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현업집단에서 일을 할때 기이한 장면을 목격을 했다. 학력이 필요없는 일터라서 그런지 저학력의 노동자가 많았다. 그런데 연배있는 근로자 한 사람이 학벌이 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권력지향적인 마인드를 꽤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의욕과는 달리 실질적인 능력이나 지혜가 없어서 다른 근로자들의 비웃음과 동정을 사고 있었다. 오래전의 배움은 현재까지 갈고 닦지 않으면 전혀 무용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는데, 학벌 좋고 권력지향적인 마인드가 넘치는 젊은 사람들과 일할 때 느꼈던 무지함에 나이라는 깡패가 힘을 합쳐 일터를 퇴행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갈등관계가 협동관계를 압도하는 일터란 발전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흔히 문맹이라고 하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실질적 문맹이라는 것이 있다.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책을 오랫동안 멀리하여 독해수준이 떨어져서 새로운 정보를 글로 접했을때 문장이나 문맥을 이해 못하여 글을 못 읽는 문맹자와 똑같이 행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한국의 중장년층의 실질적인 문맹상태는 OECD 최고라고 한다. 여가시간을 독서보다는 텔레비젼시청으로 보내는 중장년층 이상의 세대가 많은 것으로 봐서는 독서 안하는 전통이 세워진 것은 꽤 오된듯 하다.
예의 그 학벌있고 연배있는 근로자의 일상은 일이 끝나면 친구들과 만나서 음주하며 육두문자섞인 대화를 하는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 근로자의 행태와 주변의 행태를 물끄러미 생각을 하다보면 자꾸 북한사회가 연상이 되었다. 물론 떨쳐버려야 할 한국의 사회습관도 마찬가지다. 다양하고 풍성한 지적(知的)정보를 받아들이지 않을려고 하고 권위적수직관계라는 못된 습관만 몸에 밴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사회란 극단적으로 북한과 같은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내 자신은 역설적으로 그 현업집단에서 일하는 동안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것 같다. 1년여에 100권이 넘는 책을 좀 서둘러서 읽었는데, 아마도 내 머리가 퇴행적으로 굳어가는 느낌을 받았던 것에 대한 반발심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다보면 실질적인 문맹상태의 노인분들이 선거를 통하여 못마땅한 정치인을 통제하겠다고 말할때는 왜 한국사회에서 텔레비젼에 얼굴을 비치거나 쇼맨쉽이 필요한 대중정치성향이 만연하게 되는지 이해가 갔다. 한편으로는 시대를 능동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정치인이 부족한 이유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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