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유행하던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인 시드니 셀던의 성인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생각이 나서 영문판으로 몇 권 구입해 읽었다. 더구나 요즘은 옛 장소에서 옛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이라서 내 자신이 어떻게 보수화되어 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소설속의 세상은 IT기술의 흐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도 요즘과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에 내가 장기간 과거와 밀접한 생활을 계속한다면 완전히 보수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MIT공대 교수였던 쿤 ( Tomas Samuel Kuhn 1922 – 1996 )은 패러다임 이론을 창시했다. 패러다임은 그 시대나 장소의 어떤 주된 '관점의 틀'같은 것인데, 과학조차도 그 시대와 그 장소의 패러다임 안에서 창조하고 증명하는 활동을 한다고 말한다. 마치 천동설의 시대에는 천동설의 범위 안에서 과학이 성립하고 지동설의 시대에는 지동설의 범위에서 과학이 생성 발전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지동설과 같이 커다란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성되고 패러다임의 교체에 의해 과학은 ‘비연속적’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사회과학에서도 시민혁명과 같은 사건들은 문명사회의 비연속적인 발전을 가져왔는데, 일본과 같이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이 없었거나 있었다고 해도 천황제의 테두리 안에서 ‘유신’이 있었던 나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어서 매우 보수적인 사회를 형성해 나갔고, 그것이 일본의 경제와 문화를 파괴하는 결론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동양사회는 노인이 혁신적인 세계에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동양의 수직적인 사회분위기도 노인의 혁신을 막는다. 일본사회는 노인의 보수성에 젊은이들까지 물려 들어간 사회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또 30년 전에 일본이 패망하고 곧 한반도에서 이념전쟁이 있었는데,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30년 후에(즉 요즘에) 한반도에서는 이념논쟁이 존재하고 일본사회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무너져 가고 있다. 동북아시아 사람들은 참으로 과거와 밀접한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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