 국가정책형성기능을 경계하는 목소리기도 하다. 의외로  우파정부에서는 정부와 삼성의 이익이 합치되기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좌파정부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정부의 정책에 도움이 될만한 많은 자문연구소를 만들어서 도움을 크게 받기도 할 정도로 '연구소'의 중요성은 큰 것 같다. 한국에서 좌파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이념으로 탄생한 정부의 특성상 전문가집단이 부족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반대로 전문가집단이란 개인적인 기득권을 확보한 두뇌이기 때문에 우파정부랑 결합되는 현상이 생기는것 같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아니더라도 우파정부에서는 나름 전문적인 브레인을 확보하는 길이 쉽다는게 중립적인 경제정책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인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정부가 우파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해서 그다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은 것은 현실적인 측면이 전문적인 측면의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한 우파적인 스팩트럼을 가지고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좌파정부에서 참조했다는 내용은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역할이 그만큼 컸을테니 국가적인 관점으로서는 우려될만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든다.

우파던지 좌파던지 이념적색체가 있는 정부가 한 번 바뀌면은 모든 전문가집단의 정책프레임이 뒤집혀야하는 한국정치의 현실로서는 수십년동안 거대재벌이 변함없이 가꾸어 온 정책정보들을 참조하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재벌의 국가정책 간섭으로부터 독립되고, 이념적 프레임이 간섭하지 않는 상설연구소의 중요성을 제시하면 또 하나의 이념적인 의견이 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드는 면이 있는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인것 같다.

영원한 시간


자신의 삶을 영원한 시간속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절망과 불안에 발목을 잡혀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원래 시간이란 것은 영원했었는데 자신의 생명이란 관점으로 해석을 하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이루어낼 일이 생기는것 같다.

시간을 받아들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젊음이 얼마나 남았는가.
이다지도 속절없이 세월이 갈 줄은
향락을 구하는 자 어서 찾아가거라.
내일을 믿을 수는 없다

르네상스 시대의 플로렌스 영주 로렌조 일 마니피코의 노래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은 최대한 향락을 누릴것을 결심한다.

한 편으로는 현세의 불안과 고통을 인정하며 내세를 생각하는 많은 종교사상들은 인간의 짧은 생명의 시간을 우주 시간의 영속성속으로 몰입시켜 주기때문에 끝없는 희망과 자기성찰의 여유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오스트레일리아의 92세 할머니가 노력해서 박사학위를 땄다는 내용이다. 마니피코와 같은 삶의 자세라면 이처럼 덧없는 일도 없을 것 같다. 쓰디쓴  인내의 노력에서 달디단 열매를 얻겠다고 했을때 무엇을 얻었을까를 잠시 생각해볼만한 삶이다.

가끔 팔자좋은 친구들이나 팔자가 억센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행복과 희망을 찾아서 방황한다. 그런데 언젠가 스케이트를 타다가 잘 탈려고 하는 것 보다 속절없이 타는 것이 스케이트 실력을 늘려준다는 것을 알고 좀 감동했다. 혼자있는 시간에 알게된 사실을 함께 있는 시간에 망각해 버리는 문제가 있긴하다.

2013년 4월 20일 토요일

검은 눈동자


사람을 만나면 눈부터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때로 여성에게는 집착어린 애정의 눈길로 오해받기도 하고, 남성에게는 오케이 목장에서 만나자는 제의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에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눈이 맑고 마음이 맑은 사람들은 거침없다. 어떤 생각을 하다가도 금방 잊어버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데, 고정관념이 없어 보이는 것 하나만으로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전혀 나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똑똑한척 하면서 머리를 쓰는 사람들의 내면은 맑은 성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쉽게 파악되기 마련이다.

누군가 아이들이 악마같을때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이해한다. 아이들은 고정관념이 없어서 상대의 생각에 쉽게 동조한다. 불안하고 복잡한 심경을가지고 있을때 아이들을 보면 별로 도움이 안되는 일도 많다.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에게 위로를 받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이는 늘 한 술 더뜬다.

아이들이나 아이같은 사람들을 대할때는 내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책임이 더 크게 주어진다. 그래서 더 고독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릅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참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루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곱게 순화시켜준다.

- 방정환 -

하느님의 눈으로 아이를 바라본 방정환 선생만이 느낀 아이의 모습이다.

가끔은 거울속의 눈을 본다. 많지않은 시간속에 수없이 스쳐갔던 불안과 투쟁의 생각이 한처럼 서려있다. 오랫동안 육식을 자제하고 혼자있는 시간을 늘려 눈속에 담겨진 찌든 생각을 덜어내고자 하지만 맑은 눈을 보면 항상 위축된다. 어른은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아이에게 책임질 일이 많다.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아마도 대부분


라블레가 죽음에 임박했을때 헤쥬바리대주교는 그의 병상에 사람을 보내어 문병을 했다. 라블레는 말했다. [나의 병세를 주교님께 전해주시오. 나는 아마도 대부분을 지금부터 찾아갈 생각이오.그건 까치둥우리에 있오. 이제 막을 닫으시오. 희극은 끝났오.]

우리의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희극'으로 관조(觀眺)하지 않으면 내 몸과 마음이 상할 일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단순한 시스템유지를 위하여 남북의 백성들을 볶아대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싼 청문회의 공방, 나이 들수록 체력은 하한선을 치고 간(姦)함은 상한선을 치면서 진득거리는 지인들의 모습등에 분노하다가도 어쩌면 아마도 대부분 희극속에 한 장면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여러가지 구경거리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전환되기도 한다.

아마도 대부분 누구나가 자기가 간 길에 대해서 각자의 진지함이 있는것 같다. 정치적 신념의 진지함, 학문적 성취의 진지함, 기업경영의 진지함, 스포츠 정신의 진지함, 신앙의 진지함,자신의 기억 이외에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첫사랑의 진지함, 조폭의 의리등.......그 진지함들이 어우러져 웃긴다.

"인간에게는 그의 본성이 견디어낼 수 없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아우렐리우스황제의 말은 일생의 모든 사건들이 결국은 희극임을  인지하게 됨으로써 스스로 물러설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말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4월 14일 일요일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 위원회조직


정부가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맡을 수 있는 법안을 후반기에 마련한다는 소식이다. 청와대가 맡는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대통령직속기관인 국정원중심으로 사이버안보기능이 운영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Leavitt와 Whisler라는 정치학자는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의사결정권이 상층부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정보화가 기존의 관료조직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하층조직을 분권화 시키는 대신 결집력을 약화시켜서 상층부의 집권적인 작용을 강화시킬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사찰을 넘어선 정치개입사건으로 나타난 국정원 직원의 오유사이트 개입사건은 국정원수뇌부의 정치적 방침으로 생각해볼때 정보기관 상층부의 통제할 수 없는 사이버권력은 많은 문제를 일으킬것으로 생각된다. 극단적으로는 사이버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권력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켜 봤자 여당도 정보기관의 막강한 권력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정치적 임기는 5년인데 비해서 정보기관은 비교적 폐쇄된 관료조직이고 정치적인사가 아닌 고위관리자들이 수십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것을 생각할때 대통령이나 여당인사들도 정보기관의 사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여당이 내일의 야당이 되고 야당이 내일의 여당이 되듯이 호국과 안보는 어떤 정치집단의 전유물적인 과제가 아닌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여 여당과 야당을 망라한 중립적인 위원회조직이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의 운영을 맡던지 그것이 급진적이라면 적어도 국회내에 정보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적인 위원회조직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사이버통제같은 정보통제라는 것이 불협화음과 피해강도를 쉽게 측정할 수 없고, 음성적이기 때문에 정책논제에서 소외되기 쉽지만 현실적으로 특히 우군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의 정보통제도 가능하여 피아식별이 곤란해지는 지리멸렬한 상황이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여담이지만 어느 국군장교가 자신을 몇급 비밀까지 취급할 권한이 있다고 뻐기길래 그 만큼 감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적이 있다.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우토피아(愚土彼我)

고등학교 1학년때 전교생이 현직 교장선생님의 송덕비를 세우는 노역에 동원되었다. 정으로 '교장 한성*'이라고 깊게 파여진 바위를 옮기며 어린마음에도 교장선생님이 바뀌면 이 바위는 다시 뽑힐텐데 왜 이런 헛수고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동원을 진두지휘하는 교장선생님이 옆으로 다가오자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야 교장 선생님이 돌아가셨냐?" 킥킥 웃는 아이들과 무슨 말인지 모르고 진두지휘하시는 교장선생님을 보면서 기뻤는데 연세 지긋하시고 영민한 학생주임선생님의 손에 볼을 잡히면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웃긴데도 웃을 수가 없는 일들이 많을 것임을 느꼈다.

급하게 바리바리 짐을 묶어서 트럭에 싣고 개성공단으로 부터 내려오는 마지막 자동차의 사진을 보면서 굉장히 웃긴데 웃을 수가 없다. 초코파이 하나로 그 날의 보람을 느끼는 북한인민들의 실망과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고 빚더미에 올라앉을 우리측 입주업자들을 생각하면 블랙코미디와 같은 일들이 있었던가 싶다.

60년전에도 목숨걸린 코미디에 수백만의 진지한 백성이 희생을 당했는데, 저정도 희생쯤이야 하는 강심장이 된 한반도의 백성들은 우토피아(愚土彼我)에 살고 있다.

심연에서

          심연에서   

                                         이형춘


      행복할려고 하지말자
      고난은 스스로 만들어가고
      행복은 내가 지쳐 잠시 누워 있을 때
      살짝 어루 만져주고
      또 떠날 손님이란 것을
      잊지말자

      행복할려고 하지말자
      고난과 행복은 쌍동이 형제들과 같아서
      어느 한쪽만 영원히 내곁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말자

      행복할려고 하지말자
      살아간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위 자연의 덕을 어기는 배신행위임에
      고통스러움이 삶의 자연스러움임을
      잊지말자

      행복할려고 하지말자
      나의 지혜는 모든것을 버림에 시작되었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지
      많은 것을 얻음이 내 삶의 궁극이 아님을
      잊지말자

      행복할려고 하지말자
      울면서 태어나 고통받다 병고에 시달리며
      떠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인생일진데
      누구든지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고난은 모두 행복이기도 하다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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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수요일

말/ 몽테뉴


사랑과 온기대신 이익과 승부가 담겨있는 말은 비록 정의롭고 합당한 말이라도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나을때가 많은 것 같다. 말을 많이하는 정치인들서부터 가까운 이웃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옳기는 하고 공감은 하지만 웬지 듣고 나면 불쾌한 기분이 드는 말을 듣고는 상심과 앙심을 품는때가 누구나 있을 법하다.

신속 응변의 재주를 발휘함은 기지에 더욱 알맞는 일이고, 완만 침착하게 처리해 나감은 판단력에 더욱 알맞는 일인가 싶다. 그러나 준비할 여유가 없으면 완전히 벙어리 구실을 하는 사람과, 여유가 있어도 말을 더 잘하는 데에 보탬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다 같을 정도로 비정상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카시우스는 미리 생각해 둔 바 없이도 말을 더 잘했고, 근면보다는 요행의 덕을 많이 보았으며, 말하다가 흥분하게 되면 도리어 그것이 그에 이롭게 되었다고 한다. - 중략 - 또 이런 일도 있다. - 나는 내가 찾을때에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나의 판단력의 탐구에 의해서보다도 우연에 의해서 더 많은 나를 발견하곤한다. 

나는 이렇게 써 나가다가 어떤 뿌리깊은 생각을 말해 놓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는 지지리 못났고 나에게만 깎고 다듬어진 것임을 각오한다. 겸손의 말은 그만하기로 하고. 이런 말은 각자 그 힘에 의해 따라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까맣게 잊어 버려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모르고, 오히려 남이 나보다도 먼저 발견해 주는 일이 가끔 있었다.  

- 몽테뉴 -

가까운 지인이 겸손할려고 애쓰기도 하고, 베풀려고 애쓰는 의도와는 다르게 남들이 자신을 시기하고 투기하며 미워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고등학교 시절 구제 불능의 말썽꾸러기 급우가 있었다. 언젠가 지역 기관장의 인격적이고 고매한 연설끝에 "겸손의 개소리는 반상회나 가서 하시지"하는 촌철의 일타(一打)를 혼잣말로 날린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도 마음이 없는 가식의 말에 저항하고 싶을때가 있지 않나 싶다.

말은 마음의 증거로서 표현되기도 하지만 탈레랑의 표현처럼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도구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마음보다 부풀려지기도 하고, 마음보다 축소되기도 하며 왜곡되기 쉬운게 말이 아닌가 싶다. 때문에 말이 많으면 본의 아니게 그 말을 듣는 이를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사기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몽테뉴는 정념과 실천주의, 극기주의 사상을 품었다고 한다. 후에 고대의 회의적인 사상에 심취했고, 인간의 한계를 생각하며 겸허하게 사실과 진리를 탐구해 내려고 애썼다고 한다. 말년에 그는 인간존중의 사상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의 사상은 루소, 데카르트, 파스칼등의 사상가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생길때가 되서야 말도 진실에 가까워지고, 부끄러움이 없으며, 또 그런 그의 말은 점차 이익과 승부를 떠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3년 4월 7일 일요일

학문의 부작용

학문에 지나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나태다. 그것을 지나치게 장식용에 쓰는 것은 허세다. 하나에서 열까지 학문의 법칙으로 판단하는 것은 학자의 버릇이다. 학문은 천품을 완성하고 경험에 의하여 그 자체가 완성된다. - 중략 - 그리고 학문이 경험에 의하여 한정되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는 거기에 제시되는 방향이 너무 막연하다. 약삭빠른 사람은 학문을 경멸하고, 단순한 사람은 그것을 숭배하고, 현명한 사람은 그것을 이용한다. 즉 학문의 용도는 그 자체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문을 떠난, 학문을 초월한 관찰로써 얻어지는 지혜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프란시스 베이컨 -

학문적인 사고가 현실적인 합리성이랑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높은 학위와 전문적 지식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사고가 결여되어 있거나 도덕적인 인성이 결여된 문제가 있어서 '일'을 할수 있는 지위에 들어서는데 많은 난관을 겪게되는 사건이 여기저기서 발생한다.


독일의 작가 헤르만헤세의 소설[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보다 더 독하게 살아남은 수많은 한국의 한스들이 이끌어 가는 남한의 현실이나, 마르크스라는 학자가 만든 이론이나 그것을 개조한 주체사상이라는 이론에 발목잡힌 북한이 국민들의 시간과 인력을 비생산적인 사상학습에 소모하는 동안에 국가붕괴직전에 임박한 사태도 합리성이 결여된 학문의 부작용이 일으킨 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합리성이라는 것이 말을 먹고 개를 먹지 않는 나라에서 개를 키워서, 개를 먹고 말을 먹지 않는 나라에 수출하고 그 댓가로 말을 수입하여 양국의 공리를 꾀하자는 야박하고 기계화된 합리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공익과 평화, 인간과 동물복지의 도덕적인 정신이 바탕이 된 합리성이라야 바람직할 것 같다.

2013년 4월 4일 목요일

소통과 조화 / 허버트 리이드


국제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대남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을 해서 회원들의 계정을 공개하였다. 북한당국이 소통하지 못하는 선전용사이트에 기대하는 효과 만큼 충격이 강했을거라고 생각한다.일방통행적이지만 나름 한 국가의 외부세계와의 유일한 소통과 선전교육의 통로를 해킹당했다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과 영속성에 치명적인 충격이 가해졌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

자유란 우리의 충동이 생기를 잃지 않는 한 결코 버릴 수 없는 이상이다.하지만 그것은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막연한 세력은 아니다. 자유는 기원이 아니라, 합류 또는 조화라고 산타야나는 말한다. 그것은 충동의 융화 내지는 통합이다. 우연의, 그리고 상징하는 힘마저 합한 조화이다. 권위주의자는 마치 이러한 질서는 힘으로써만 유효할 것처럼 여긴다. - 중략 - 권위주의자는 규율을 수단으로 믿고, 자유의지론자는 규율을 목적으로서, 정신의 상태로서 믿는다. 권위주의자는 명령을 발하고, 자유의지론자는 자기교육을 장려한다. 한쪽은 그 지배의 표면적인 무정부 상태를 참고 견디고, 다른쪽은 인격적인 통합과 사회적인 일치의 반영인 본질적인 조화를 이룩하기 때문에 지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 허버트 리이드 -

허버트리이드는 자유주의자들은 스스로를 교육시켜서 사회의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허버트 리이드는  서양사상의 조화정신이 동양사상을 따르지 못한다고 말한다. 동양사상은 면면히 내려오는 영속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조화의 정신으로 서양사상은 동양사상으로 부터 교육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양사상이 동양사상을 현실적으로 압도하게 된 이유는 정치적인 소통과 더불어서 사상적인 소통이 모든 시민들에게 걸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동양사상은 조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사회계급이나 계층의 조화와 소통을 이루지 못하고 교육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정신적 교류만 중시했기 때문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미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조화를 이야기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조화롭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겠다.

스스로를 교육시킬 수 있는 자유, 그런 자유에서 비롯된 소통과 조화가 더 나은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