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노키아같은 거대재벌의 존재와 실패는 재벌의 산업적 의미와 국가의 재정경제적 의미가 동일시되어 한 국가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잘 보여 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거대 재벌의 존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규모경제의 법칙을 생각해봐도 그렇고 창의적인 투자의 힘을 생각하면 거대재벌의 튼튼한 자본력은 국가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듯 하다.
핀란드는 노키아가 무너지고 나서 국가정책으로 유사한 분야의 밴처기업들을 성장시킴으로써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노키아의 주력상품들은 핸드폰과 같이 단순한 품목에 한정되어 있었고, 창의적인 혁신으로 탄생한 재벌인만큼 창의적인 혁신에 실패를 해서 일몰(sunset)당하는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할듯 하다. 한 편으로는 얼마전 한국의 거대재벌이 가족경영의 내분으로 시끄러웠을때 알고보니 창의적인 혁신보다는 서민의 상권같은 기존의 경제영역을 침식해가면서 회사을 키워온 성향이 심한것이 알려져 비난받은 일이 생각난다. 문제는 혁신에 실패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대규모경제의 법칙과 튼튼한 자본력이 있었을뿐이므로 이윤을 얻는 즉시 사내유보금(社內留保金)으로 축적시켜놓으면 두려울 것이 없는 영원한 경제마스터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축적시켜놓을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독점기업이나 대기업의 이윤확장은 국가와 국민의 경제생활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듯 하다. 투자를 하지 않고 자본을 묶어놓는 문제같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기업의 이윤과 국가와 국민의 경제가 전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주 쉬운 예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나라에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 하나만 있어서 그 기업이 내수와 수출을 하여서 국민경제를 책임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해는 다섯개의 스마트폰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만원의 이익을 얻었고 어느 해는 열개의 스마트폰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오천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기업으로서는 다섯개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판매하여 만원의 이익을 얻은 해가 경영이 성공한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제를 전체적으로 보면 스마트폰을 열개생산하여 판매한 해에 경제규모는 두배로 성장을 하였다. 다섯개를 생산한 해보다 근로자도 두배로 고용을 했을 것이고, 그 근로자는 임금을 받아서 스마트폰을 살 것이고, 기업은 스마트폰을 더 만들어야 될 것이다. 그러면서 기업과 국가가 성장해 나가고 국민경제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겪게된다. 그러니 기업의 이윤과 국가경제성장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이런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창의적인 성향이 강한 대기업은 고용조차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마치 레몬 시장처럼 많은 국민들은 비효율적인 중소기업이나 비효율적인 치킨집이나 비효율적인 커피숍에 투자를 하고 없는 사람끼리 서로 경쟁하고 승부해야 하는 레몬시장이 벌어진다. 소수의 스마트한 경제영역과 다수의 우둔한 경제영역이 따로 형성되어 움직이는 이중경제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저번에도 지적한 바 있지만 점차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소비자가 감소하게 되는 문제는 급기야 스마트한 영역까지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어 국가경제자체가 일몰(sunset)로 세팅되는 나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부문의 대립적인 문제도 아니고, 재벌을 편드는 정부와 그렇지 않은 자들과의 대립문제도 아니다. 더구나 우파와 좌파의 대립문제나 보수와 진보의 대립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상호 '연결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국가경제가 대기업에 의존하는 위험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