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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6일 월요일

일본의 이념

일본기업 같지 않은 일본 기업이 있어서 화재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전기 제품을 생산하는 미라이 공업인데 계속 흑자를 내는 중견기업으로서 야마다 회장의 인간중심의 경영은 꽤 유명했다중학교 졸업학력이 전부인 야마다 회장은 한때 연극에 미쳐 살았다그래서 그런지 인간을 잘 아는 사람 같았다. “막이 오르면 연기는 배우에게 맡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배우는 성장하지 못하고,배우가 성장하지 못하면 연극은 망해.” 야마다 회장이 하는 말이었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야마다 회장의 경영철학을 배울려고 했지만 관습과 습관에 오랫동안 길들여진 대기업들은 변화를 위한 위험요인을 감당하기 싫어했다. 야마다 회장은 창업주지만 기존의 일본의 대기업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영철학이 있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시절에 창업을 해서 국가주의적인 정부운영과 보조를 맞추어 영향력을 주고 받았던 것이다. 국가철학과 더불어 국민철학의 영향을 확장시키는데 대기업들은 창조적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19695월 모교인 일본 동북대학 삼본기(三本木)교수의 초청으로 일본 유학을 갔었다. 나는 당시 한국에서는 그래도 금속공학계의 제 일인자로 자처하고 있었다. 그것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교수였을뿐만 아니라, 1956-1957년에 미국국무성의 초빙으로 미네소타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유학하여 대학원과정을 수료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에 와 보니, 그 당시 내가 갖고 있는 학문은 유치원생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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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루는 내 지도교수인 삼본기 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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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는 나에게 만일 귀국하여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칠 의사라면 대학원부터 다시 공부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석사부터인가, 또는 박사부터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석사부터 다시 공부하라는 것이다.

- 박희선 전 서울대공과대교수 -

한편으로는 당시 일본계금융회사인 신한은행 관계사들이 설립한 신한종합연구소(SRI)에서 출판한 [NIHON SHIDO-KI]란 책을 대학시절 읽었는데, 그 내용이 워낙 인상적이라서 책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무사인 자는 비록 죽는다고 해도 성불은 하지 않는다. 악귀나찰이 되어 영토와 주군을 수호하는 것이다. 일곱 번, 열 번 인간으로 환생하여 주군을 수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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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끝만한 의혹도 없이 오직 외곬로 일관된 열렬한 불꽃같은 신념, 생을 생으로 삼지 않고 사를 사로 삼지 않으며 현세도 미래도 다 바쳐서 수호하고 받든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간다. 이것이야말로 생사초탈의 경지가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유일불멸의 도가 아니겠는가?

이런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야마모토 슈고로(山本周五郞)란 작가의 단편소설이지만 기업연구소에서 직원들에게 충성의 이념을 주입시키기 위한 의도로 출판했던 것 같다.

미라이 공업에 관해서는 2000년대에 알았고, 박희선 박사의 글과 일본사도기는 1980년대에 읽었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이념에 의해 방해받는 현실이 이해되기도 한다. 한국과 북한은 일본의 실패에서 크게 배워야 한다. 이념 때문에 고생한 것은 한반도뿐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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