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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6일 토요일

노키아와 핀란드 그리고 교육

어느 대학의 경영학 교수가 중간고사 시험때마다 같은 문제를 출제했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재직기간 20년동안 문제가 한결같았기때문에 학생들은 모범답안을 미리 만들어 답안을 작성하는 구태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간고사 문제를 흑판에 쓰는데, '마'자로 시작하지 않고 '도'자로 시작해서 학생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문제는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였다. 문제는 같아도 답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가 있다는 우화같았다. 특히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혁신의 최첨단을 걷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인 노키아를 통해서 알 수 있을 것 같다.

노키아는 한 때 핀란드의 경제를 짊어지고 나가는 대기업이었다. 핀란드 수출의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핀란드 소득세의 사분의 일을 납부하던 대기업이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의 피처폰 시절에 노키아의 핸드폰은 세계 제일의 브랜드였다. 노키아의 브랜드를 세계제일로 만드는데 공헌을 한 사람중에서 한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안석화씨가 있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안석화씨의 자서전 [너의 무대를 세계로 옮겨라]에 나와있는 노키아 성장기의 이야기는 혁신에 관한 모범이었던것 같다. 광고 마케팅의 대상을 장래에 핸드폰을 구입할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맞추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시도가 대단히 성공적이였는데, 요즘 청소년들이 어른들보다 핸드폰을 교환하는 주기가 빠른 것을 보면서 미래지향적인 혜안(慧眼)을 제대로 발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석화씨가 노키아 아시아태평양 본부에 첫 출근을 하던 날, 브랜드 매니저들이 모두 20대후반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노키아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려는 휴대폰 산업에서 혹시라도 편견이나 아집을 갖고 있을지 모를 나이든 세대들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경영자들의 과감한 결단이 작용했다고 안석화씨는 서술하고 있다. 펄프회사로 시작하여(사실 펄프 산업은 침엽수림 지대인 핀란드의 중요한 산업이었다) 가전제품을 이것 저것 만들던 노키아를 요르마 올릴라라는 최고 경영자가 취임하여 휴대폰과 같은 미래지향적 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바꾼것이 노키아성장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혁신적인 노키아가 피처폰산업을 고집하며 스마트폰산업에 한 발 늦어 몰락을 하게 되었고 더불어 핀란드경제에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듯 했다. 그러나 핀란드는 '노키아브릿지 프로그램'등을 통해 벤처산업을 육성하고, '슈퍼셀'이나 클래시 오브 클랜'같은 글로벌한 벤처기업이 탄생을 하면서 핀란드 경제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한때 노키아가 몰락할 당시에 핀란드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며 핀란드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평을 하는 의견들을 한국의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핀란드교육의 튼튼한 기반은 거대한 경제적충격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다. 행동의 기반이 되는 사람의 생각을 만드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고 비약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무리가 아닌듯 하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용기나 시도는 교육으로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노키아를 이긴 대표적인 기업이 한국에 있지만 만약 한국에서도 비숫한 사태가 일어 난다면 한국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까 하는 것은 의문이다. 이미 벤처열풍이 그냥 열풍으로 끝난 경험이 있지만 혁신의 뿌리깊은 사회적분위기가 자리잡지 못하거나 국가주도의 혁신, 대기업주도의 혁신의 한계가 가끔 보이는듯 한데, 대기업의 인재들이 많은 연봉을 찾아서 중국으로 떠나는 행태등은 자율적이지 못하고 예속과 불평등의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가 만든 부작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경제적인 성공, 돈 이런 것 보다 더 근본적인 것, 자유, 평등, 자아실현과 같은 심리적 동기를 조성해주는 교육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획기적인 사태'에 대한 충격에 무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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