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미국국적의 한인 여교수가 평양의 김일성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잠시 미국에서 만난 한국기자가 북한체제에 세뇌당할 것을 우려하는 질문을 하자 교수가 하는 말이 '세뇌는 우리의 일상생활 어디서나 있을 수 있으며 자신은 그럴 걱정을 안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문현답으로 생각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종교인이나 '위'에 서고자 하는 사람들이 카리스마를 가지고 타인을 세뇌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장면을 많이 보았는데, 사람들은 대체로 부지런히 세뇌당하고 있었고,나는 가는 곳마다 그 점을 못마땅해 하며 젊은 혈기로 그 장소를 뭉개기를 시도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10여년전 부친의 문제로 억한 심정이 되었던 나는 좌파와 우파의 첨예한 대립의 현장에서 양쪽에 입장을 알리고 직접 긴장감을 공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쉴새없이 미행을 당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그 문제는 지금도 별로 생각하지 않는데, 내가 어느 정도 자초한 면이 있기때문에 긴장감을 살려서 이념문제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자는 결론만 내리고 말았다.
윗자리에서 카리스마를 부리곤 했던 사람들과 한바탕 충돌을 하면 "이래서 많이 배운 사람들은 힘들다"는 푸념을 듣기 일쑤였다. 여유나 유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살벌한 이념대립만 있는 한국정치현장의 특성상(특수부대나 특수기관도 연루되는) 살벌한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 상황도 많이 맛보았는데, 그냥 이 지옥같은 곳에서 태어난 내 숙명이라고 생각을 하곤 항상 웃으면서 응대했던 기억도 난다.
지난 정부때 어느 날 공공도서관이나 공공기관의 컴퓨터에서 내 블러그를 열면 유해블러그로 지정이 되어 있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인지 이념과 종교에 의지하던 정부에 이념과 종교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촬영을 해놓고 서버를 관리하는 기관에 연락을 해서 문제를 크게 만들겠다고 이야기 하니 그러지 말아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순간 그게 당신들 탓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결정을 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문제시하지 않았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사안도 국정원조직 자체의 문제보다도 계선조직으로 관료화 되어 있던 국정원에 그런 결정을 지시한 책임자에게 관점을 집중시켜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그러니까 당시 각하말씀이나 원장님말씀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호국기관(護國機館)으로서의 입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도 자발적인 국민의 결정능력과 책임능력이 부여되지 못하는 사회분위기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권력자의 빈곤한 철학에 관해서 많은 이들이 각성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