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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9일 화요일

서귀포 70리와 한국경제

어느 날 일터를 옮기는 인터벌 기간에 저가항공중에서도 최저가로 나온 항공요금으로 서귀포도서관에서 몇일동안 공학관련공부를 하다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을 꿈과 낭만으로 가득찬 소비여행으로 추억을 만들지만 가끔 제주도에 오면 지형이나 지질같은 주제에 테마를 가지고 버스나 도보여행으로 이리 저리 들쑤시고 다니곤 한다. 어렸을때 부친이 세계전도와 한국전도의 브로마이드판을 가져와 안방벽에 붙여놓은 이후로 대입학원에서 학생들 지리수업을 10여년 이상 한 경력에 내쇼널 지오그래픽잡지 정기구독까지, 여행을 하고자 하면 왕후의 테마에 걸인의 비용으로 꿈많은 청소년처럼 잘 돌아다니곤 한다. 공항리무진 버스가 좋은 호텔 안마당에서 승객을 태울때면 잠자리의 편안함이나 풍성한 소비패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곤 하지만 내 여건이나 선택에 대해서 지극히 만족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니까 내 정체는 감정적으로 일방적인 분배를 주장하는 좌파적 마인드가 눈꼽만큼도 없는 소시민이라는 사실이다. 2004년부터 뭔가 부조화스러운 문제가 일방적인 이념문제로 해석되는 성향에 불만을 품고 통일이나 비정규직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이제는 좌파적인 정체성을 가진 반골로 이리저리 매도 당하는 늪에 빠져버린듯 하다. 그러나 내가 정당했던것 같다. 10여년이 지나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현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나 중소기업의 형편, 남북관계의 악화, 더욱 나쁜 것은 한국경제가 점차 악화되는 현상까지 목격하고 있어서 "거봐라 내 말이 맞았지"하기에는 너무 비관적인 사태에 무기력함을 느끼며 몸둘 바를 모르겠다.

제주도 바닷가를 걸을때면 서귀포 70리란 노래를 흥얼거리곤 하는데, 흥이 나는 맬로디의 이면에 일제치하에서 진주 캐던 아가씨들이 위안부로 끌려가 없어졌다는 의미가 담긴 가사는 알고 나면 더욱 애절하다. 정부는 경제성장이 멈춰가는 대책으로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과 더불어 구조조정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희망찬 맬로디의 이면에 근로자들이나 중소기업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미의 구조조정에 관한 가사가 있다면 아주 애절한 문제인듯 하다. 현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해 내 자신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고 싶을때가 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아우성치는 근로자들, 비정규직근로자들의 나쁜 근로조건,창의성은 없고 저임금을 이윤과 연결시키는 빈곤한 중소기업,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압박하는 대기업,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이 고갈되어가는 소비시장에서 생산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려고 애쓰는 대기업, 구조조정이라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하는 공적영역, 국방관련비리를 포함하여 만연한 부패등을 생각하면 돈도 일자리도 경제성장도 생명력도 썰렁하게 빠져나가버린 황량한 땅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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