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인이 직장동료들을 비난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난할만 했다. 직장 상사는 부하직원들에게 해주는 것이 없으면서 독선적이고 권력적이며 동료들은 승진을 위한 암투를 벌이고 있었다. 더 나쁜 것은 말은 안하고 있지만 지인 자신은 승진에서 밀려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아 큰 병이 생긴듯 했다. 망가진 몸과 마음으로 직장 밖에서 에너지승리의 꺼리를 찾고 있었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찾아서 방랑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지인의 직장상사나 동료, 지인 자신조차도 베푸는 것 없이 에너지를 얻어내는데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듯 했다. 얼핏 한 번 본 바로는 모두 힘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힘든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듯 했다.
리처드 리는 한 가지 의미심장한 사건을 통해 호혜성의 그런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쿵족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커다란 소를 사서 도살해 선물로 나누어주기로 했다. 며칠 동안 반투 농촌을 돌아다니며 가장 크고 살찐 암소 한마리를 구해 갖다 주었다. 그러나 그의 쿵족 친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바보같이 속아서 완전히 엉터리 소를 샀다고 비웃었다. "물론 우린 그것을 먹기는 먹을 겁니다.그러나 배가 부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걸 먹고 집에 가서 자면 배가 울렁거릴 겁니다." 그들의 말이었다. 그러나 리가 구해서 가져간 암소를 도살해 보았을 때 그 속에서는 두꺼운 지방층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중에 쿵족 친구들은 자기들이 그 동물의 가죽에 대해서 리보다 더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그 선물에 대해서는 그렇게 깎아내렸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어떤 젊은이가 고기를 많이 잡아오면 그는 자기가 추장처럼 대단한 사람인 줄로 생각해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자기보다 못한 걸로 알아요.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우리는 잘난 체하는 놈은 못 봐줍니다. 그 오만이 언젠가 다른 사람을 죽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그가 잡아 온 고기에 대해서 항상 무시합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그의 가슴을 식히고 그를 예절 바르게 만들지요.
- 마빈 해리스 [작은 인간]중에서 -
그래서 소명의식 없이 권력욕구충족에 급급하면 욕을 먹는 것 같았다. 더구나 북한 사회는 정치지도자가 기본적인 경제적 욕구를 충족 시켜주지 못하면서 즉 호혜적 댓가를 치루지 않으면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묘한 현상이 생겼는데, 오래 지탱할 수 없는 현실임을 명확한듯 하다. 한국사회에서도 정치지도자나 대중들의 마음 자세가 호혜적인 기반이 되어 있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은 분명한듯 하다. 내 자신만해도 병든 정신으로 눈치를 살피면서 에너지싸움을 거는 상대와 가까이 있어서 즐거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듯 했다.
마빈 해리스는 성악설론적인 사회계약론자 홉스가 리바이어던의 필연적인 존재에 대해서 말한 것을 이렇게 반론하고 있다.
홉스적인 권력욕으로 가득 찬 쿵족 사람 하나가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부터 이 땅과 여기에 있는 모든 것은 내 소유다. 그러니 반드시 내 허락을 받아야만 거기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거기에 도 한가지 조건이 있는데, 자네들이 그곳에서 잡고 채집하고 기른 것은 모두 내가 우선 차지해야 한다." 이 말을 들은 동료들은 그가 갑자기 미쳤다고 생각하고 얼마 되지 않는 자기 짐을 싸 가지고 2, 30마일을 걸어 나가서 새로 캠프를 만들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평등한 호혜성을 생활 속에 구현할 것이다. 왕이 되고자 했던 그 사람은 혼자 남아서 부질없는 지배권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