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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22일 토요일

한국중소기업의 그때 그 사람들

http://v.media.daum.net/v/20170423004448933

배는 항구에 있으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몇년동안 고시공부나 공무원시험을 보아서 합격한 인재들이 시험을 합격하고 나서 이제 '떠나가는 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태풍의 피해를 입지않는 거대한 방파제가 보호하는 새로운 '정박지'로 숨어버릴 것인가는 한국사회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안전한 곳을 찾지 못해 찾아간 중소기업들이 정말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였다는 사실은 크게 공감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었고, 아재들이 젊었을때 그랬던것처럼 아직도 권위주의와 경쟁의 습관에 시달리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좀 신기방기한 것은 고위직관리자나 대표보다 하층관리자들이 권위를 내세우거나 해서 일터를 암흑세계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는데, 그럴때마다 성장기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젊은 시절에 무슨 일을 했는지, 건강상태가 어떤지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다음은 50대 근로자나 관리자들의 몇가지 사례인데, 왜 중소기업이 마음 편하지 못한 곳이 되었는지 잘 이해하게 해 준다.

1. A씨는 학교를 다닌 형편이 안되어 직업학교를 다녔는데, 기숙사담요로 가로막힌 옥상에서 매일 군기교육과 몽둥이질로 방과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의탁할 곳이 없어서 찾아간 직업학교는 무서운 곳이었고, 입사한 회사에서 실무기술을 배우는 동안 욕과 구타를 받았다고 한다. 나중에 A씨가 말하기를 유명한 H공대 출신의 젊은이가 같은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그 젊은이에게 A씨가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는지는 듣지 못했는데, 아마 그만두었어도 문제가 되는 것이고  견디고 함께 간들 비숫한 기계적 인간으로서의 모조품이 만들어졌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2. B씨는 꽤 잘나가는 중소기업의 대표인데, 크게 성공한 사례이다. 어렸을때 부친이 시골 부자집의 마름(머슴,하인 / A farmhand)으로 천대를 받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신분이 없어진 시대였지만 고착화된 시골의 분위기는 떠나지 않으면 머슴으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B씨는 분노의 젊은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고학으로 대학교를 마치고 회사를 설립했는데, 가망이 없어보여서 동업자들이 모두 떠났고,  혼자 고군분투를 하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회사가 크게 성장하였다고 한다. 고생이 뭔지를 아는 B씨는 직원들의 처우를 구글(Google) 못지 않게 해주는 것이 목표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에서 대기업과 경쟁하느라 역시 미래가 안보인다고 한다. 대규모경제의 법칙에서 대기업에 밀린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B씨는 성공하자마자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에 전망이 좋은 거대한 자택을 마련해서 그때 그 사람들이 다 올려다보도록 했다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많이 잘못했던 것 같다.

3. C씨는 선량하고 마음이 약해보이는데, 늘 눈에 살기(殺氣 / A thirst for blood)가 있었다. 항상 신앙을 가까이하며 마음을 바로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C씨는 군출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복종적이다. 하지만 그 참는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서 동료들에게 섭섭한 일을 많이 해서 동료들이 안 좋아하는듯 하다. 자신이 군에 있는동안 구타와 욕설을 당하면서 하급자생활을 보냈는데, 상급자가 되니 구타와 욕설이 없는 군대가 되었다고 몹시 섭섭해(?)했다. 그 때 그 시절의 고통을 해소할 기회가 없어진듯 했다.

4. D씨는 중간관리자인데, 직원들에게 매몰차게 대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본결과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항상 열등감에 쌓여 있었다. 그 열등감을 권위를 내세워 회복하고자 했다. 그래서 권위주의정부시절의 박정희전대통령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비숫한 사람이 되고자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데, 3천만이 아닌 30명만 자신의 밑에 있어도 30명의 카리스마있는 지도자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5. E씨는 고객을 응대하는 회사의 중간관리자다. 항상 고객에게 비굴한 웃음을 띄며 응대하는 것에 대해서 굴욕감을 느꼈다. 새로 들어 오는 신입사원들에게 그런 마음을 해소할려고 하니 신입사원들에게 고객만족을 핑계삼아 매우 권위적으로 군림하였다. 직원이 마음 편하고 자연히 웃는 얼굴이 되어야지 고객도 편안함을 느낀다고 충고했다. 이해는 하지만 뭔가 말 할 수 없는 것이 있어서 답답한 느낌이었다. 아마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는듯 했다. 하지만 '내가 당한 것 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심정을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6. F씨는 60대인데, 매우 부자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특수한 부대에 입대를 했다고 한다. 그때 많은 구타를 당했는데, 그 트라우마때문인지 항상 마음이 온전치 못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폐인취급을 했지만 그다지 인격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근근히 일자리를 놓지않고 있었다. 역시 신입이 오면 F씨와의 싸움을 한차례씩 거쳤는데, F씨는 이것이 일상화되었지만 신입들은 색다른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7. G씨는 70대의 대표인데, 나름 지혜롭게 회사를 운영할려고 노력한다. 신입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일단 회사의 마당을 청소한다. 그리고 신입이 마당을 가로질러올때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한다. 이 신입사원이 청소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보면서 신입의 인격을 평가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노인이기때문에 늙으신 부모님을 어떻게 대해드리는지 집중해서 질문해본다. 혹시나 회사를 가부장적으로 운영해나가는게 아닌가 해서 살펴보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참 좋은 대표분같았는데, 문제는 50대의 중간관리자가 자신이 '휘어잡을 수 없는'신입이 오면 퇴사시켜버린다는 전통이 있었다.

8. H씨는 어떤 업계에서  이를 갈며 성장했다. 나중에 나도 이런 업체를 만들어서 인생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각오로 회사를 차렸다. 역시 항상 박정희전대통령의 카리스마를 자신에게 투영시킨 세대였다. 매우 권위적이고 부하직원들을 무시했다. 그 문제를 지적하자 자신의 마음을 송곳처럼 찌른다고 나를 너무 싫어하였다. 마음이 아픈 것은 부하직원들이 대부분 배신하였는데, 본인도 본인에게 배신당하여 사업이 실패하고 길을 걷다가 나를 만나면 다른 길로 피해서 돌아가기 일쑤였다.

9. I씨는 조그만 생산업체의 대표인데, 수출도 한다. 영어를 전공했었기때문에 무역에 유리하다.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시절 자신의 특기인 영어를 이용해서 작은 제조회사를 차렸다. 대기업이 손대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찾아서 성공했다. 이제 회사를 혁신을 하고 성장시킬려고 노력하는데, 창업맴버로 함께 한 50대들이 그 길을 막고 있다. 권위와 밥그릇싸움에 몰입하여 똑똑한 신입이 오면 내쫒고 복종하는 하인만 신입으로 받아들인다. 창업맴버에 대한 동지의식과 회사의 미래사이에서 항상 갈등이다.  

언젠가 창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유심히 살펴보는 문제인데, 한국사회의 지나간 역사가 주는 트라우마는 매우 큰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대기업이 정경유착이란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적 권력이 기업에  대해 자율성을 억압하는 전통이 컸기 때문이다. 성장할려면 유착해야 하거나 초인간적인 정신으로 독립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는듯 하다. 유한킴벌리같은 회사는 초인적인 윤리의식으로 떳떳한 회사를 유지해나가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는 한계는 무엇인가 플러스알파가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공기업이 최순실의 기부금요구에 떳떳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유착이 필요없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유착한 회사는 그래와서 성장을 한 것이고.

한국의 쓸모없는 정치적 정실주의, 패거리문화는 내 자신을 온전한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정신적인 억압을 하였지만 항상 그렇듯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항상 스포츠에 특기를 가지게 만든 점에 대해서,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공부하게 해 준 지난 정치지도자들에게 역설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는 인간을 좀 더 인간답게 여길 필요가 있다. 몇가지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원인과 결과는 시차를 두고서 반드시 연계가 되어 있다. 일본사회가 일몰국가(Sunset nation)가 되어가는 이유는 인간을 자율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 전통때문이다. 어떻게보면 한국사회보다 일본사회는 그런 적폐가 더 심한듯 하다. 한국에서는 보수가 무너졌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역병처럼 국가의 주요세력으로서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국주의적인 사회통합과 협동의식을 주제로 한 내면적인 사회통합의 결과는 다르다.

한국의 다음 정부부터는 인간에 중심을 둔 정치를 해야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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