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들과의 사이에 어떤 갈등상황이 형성되면 우선 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볼려고 노력하는 습관이 생겼다.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는 마음은 갈등상황에 감정이 개입되어 이성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문제도 해결되고, 더욱 근본적인 사고를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찾는 노력도 성공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이해득실의 계산을 하지 않도록 자신에 대해서는 냉정한 마음을 가질것이 요구되며 대상(나와 갈등상황에 놓여있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온화한 포용력이 필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는듯 하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은듯 하다.
대체로 권력관계를 기반으로한 사고에서 정치적 행위가 비롯되면 이해와 공감은 없고, 결정은 힘으로 하게되며, 본질적인 정치적 목적(국민의 복리같은)은 잊혀지게 되는듯 하다. 그래서 정치가에게는 끊임없이 국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치료자의 입장과 같은 능력이 필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는듯 하다. 사회의 저변에서 정말 볼품없이 살다보면 정치지도자가 될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나 기존 정치가들의 말과 행위가 국민의 삶과는 너무 다른 세상을 노닐고 있는 것을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느끼는데, 서로 공감능력이 없이 서로를 다른 세상에 놓여있는 존재로 보는 마음은 일반 시민들이 정치가를 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리학자 중에서 칼 로저스(Carl R. Rogers 1902 - 1987 )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렸을때부터 매우 엄격한 원리주의적인 청교도 집안에서 성장을 했다. 로저스의 부모는 그들이 원하는 근본주의 학풍을 가진 프린스턴대학의 신학대학원에 진학하면 로저스의 학비와 약혼녀의 학비까지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로저스는 '영혼이 매수당할 것'이 두려워 부모의 제안을 거부할 정도로 스스로가 어려운 경쟁상황을 겪고 장학금으로 신학대학원을 수학했다. 나중에 컬럼비아대학원의 심리학박사과정을 졸업하고 심리학자로 일하게 되었는데, 로저스는 상담을 하면서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정작 내담자(치료를 받는 사람)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로저스는 상담중에 내담자의 고민에 공감을 하지 않고, 지시적인 상담을 하게 되면 빈껍데기 상담으로 로저스 자신의 정신마저 붕괴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담자에게 이지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보다는 정서적으로 온화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1957년에 발표한 [치료적인 성격변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논문에서 로저스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 덕목으로 1. 공감적인 이해, 2. 진실성과 일관성, 3. 긍정적인 존중 이렇게 세가지 덕목을 제시하며 타인과의 성공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서 이 세가지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인 환경이나 교육적인 환경이 이념이나 종교같은 엄격한 사고에서 비롯되면 어떤 입장에 있던 정신적인 사고가 붕괴된다는 사실을 로저스 자신이 깨달은 것 같다. 정치가나 교육자, 그리고 대상이 되는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자율적이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내 자신도 인지하고 경험해봐서 아는데, 쉬운 일은 아닌듯 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일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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