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공장 노동을 하다가 경기도에서 버스 운전을 시작했다. 그때는 별나라에 온 것 같았다. 샛별같은 눈을 한 공주님이 사는 별나라가 아니라 고온 건조한 황무지에 바람만 부는 화성같은 별나라 말이다. 한 번은 의정부에서 버스운전을 하는데, 근처 도시에서 일하다가 온 파리한 동료가 이전 회사에서 오너가 도박을 하는 바람에 월급이 몇 달 밀렸다고 했다. 나는 어렵기는 하나 참신하게 운영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으므로 그 동료의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때 벌써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삼만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여서 도박을 한 오너들의 마음은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버스회사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자포자기 한 상태고, 버스기사들은 죄짐맡은 우리 예수처럼 모든 어려움을 떠 안고 있었다. 그때 나는 버스가 준공영제가 되어야 함을 간절히 느꼈다. 결국 경기도는 준공영제가 되어갔다. 그리고 서울은 시내버스는 준공영제가 되고 있지만 마을버스는 국민소득 오천불인 나라보다 더 후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서울 시내버스에 인력을 충원시키는 훈련장소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다.결국 피해는 시민들과 버스기사님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버스회사의 운영진의 마음도 답답한건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공공재의 성질을 가진 버스가 많은 진통을 겪으면서 준공영제로 이전하기에는 많은 이념적인 갈등이 있었다.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철도를 민영화시키고 버스의 준공영제를 막을려고 했고, 진보적인 정치인들은 그 반대로 움직였다. 나는 한국의 모든 문제는 이념논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수십년을 말해왔는데,버스문제가 대표적인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사모펀드가 이미 준공영제가 되어있는 버스회사를 인수하여 이익을 얻을려고 하고 있다. 나는 사모펀드가 얻을려는 이익은 곧 세금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공지능은 경영진의 운영의 방만화라는 문제를 사모펀드의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내놓았다. 인공지능은 정치가가 아니고 나처럼 버스기사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하고 한참 토론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회피와 버스회사의 공기업화로 가닥을 잡고 토론을 끝냈다.
세금은 왜 사모펀드의 배당이 되는가
— 시내버스 준공영제, 반쪽짜리 개혁의 청구서는 기사에게 간다
이형춘 · Independent Columnist
1. 문제의 소재
서울 시내버스 7384대 가운데 1027대, 약 14퍼센트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회사 소속이다. 인천은 34개 시내버스 회사 중 30퍼센트가, 수원과 화성에도 여러 곳이 사모펀드 소유로 넘어가 있다. 2020년 무렵부터 본격화된 이 흐름 속에서, 당기순이익이 적자인데도 배당을 실시한 사례가 나왔다. 회사가 손실을 내는 그 순간에도 배당은 지급됐다. 이 한 문장이 이 글이 다루려는 문제의 전부를 압축한다.
시내버스는 노선과 요금을 지방자치단체가 정하고, 수입 대비 비용의 적자분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아래 있다. 이 구조에서 사모펀드가 보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세금이 원금과 수익을 사실상 보장하는 자산'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재정지원금을 배당 재원으로 삼는 구조이니, 이건 투자가 아니라 추출에 가깝다.
2. 역사적 연속성 — 오너에서 사모펀드로, 부담은 늘 기사에게
2004년 서울에 준공영제가 도입된 배경 자체가 민간 오너 체제의 실패였다. 임금 체불이 발생할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던 회사들, 수익성 낮은 노선을 기피하던 관행이 그 도입의 이유였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소유 주체가 오너 개인에서 사모펀드로 바뀌었을 뿐 구조는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단계, 준공영제 이전에는 오너의 방만 경영이 기사에게 임금 체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전가됐다. 2단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지자체가 노선과 수입금을 관리하고 적자를 보전했지만, 소유권은 여전히 민간에 남겨두었다. 3단계, 2020년대 들어 사모펀드가 그 틈을 발견하고 들어와 배당을 극대화하면서, 부담은 다시 기사의 배차 간격과 휴게 여건으로 전가되고 있다. 소유자가 누구든, 완충장치 없는 최종 부담자는 언제나 현장의 기사였다.
이 연속성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준공영제라는 개혁은 관리·감독만 공공화했을 뿐 소유와 이윤의 구조는 건드리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이었다.
3. "관리는 공공, 이윤은 민간"이라는 말의 실체
이 문장을 순화된 정책 용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풀어 쓰면 이렇다 — 지자체가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안정성 위에서 발생하는 이윤과 배당은 민간이 가져간다.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세금을 민간에게 나누어주기로 한 결정이다.
서울시와 인천시가 뒤늦게 배당 성향 제한, 지분 상한, 재매각 시 감점 같은 규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 측은 이런 규제가 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며 형법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 대립 자체가, 애초에 이 구조가 얼마나 기형적으로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4. 철도 대 버스, 잘못 겹쳐진 이념 구도
완전공영제를 요구하면 곧바로 이념 대립에 부딪힌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그러나 이 우려의 근거로 흔히 소환되는 철도 민영화 논쟁은, 사실 버스 문제와 방향이 정반대다. 철도는 원래 국영인 것을 민영화하려는 시도에 진보 진영이 반대해온 싸움이고, 버스는 원래 민간 소유인 것을 공공화하려는 시도에 반대가 부딪히는 싸움이다.
이 비대칭을 놓치면 "이념 때문에 버스 공영화가 막힌다"는 설명은 반쪽짜리가 된다. 실제로 완전공영화를 가로막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념이 아니라 재정 부담의 소재다. 소유권까지 공영화하면 그 부채와 인력, 정치적 책임을 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지자체가 지금까지 소유 구조에 개입할 권한을 스스로 만들지 않고 방치해온 것은, 바로 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념은 이 재정 회피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동원되고 있을 뿐, 진짜 원인이 아니다.
5. 대안 —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공기업 전환
여기서 흔히 놓이는 이분법을 경계해야 한다. 민간 소유와 이윤 추구(오너든 사모펀드든) 대 공무원 경영진이라는 이분법은 세 번째 선택지를 지운다.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 모델이 그것이다. 소유는 완전히 공공으로 귀속시키되, 경영은 예산 편성 주기에 매인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공영화에 흔히 따라붙는 비판, 즉 성과와 무관한 인사나 차량 교체의 경직성이라는 함정을 상당 부분 피하면서도, 세금으로 보전된 이윤이 민간의 배당으로 새어나가는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가칭 '서울시내버스공사'와 같은 형태가 그 구체적 상이 될 수 있다. 소유는 시민에게, 운영은 전문성에게 맡기고, 이윤은 다시 노선 확충과 기사의 노동조건 개선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6. 결론
사모펀드의 시내버스 인수는 일탈이 아니라, 20년 넘게 방치되어 온 설계 결함이 마침내 발견되고 활용된 결과일 뿐이다. 오너 시대에도, 준공영제 시대에도, 사모펀드 시대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위험과 부담이 항상 가장 힘없는 자리, 즉 운전석의 기사에게 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세금이 만드는 안정성을 시민의 자산으로 되돌려놓는 소유 구조의 재설계다.
참고문헌
공공교통네트워크. "[인터뷰] 김상철 \"사모펀드 시내버스, 서울시가 인수해야\"." (기사 게재, 2025년 9월 23일 기준 확인).
대전일보. "대전 시내버스 회사 매각하는 사모펀드…공공성 우려 목소리." 2024년 10월 24일.
경기일보. "[사설] 10개 회사 700대 시내버스... 사모펀드 왜 인천에 몰리나." 2024년 2월 12일.
대한경제. "[취재수첩] 사모펀드의 버스회사 경영, 과연 장난이었나?" 2024년 10월 31일.
서울경제. "사모펀드의 버스회사 투자 끊기나…규제 강화에 '매각 쉽지 않네'[시그널]." 2025년 5월 16일.
"서울 버스가 사모펀드 수익 창출 수단? 서울 버스는 서울시가 운영해야 한다." (기사 게재, 2025년 11월 13일 기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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