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도 버스의 노사협상이 타결되어 극적으로 파업이 철회되었다. 사실 버스 파업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버스는 수돗물이나 전기처럼 공공재에 가깝기 때문이다.
내가 버스 운전을 시작한 이후에 버스 업계의 구태의연한 보수적인 행태가 환경과 불협화음을 겪고 많은 격변의 순간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실제로 경기도의 버스들은 공공재의 특성을 가진 버스를 사유재 또는 시장재의 방식으로 운영을 하다가 한계를 느껴, 서울버스보다 준 공영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나 역시 그 문제를 오래전부터 버스기사의 입장에서 경기도에 청원을 하거나 블러그글로 문제를 인지해줄 것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버스 기사 충원의 부족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버스 업계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울 시내버스는 먼저 준 공영화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서울의 마을 버스는 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라서 버스기사의 충원이나 승객의 감소등이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아서 경기도 버스보다 위기감이 천천히 찾아왔다. 내가 직접 일해본 바로는 서울의 버스들이 버스 기사의 입장이나 시민의 입장에서 훨씬 더 불편했다. 심지어는 준 공영화가 먼저 시작되어 버스 기사들에게는 궁극적 이상향이라고 여겨지는 서울의 시내버스조차도 버스 기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이념의 세계나 습관의 세계 같은 좁은 영역 안에 갇혀서 안일하게 살다 보면 더 큰 문제의 매를 맞는 수가 있디. 이런 점은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닉슨 행정부는 이념적 갈등에서 비롯된 ‘홧김에 판단’하는 것을 막을려고 크렘린과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았다. 키신저는 닉슨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외교정책의 정수는 바로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면서 미묘한 차이를 쌓아가는 능력”이라고 언급한다. 그러나 닉슨의 소련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이념적인 보수주의자들에게 비도덕적인 행위로 여겨졌고, 닉슨이 일으킨 도청 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의 정책에 대한 평가까지도 부도덕한 행위로 여겨지게 하였다.
이념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이념은 도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우습게도 소련에 대해서는 강력한 이념의 잣대로 비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던 닉슨 행정부 당시의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중국에 대해서는 새로운 길을 열려고 했었다고 키신저는 언급하였다. 미래로 한참 와서 생각해보면 중국이 더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 [DPLOMACY] BY HENNRY KISSINGER를 해설 -
물론 한국의 보수주의자들도 비숫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나 외교는 물론이고 생활 환경속에서도 흑백논리는 언젠가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첨언하자면 미래의 정치인은 현장 감각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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