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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8일 토요일

동화 (assimilation)

어렸을때 잠간 잘 되던 부모님의 사업이 실패하자 깊은 산골 옹달샘에서 토끼가 눈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먹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산골로 간다는 것이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마콘도와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은 광산촌이자 밭농사를 주로 하는 시골이었는데, 부친은 그곳에서 제무시 한대로 자동차품을 팔았다. 광산경기가 나빠지자 많은 가정들의 이합집산과 흥망성쇄가 있었다. 훗날 책을 좋아하던 누이는 항상 냉소적으로 그곳을 마콘도였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흥망성쇄를 비롯한 별일의 일대기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던것 같다. 아마도 흘러들어와서 원주민들과 섞이지 못한 원인인지 모친은 항상 바깥세상을 생각했고, 부친은 한가해지자 과거의 일에 발목을 잡혀 항상 술과함께 같이산다면 했다. 이후로 그곳을 떠난 후에도 이곳 저곳 학교도 옮겨다니며 이사를 다니곤 했는데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상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으나 독자적인 생각의 세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나이에 비해 소화하기 힘든 책들을 가까이 했는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음은 더욱 생각을 독립시켰던것 같다. 그러니 이념이나 종교에 동화되어 있는 사람을 보면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어느 날 안정되고 좋은 직장을 가진 지인이 조언을 구했다. 승진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조직의 아웃사이더로 보일 수 있는 독창적인 길을 갈것인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내생각이야 당연히 남의 인생을 살지말라는 조언밖에 안나왔다. 안정된 조직에 오랫동안 갇혀있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고했다. 특히 나쁜것은 지위나 권력이 있는 사람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인생을 살기 쉽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세월이 흘러 다른 세상을 보지못한 많은 지인들이 정신은 보수반동이 되고, 몸은 급진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독서나 자율성이 깃든 교육이 우리세대에 얼마나 부족했는지 이해가 갔다. 

아웃사이더라고 해서 바보같은 것이 아닌듯 하다. 내 자신도 자주 소속되어 있는 곳과 나를 동질화시키지 않고 분석하거나 관찰하기를 즐기는데, 오랜 훈련의 탓이기도 하고, 다분히 의도적인 부분도 있는듯 하다. 내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내생각이 많이 맞는듯 하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았던 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를 좋아하던 아이젠하워대통령을 지식인들이 저급한 독서생활을 한다고 조롱하자 에릭호퍼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평생 만나 본 지식인은 대여섯 명 정도일 것이다. 나는 그들을 모른다. 하지만 늘 자신에게 말했다. '노동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평생동안 품이라고는 팔아 본 적도 없는 마르크스가 노동자에 관해 썼는데, 내가 지식인에 대해 쓰면 안 되는 빌어먹을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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